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존 카첸바크 지음, 나선숙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카첸바크의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을 무척이나 인상깊게 봤다.
정신병자, 파이어맨, 여검사와 '천사'라 불리우는 잔인한 범죄자가 등장하는 아름답고 드라마틱한 이야기였다.

<애널리스트>가 전작에 비해 평이하게 느껴지는 것은 등장인물이 전지전능한 범인과 정신과 의사인 희생자, 단 둘에 국한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외의 조연들의 역할은 미미하고, 캐릭터가 죽어 있다. 무엇보다도 초반부에 정신과 의사인 리키 스탁스를 파멸시키기 위해 범인이 사용하는 방법들이 '전지전능'해서, 의사와 생일이 같은 친척 소녀의 생일에 사물함에 포르노 사진을 넣어둔다거나, 의사의 환자를 죽인다거나. 까지는 모르겠는데, 의사의 모든 계좌의 돈을 빼버린다거나, 집이 있는 건물 자체를 태풍에 휘말린듯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거나, 편지 한장으로 의사가 쌓아온 모든 경력을 무로 돌려버린다거나 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그 범인이 엄청난 증오로 의사에게 몇년에 걸쳐 복수하게 된 동기도 희박하다.

그러니, 저자가 640페이지라는 어마무시한 두께의 책을 술술 읽히게 하는 필력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읽는 내내 미심쩍은 마음이 한켠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약간의 억지스러운 설정을 소설적 장치려니, 무시한다면, 소설은 재미나게 읽히고, 진짜 이유도 모른채 '파멸' 바로 근처, '지옥문' 바로 그 앞까지 간 리키의 입장에서 미스터 R을 찾아 반격하는 리키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고, 쫓고 쫓기는 범인과 희생자의 이야기도 나름의 서스펜스를 갖추고 있다. 

희생자가 '정신과 의사'라는 점도 이 이야기의 매력포인트이다. 존 카첸바크는 누가 뭐라해도 심리소설의 대가이지 않겠는가. 정신과 의사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을 이용해 자신을 파멸시키고자 하는 존재에게 대항한다.  두명의 남자가 투탑으로 나오는.. 이라고 하기에는 미스터 R의 존재가 모호하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정신과의사 리키가 북치고 장구치는격.

장점이 많은 책이긴 한데, 설정이 약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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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2-0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번역은 괜찮던가요?

하이드 2009-02-09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히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비연 2009-02-0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약했죠..이 책은. 어느 미친사내의 고백에 비해서.

루나 2009-03-02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이책 보고 반해서 어느 미친사내의 고백 읽었는데... 이책 참 좋던데요~^^

하이드 2009-03-02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생각나는 좋았던 장면들이 있긴 한데, 주인공이 좀 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에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필연성도 좀 떨어지는것 같고 말이죠. 좋은 작가고, 좋은 글인건 분명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