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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죄자 ㅣ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오리하라 이치는 도착 시리즈( 도착의 론도, 도착의 사각, ...) 으로 각인되어 있는 작가인데, 처음 접했던 <도착의 론도>가 무지하게 골때렸던 관계로,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괴작으로 꼽은 적도 있다. 정말 괴상해서 괴작은 아니고, 읽을만한 괴작 말이다.) 이 작가에 대한 첫인상이 그 이후의 작품에도 쭉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착의 사각이 전작과 같은 반전이 있는 작품이지만, 덜 괴상하고, 더 짜임새 있는 작품이었다고 하면,
ㅇㅇ者 시리즈 중 하나인 <원죄자>는 어느 해설에서인가 말했듯, 오리하라 이치의 최고 작품 중 하나.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몇 작품 읽어보지 않았지만, 좋은 추리소설.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과 후속작인 <낙원>을 떠올리게 하는 스케일과 인물간의 촘촘한 짜임새를 지니고 있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이 각각의 입장을 선의로 관조하고 있다면,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 속에 나오는 각각은 어딘가 꼬이고, 나쁘고, 악의가 넘치며, 이기적이고(이것은 현실적), 가끔은 그로테스크하기조차하다.
반전을 알아도 두 번, 세 번 읽고 싶은 작품은 두 종류가 있다. 마지막 한 줄의 반전이지만, 거기까지 가기까지가 너무도 훌륭하여 다시 되새기고 싶은 작품, 혹은 반전에 이르기까지의 길이 복잡하기 그지없어, 다시 보면서 작가가 치밀하게 깔아 놓은 복선들을 발견해 나가는 작품.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은 후자이다.
13년을 넘어선 잔인한 강간, 연쇄살인. 그 13년이란 긴 시간이 작품 속에 잘 펼쳐져 있다. 어떻게 말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3년후. 이러면서 화면이 확 바뀌는 식이 아니고, 13년의 시간이 잘 표현되어 있으면서, 지루할법도 하건만, 긴 시간, 많은 분량이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엽기적인 사건, 그로테스크한 범인, 범인 외에도 맘에 들지 않는 등장인물 투성이이지만, 자극적인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저자만의 스타일이 있다.
원죄란, 형기를 받고 있는 죄인외에 원죄자, 원래 죄 지은 범인이 따로 있는 것을 이야기한다. 자주 보는 단어는 아닌데, 이 '원죄'의 문제에 대해서는 제법 사회파의 냄새도 난다. (그러나 그것이 오리하라 이치의 장점은 아니니 큰 기대는 마시고)
간만에 적당히 묵직하고, 적당히 재미있는 미스터리를 만났다.
* 이 작품은 '나오키상 최종 후보' 까지 올랐다고 선전되고 있는데, 이 때 같이 올랐던 작품 중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이 있고, 이해에 나오키상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기리노 나쓰오의 나오키상 수상작을 찾아보니 <부드러운 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