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대 강당당 노무현 - 노무현 참모 황이수가 말하는 ‘인간 노무현’
황이수 지음 / 나무와숲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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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고 근 한 달을 가방에 넣고 다녔다. 읽기에 뜸을 들인 것이다. 여느 책 같으면 받은 즉시 독파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이유가 있을 법하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책은 흐트러진 자세로 읽어서는 안 된다고 평소 생각해 왔다. 노 대통령이 직접 쓴 책을 말할 것도 없고 그에 대해 쓴 책도 자세를 가다듬고 나서야 읽었다. 아니, 읽혔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행사기획비서관을 지낸 황이수가 노무현 대통령을 이야기했다. 책 이름이 <노무현>이다. 하지만 이 이름으로 내용을 가늠하긴 어렵다.

지은이는 이 이름 앞에 노무현의 삶을 압축해 놓은 수식어를 배치했다. '약관대 강당당'이 그것이다. 한자로 부언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弱寬大 强堂堂'(약자에게 관대하고, 강자에게 당당하라)

세상의 이치가 그렇지 않나.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 앞에선 나약하기 그지 없는... 이런 흐름을 지금 정치하는 동네에서 주도한다. 정의와 진리가 사라지고 정파의 패권 놀음이 판을 치고 있다.

황 비서관은 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한 참모이다. 본인은 연구소 연구원으로 불러 주기를 바랐지만 노 대통령은 그를 끝까지 비서가 되어 주기를 바랐다.

영어 personal assistant(비서)는 확고한 신뢰 관계 속에서 돕는 사람을 가리킨다. 황 비서관에 ‘비서’ 내지 ‘참모’로 쉬 부른 것은 그에 대한 대통령의 믿음이 그만큼 컸다는 것이다. 책 속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시종 이러한 흐름 위에서 펼쳐지고 있다.

<약관대 강당당 노무현>(나무의 숲, 2023년 3월 출판)을 두 시간만에 완독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 부피가 많지 않다. 신국판 160쪽의 분량이고 글자 크기와 행간도 널찍해 읽기가 편하다.

둘째, 쉬운 단어와 매끄러운 문장이 책에서 눈을 떼지 않게 한다. 지은이의 숙련된 문장력이 돋보인다. 내가 읽으면서 사전을 찾아본 것은 '학익진 대형'(122쪽)이 유일하다. 한자(鶴翼陣 隊形)에서 온 단어로 학이 날개를 편 것처럼 줄을 서 있는 모양을 뜻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냄새 나는 노 대통령이 끄는 매력이다. 황이수가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점이다. 서민의 풍모로 표현하고 있는 서민 이미지는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만이 가능하다.

실제로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꺾을 수 있었던 것도 그의 귀족 이미지와 맞선 노의 서민 이미지 때문이었다. 노무현 이전의 대통령은 서민과는 별개의 특별한 존재였다. 노무현 대통령 때 비로소 우리와 같은 사람, 이웃집 아저씨와 같은 사람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데 환호했다.

이 책은 노무현 정부의 야사(野史)라고도 할 수 있다. 한 성실한 비서관의 눈을 통한 노무현 알아보기이다. 지은이 황이수는 노 대통령의 좌우명 '약관대 강당당'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27쪽).

가치관 내지 세계관의 합치 없이 쓸 수 없는 글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이 이런 좌우명으로 살고 정치를 했다고 해도 보좌하는 비서가 타산적이며 개인 이익 추구형이라면 이런 책이 나올 수 없다. 그런 면에서 황이수가 노 대통령의 좌우명을 자기 것으로 삼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이 책은 여는 글과 닫는 글을 제외하면 33개 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지은이는 한동안 백수 생활을 하며 청와대 비서실 복귀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어 복귀를 못했다고 적고 있다.

그때 찾은 곳이 백담사였다. 그곳에 걸려 있는 장작 패는 전두환 사진에서 깨달음을 얻었다(144쪽). 백담사는 독립선언서 33인 서명자 중 한 분이면서 민족시인으로 잘 알려진 한용운의 채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독립선언서 33인, 이 책의 글 33꼭지... 의도하지 않았을 테지만 이렇게 연결 짓고 보니 나도 모르게 옷깃이 여미어졌다. 민족을 최애로 생각한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에 붙들려 있어서일까. 자기도 모르게? 나만의 생각이다.

