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선진국, 쿠바가 옳았다 - 반反성장 복지국가는 어떻게 가능한가?
요시다 타로 지음, 송제훈 옮김 / 서해문집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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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쿠바를 일본이 교본으로 삼고 싶은 이유')보다도 강한 '쿠바가 옳았다'를 제목으로 쓰기에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점이 많이 남는다. 어두운 면을 비롯해 쿠바의 현실적인 모습도 함께 보여주지만, 제목 탓에 장기적인 저성장 기조 하에서도 높은 복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좀더 경제학적인 해법이 담긴 책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이 책에는 그러한 일반론적인 풀이는 등장하지 않는다(쿠바의 정책사례 소개집에 가깝다). 


정책사례 소개집에 따라붙는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지역과 커뮤니티와 주민의 참여 어쩌고 하는 번지르르한 거버넌스 소개집은 넘치고 넘친다. 그게 그렇게 수월하지는 않으며, 일부 커뮤니티에서의 제한적인 성공이 아니라 국가 전역에 걸쳐 잘 굴러가리라는 건 꿈같은 이야기라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다.


고로 이 책은 쿠바가 어떠한 개혁을 통해 경제봉쇄 속에서도 국가를 유지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 다층적으로 알려주기는 하나, 일본을 비롯하여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거나 앞으로 저성장이 예고되는 국가로 하여금 쿠바를 교본 삼아 참고하도록 할 수 있는 보다 일반화된 해법은 주지 않는다. 적어도 이 책을 보고 난 느낌은, 쿠바는 되풀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지극히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최근에 본 또 다른 쿠바 관련 작품으로, 한국 여성이 쿠바의 열 살 연하 남성과 결혼하는 과정을 통해 양국의 다른 점을 엿볼 수 있는 <쿠바의 연인> 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상당히 재미있으니 둘을 같이 보면 쿠바를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원제가 말해주듯 일본인 독자를 상정하고 쓰여졌다. '편견에 기반한 비교' 라며 천연덕스럽게 들이대고 있으니 화도 못 내지만, 쿠바와 일본이 유사한 점이라며 본문에서 들고 있는 표는 실소가 난다. 이러한 식으로 편견에 기반했느니, 사견일 뿐이라느니 하는 스탠스를 표방하며 가능한 비판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경향이 요즘 일본 저자들 사이에서 유행하기라도 하는 것인가(우치다 타츠루의 '사가판' <유대문화론> 에서도 같은 것을 느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글쓰기이자, 글이 지시하고자 하는 내용 자체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하고자 하는 무의식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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