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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 The Old Man and the Sea 원서 전문 수록 한정판 ㅣ 새움 세계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1952년 발표된 중편 소설, 노인과 바다, 1953년 퓰리처 상 수상작. 지인 중 쿠바에 사는 어부가 있었는데 그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를 새롭게 썼다고 한다. 소설을 읽으려는 사람들이 흔히 명작을 추천해달라고 하는데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그 추천에서 벗어나는 일이 잘 없는 것 같다.
처음 묘사된 노인의 모습부터 그는 허약해보였다. 노인과 함께 낚시를 하던 소년은 그와 함께 하고 싶어했지만 노인은 혼자 바다로 나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노인과 바다라는 제목 그대로 노인과 바다가 대화하는 장면을 그린다. 바다가 말을 할 순 없지만 그 대신 노인이 혼잣말을 하면서 이정서 역자의 표현에 따르면 '그미'와 소통한다고 볼 수 있다. 원서로는 바다를 she라고 표현했는데, 우리말로 바다라고 번역하면 원글의 맛이 살지 않는다고 역자는 그미라고 표현했다. 이런 역자의 설명을 책의 맨 앞에서 봤을 땐, 아 오케이! 알겠어, 알려줘서 고맙군. 하고 생각했다. 근데 노인은 바다에서 거의 모든 것들을 의인화하여 그들과 대화한다. 바다를 여자라고 표현한 것도 본문에 나오기 때문에 굳이 저런 설명을 책 앞에 넣어놨어야 했나 싶다.
It is silly not to hope, he thought. Besides I believe it is a sin. - (새움, 원서 부분, p.224)
희망을 품지 않는 건 어리석은 짓이지, 그는 생각했다. 게다가 그것은 죄악이라고 믿어. - (새움, 이정서 옮김, p.110)
희망을 버린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더구나 그건 죄악이거든. - (민음사, 김욱동 옮김)
이 책에 있는 원문과 이정서 역자의 번역, 그리고 이 책이 너무 안 읽혀 밀리의 서재에서 노인과 바다를 찾아 비교해보기로 한 민음사 책이다. 읽어보면 이정서 씨의 번역은 그야말로 정확하다. 직역을 위한 저런 딱딱한 문체가 이 책 거의 모든 페이지에 뿌려져있다. 이런 번역이 본인과 맞는 사람은 이정서 역자의 책을 읽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글을 쓸 때 그들만의 특유한 문체가 있다. 물론 다른 언어로 쓰여진 글들을 한글로 번역할 때, 완벽한 번역이 되지 않거나 뜻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겠다. 그리고 그런 일말의 가능성을 아예 없애버린 게 이정서 역자의 직역본들이다. 그가 여태껏 나온 다른 책들의 오역을 지적하는 게 이해는 간다. 약간의 왜곡된 번역(어쩌면 완벽할 수도, 혹은 조금은 더 많이 왜곡되어 있을 수도 있는)을 받아들이고 소설을 맛깔나게 읽을지, 한치의 오역도 허용하지 않는 이 책을 읽을지는 예비 독자들의 선택이다. 이 책은 절대로 원서와 번역 부분을 1:1로 비교했을 때 '저 해석은 틀렸어' 라는 비판을 받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