황 비서관은 노무현과 함께 하는 오랜 기간 언론을 담당했다. 홍보 베테랑이다. 그의 입을 통해 전해 오는 그들만의 은어도 흥미롭다. '비서 쪼가리'(15쪽), '주먹말'(19쪽), '악마의 편집'(30), '땅개'(117쪽)... 등등

이 책은 발표했던 원고를 모아 출판한 것이 아니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쓴 것들을 모아 출판했다. 굳이 장르로 묶자면 가벼운 장편(掌篇, conte)이라 할 수 있겠는데, 담고 있는 내용의 무게와 전달의 강도는 여느 논문 못지않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 이 사람 저 사람 프라이버시를 고려해서 쓰고 싶은 것을 다 못 썼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158쪽).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개인이 거기에 종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회를 봐서 후속 글도 기대한다.

내일(5월 23일)이 노 대통령이 가신지 딱 14년이 되는 날이다. 우리의 정치 풍토는 메말라가고 있고 진영 논리 앞에 정의와 진리가 발붙일 틈이 없다. 사람 냄새 나는 대통령이 더 그리워지는 이유다.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책으로라도 이런 지도자를 만나보자. 황이수의 <약관대 강당당 노무현>은 지도자의 순수한 마음을 만나게 해 주어서 좋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순수해지고 싶은 마음이 출렁임을 느끼게 된다. 기쁘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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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내미는 손 잡고 - 안재웅 목사 회고록 기독교 민주화운동 인물 8
안재웅 지음 / 대한기독교서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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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희망 사항이다. 하지만 그 일은 쉽지 않다. 극소수의 사람만이 회고록 또는 자서전이란 이름으로 책을 남긴다. 간혹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사람은 전문 작가가 대신 전기를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다.

기독교 사회운동에 평생을 헌신해 온 안재웅 박사가 자신의 전기를 펴냈다. 이것은 안 박사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달리 해방 이후 기독교운동 전체를 망라한 기록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책에는 크고 작은 사건과 인물들을 수없이 등장시켜 사람을 끌어들인다.

1940년생이니까 8순(旬)이 넘은 연치를 가지고 있지만 안 박사는 영원한 현역이다. 육신적으로 건강하니까 가능할 것이고 그것보다 지니고 있는 생각이 얼마나 파릇파릇한지 후배인 우리가 부끄러울 때가 많다. 노년을 나이로 따질 게 아니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회고록의 제목은 다소 묵직하게 다가온다. <역사가 내미는 손 잡고>(대한기독교서회), 제목은 글의 내용을 함축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가 내미는 손은 사람이 맞잡을 때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손을 뿌리치고 자기만의 삶에 매몰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안 박사는 역사가 손을 내밀면 1착으로 달려가서 맞잡은 사람이다. 회고록 속에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는 사건은 역사적 가치가 알알이 녹아 있는 것들이다. 거기에 손잡은 안 박사를 비롯한 인물들의 혜안도 매우 역사적이다.

역사적 가치라고 했지만 국민이 주체가 되어 역사를 발전시키는 동력에 비중을 두고 한 말이다. 국내에서만 해도 KSCF, 전태일 분신, 유신 반대, 민청학련 사건, 3.1명동민주구국선언사건, YWCA위장결혼식사건 등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잡기 위한 몸부림들이다.

안 박사님은 국내를 너머 외국에까지 그의 기독교적 역량을 넓혀갔다. 활동의 영역이 그만큼 넓었다. CCA-URM, CATS, WCC 활동 등에서 그는 순종과 겸손의 자세로 맡은 바 사역을 감당했다. 여기서 안 박사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서반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었다. 이것은 만국 공통어가 아닌가?

그의 활동 영역이 넓다고 했다. 그뿐 아니다. 활동도 전방위적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을 맡아 기독교의 사회적 역할을 기획 연구하여 자료를 제공했다. 각 대학 강의와 방송 활동으로 쉴 틈이 없었다. 그의 학적 역량을 생각할 때 사회운동의 길이 아니었다면 상아탑에 안주해 후학을 길러내지 않았을까 싶다.

