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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평점 :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를 선전한는 문구를 보며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죽음을 앞둔 늙은 노교수 모리에게 화요일마다 대화를 나눈 내용을 정리해 둔 책이다. <마지막 강의>도 랜디 포시가 죽음을 앞두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다만 랜디 포시는 늦은 결혼으로 10살이 채 못된 아이들이 있고,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남겨두고 50살도 안되어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대강당에서 자신의 강의를 듣는 사람들 뿐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 <마지막 강의>를 준비했다. 이 대목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크게 히트를 쳤던 영화 <편지>가 떠오른다. 이 책은 흥행에 필수 요소인 시한부 인생, 희망과 안타까움, 사랑, 드라마틱한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난 열심히 스스로에 대한 정의를 내려 보았다. 대학교수, 컴퓨터과 학자, 남편, 아버지 친구, 형제, 학생들의 멘토. 그것들은 모두 내가 가치를 두는 역할들이었다. 하지만 과연 이 중에 어떤 역할이다른 사람과 나를 구별해줄 수 있을까.(25쪽)
랜디의 특출난 개성은 어릴 적 꿈을 차례차례 자신의 힘으로 이루었다는 것이다. 랜디는 강의에서 자신이 어떤 꿈을 꾸었으며, 어떻게 그 꿈을 이루었는지, 꿈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를 설명해 준다.
* 나의 어릴 적 꿈들(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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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상태에 있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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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 선수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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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백과사전]에 내가 쓴 항목 등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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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크 선장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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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 동물인형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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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이매지니어 되기
다소 황당해보이지만, 랜디의 꿈은 이루어졌다. 마치 우리나라로 치면, 월드컵 축구선수 되기, [네이버] 관리하기, 태권 브이 소년 되기, 롯데월드 꾸며보기 등의 소원이겠지만. 그의 꿈은 어린 시절 상상력과 특유의 강한 고집, 학구적인 탐구심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부모님, 축구 코치, 앤디 교수님의 멘토로 성장해나간다.
* 드디어 모든 훈련이 끝났을 때, 보조 코치 한 사람이 내게 다가와 위로를 했다. "그레이엄 코치가 널 꽤나 힘들게 길들이지?" 그가 말했다. 나는 "네"라는 대답조차도 하기가 힘들었다.
"그건 좋은 거야." 보조 코치가 말했다. "너가 잘못하고 있는데도 더 이상 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널포기했다는 뜻이야."
이 말은 그날 이후로 평생 내게 깊이 각인되었다. 만약 당신이 일을 잘못 처리하고 있는 것이 명백한데 아무도 당신에게 한마디 해줄 생각조차 안 한다면, 그거야말로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듣고 싶지 않은 소리일지라도, 당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대부분 당신을 진정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며 당신을 좀 더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60쪽)
노력과 반복은 매우 지루한 과정이다. 하지만 랜디는 그런 과정을 이겨냈고, 담담하게 자신의 강의에서 우리에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 이 수업을 시작했을 당시 나는 십 년 경력의 교수였다. 그런데도 학생들에게 무얼 기대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나는 처음으로 두 주 짜리 과제를 제시했는데 결국 그 성과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너무 당황하여 나의 멘토인 엔디 밴 댐 교수에게 전화를 했다.
앤디 교수님은 잠깐 생각을 하더니 대답했다. "자, 이렇게 하자고. 내일 강의 시간에 학생들 눈을똑바로 쳐다보면서 이런 식으로 말해. 너희들 말이야, 꽤 괜찮긴 했어. 하지만 더 잘할 수도 있었잖아." (168-169쪽)
노력과 반복으로 성취를 이룩한 다음에도 능력의 한계를 결정하지 말자. 더 잘할 수 있는데,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면 우리도 우리만의 세계를 창조해낼 수 있다.
* 정중하게 사람들을 대해라(자기소개, 연락처, 이름)
* 공통점을 찾아라(날씨, 스포츠)
* 최적의 만남 조건을 만들어라(식사시간)
* 모두가 이야기하게 해라(말자르기, 큰 소리, 빠른 속도 X)
* 문 앞에서 나를 버려라(발표자가 아니라, 제목과 아이디어를 기억)
* 서로를 칭찬해라
* 대안을 내놓으려면 질문 형식으로 해라(만약 우리가 갑이 아니라 을로 한다면 어떨까?, 제안하기)
(194-195쪽)
우리만의 세계를 창조한 이후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위에는 대인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랜디의 팁이다. 익숙한 이야기지만, 진심을 담아 사람을 대하는 일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려워 한다. 검소한 가풍과 화목하고 합리적인 가풍은 랜디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랜디의 제안을 읽고 그의 제안을 따르고 싶어 할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프랭클린 플래너의 사용 설명법에 나와 있는 듯한 그의 진부한 이야기가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행복해질수 있는 길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가정은 파편화 되어 가고 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텔레비전과 컴퓨터가 대화 시간을 빼앗고 건전한 가풍을 형성하기에는 사회의 사행심 조장이 심하다. 순수한 청소년기 조차도 학교에서 경쟁을 통해 친구들을 짓밟으라고 가르치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랜디처럼 자신만의 꿈을 대다수 갖고 있지 못하다. 1억 만들기, 토익점수 올리기, 강남에서 아파트 사기 등. 무언가 획일화되고 물질만능주의 냄새를 풍기는 꿈들이 대량생산되어 우리 머릿속을 떠다니고 있다.
비록 어린아이는 아니지만, 이제부터라도 랜디처럼 재미있는 꿈을 꾸어야 겠다. 아무리 타락한 사회라도, 이기적인 사람이라도 노력하면 충분히 고칠 수 있을 테니깐.
아쉬운 점은 미국의 베스트 셀러를 번역해 놓은 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실정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독자가 짊어지고 가야 할 문제겠지만, 상품에 대한 설명이나 인물을 설명해줄 때 좀 더 자세히 주석을 달아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