안 박사의 회고록을 받았을 때 솔직히 약간 부담이 되었다. 700쪽 분량의 부피가 먼저 위압감으로 다가왔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책의 부피와 독서 욕구는 반비례한다는 것. 하지만 깔끔한 성격과 그 속에 숨어 있는 인자하고 자상함이 이런 위압감을 날려버렸다.

책을 손에 잡는 순간, 술술 빨려 들어가더니 책장 넘기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언제 시작했나 했더니 책의 중간쯤에 눈이 가 있었고 또 시간을 의식하지 못했는데 책의 뒷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그렇다고 쉽게 씌어졌다는 말은 아니다. 학술서적을 방불케 할 정도로 탄탄한 자료가 뒷받침하고 있다.

회고록을 읽으면서 잊고 지냈던 사건들과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기독교운동뿐 아니라 사회운동에 관계한 수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운동의 분화가 적을 때여서 흐뭇한 기분으로 읽어나갔다. 지금은 정파를 달리하여 극우에서 극좌까지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중에서도 80성상을 한 길을 걸어온 안 박사의 삶이 단연 빛날 수밖에 없다. 왜 안주하고 싶을 때가 없었겠는가. 왜 유혹이 없었겠는가. 하지만 그는 자세에 한 점 흐트러짐이 없었다. 나는 그 힘이 주님의 제자라는 믿음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안 박사는 표나지 않는 참믿음의 사람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순서가 바뀐 것 같지만 대강의 목차를 소개해야겠다.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출생부터 대학과 군 생활을 마치고 기독교 사회운동에 뛰어들기까지, 2장은 기독교운동 단체의 실무자로 헌신할 때의 활동상, 3장은 기독교 리더로서 사회운동과의 연합 활동, 4장은 에큐메니칼의 외연으로서의 국외 활동 등이 세밀하게 기술되어 있다.

5장은 미국 유학 생활, 6장은 CCA 등 국제단체 활동과 강의 방송 활동, 7장은 CCA 총무로서 다양한 활동과 제 3세계 지원, 8장은 사회적 기업 설립과 대학 강의, 9장 에큐메니칼 운동 및 WCC 행사 준비, 10장 사회의 정상화를 위한 여러 가지 활동으로 채워져 있다. 그의 삶은 '움직임(movement)'이란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겠다.

부록도 자료로서의 중요도가 높은 편인데, 한강희 박사의 논문 "평화운동으로서의 에큐메니즘:신계(新界) 안재웅의 에큐메니즘과 평화공동체 구상"은 안재웅 논(論)을 학문적으로 정리한 글이라 할 수 있다. 그 밖에 네 개의 설교문·연설문이 실려 있는데 모두 영문으로 되어 있다. 글로벌 리더로서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이 회고록이 출판되기까지 수고한 사람들이 있다. 먼저 '안재웅 목사 회고록 출판위원회' 위원장 권호경 목사를 비롯하여 27명의 출판위원들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사회운동의 선상에서 또는 학문의 여정에서 만난 동지들이다. 연면히 이어져 온 끈끈한 정이 안 박사 회고록 출판으로 결정(結晶)되었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면면이다.

이 회고록을 출판한 곳은 대한기독교서회이다. 얇지 않은 책을 멋지게 출판한 것이 돋보인다. 꼼꼼히 읽으면서 오탈자를 찾았지만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역시 전통의 기독교서회답다. 두터

운 책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염려 마시라. 이 회고록은 금아의 수필집을 읽을 때처럼 재미와 속도감을 누릴 수 있다. 정신과 신앙을 채우는 보고가 될 것이다. 기쁘게 일독을 권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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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초록잎 시리즈 11
신운선 지음, 장선환 그림 / 해와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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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마음을 나누며 밝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


동화를 아이들 대상의 책으로 알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도리어 어른들이 읽고 깨우침을 받을 때가 더 많습니다. 순수한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삶의 이끼를 지울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끔 동화를 찾아 읽고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복잡다기한 사회 속에 정형화된 삶의 틀에 묶여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랜만에 좋은 동화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운선 작가의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해바라기)가 그 책인데, 손에 잡자마자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동화니까 그런가 보다 했지만 그것이 이유의 모두는 될 수 없습니다. 스토리가 힘이 있습니다.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는 12살 초등학교 5학년 은수의 이야기입니다. 작가가 만들어낸 주인공이지만 그를 중심으로 사실성이 뛰어난 플롯이 펼쳐집니다. 작가의 풍성한 경험이 받쳐 줬을 것입니다.


은수에게 주어진 환경은 좋지 않습니다. 부모가 이혼을 하고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아이입니다. 아빠는 회사에 근무하다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오는 물질적 빈핍이 가정을 깨뜨린 것 같습니다.


지금은 대리운전을 하며 근근히 생활합니다. 따라서 초등학교 5학년인 남자 아이 은수가 살림의 일부를 떠맡고 있습니다.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고 또 아빠의 심부름으로 장을 봐 오고… 너무 일찍 세상에 눈을 떴습니다.


그러나 은수는 그런 환경에 갇혀 있는 아이가 아닙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무척 기특하네요. ‘엄마가 없고부터는 시간이 많은 것 같은데, 시간이 없다. 편한 것 같은데, 편하지 않다. 할 일이 자꾸 생긴다’(56쪽).


은수의 현재 상태를 이렇게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봉사에 시간을 할애합니다. 봉사는 보통 사회적 약자를 돕는 데서 출발하잖아요. 어르신들의 한글 교실에 보조 교사의 일이 그가 하는 봉사입니다.


신운선의 동화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는 왕자와 공주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도리어 그 반때 쪽 이야기입니다. 환상을 좇게 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엮어나가고 있습니다. 그 속 잠복되어 있는 삶의 향기가 따스하게 다가오지요.


물과 기름 같으면서도 우정이란 매개물의 중요성이 피어납니다. 은수와 민세의 관계에서 말입니다. 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같지만 은수와 은지는 서로 위해주는 마음이 훈훈합니다. 그 사랑이 이어져서 무르익을 순 없을까요?


이 책 은수와 아빠의 대화에서 은수는 높임말로 대화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버릇 없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뗄 수 없는 동질감? 복지관에서 받은 떡을 아빠에게 전하는 대목에선 울컥하게 되더군요.


이 책에는 여러 컷의 그림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장선환의 그림입니다. 건승으로 보면 발견하기 어렵지만 은수를 비롯한 각 등장 인물들의 그림이 시종 통일성을 보여주고 있는 게 신기합니다. 착하고 예쁘고 굵직하고 씩씩하고 노련한....


권정생 선생의 <강아지똥>은 보잘 것 없고 버려진 것에 소중한 가치를 부여한 동화입니다. 승자독식의 세계에선 맥을 출 수 없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선 자기 몫을 톡톡히 해 내는…. 은수도 이런 아이가 아닐까요? 장도를 축복합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따뜻한 심장의 고동 소리를 듣는 듯했습니다. 그 소리가 혹 멈추지는 않을까 홀로 조바심을 무척 냈습니다. 은수를 이렇게 멋진 아이로 그려낼 수 있는 작가라면 혼탁한 사회를 위해서도 할 일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맑고 밝은 사회를 가꾸어 나가는 데 동화만큼 유용한 도구가 없습니다. 동화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책이라고 한 이유도 이런 데 있습니다. 쉬우면서도 해맑은 언어로 장편 동화를 만들어 낸 작가 신운선에게 큰 박수 보냅니다.


마음이 청결해지고 싶은 사람, 순정에 기초해 장밋빛 미래를 설계하고 싶은 사람, 그래서 주위에 따스함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남녀노소 불문입니다. 정말입니다. 서평자가 책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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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은 아직 심심해 - 맛있게 읽는 57년 전의 일기 아주 보통의 글쓰기 5
이종옥 지음, 이재연 그림 / 글항아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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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책을 통해 추체험을 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런 책이 나의 손에 들어왔다. 이종옥이 쓴 몽당연필은 아직 심심해(글항아리, 20212월 출판)가 그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1963년부터 군 입대하는 1975년까지 쓴 일기 중 60편을 추려서 정리한 것이다.


지금의 50, 60대 농촌 출신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이야기를 정갈스럽게 엮어 놓았다. 개울에서 물고기 잡고, 들판과 야산에서 소 뜯기고, 학교에 가서 강냉이죽을 얻어먹는 생활. 하지만 그런 속에서 경험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아이의 눈으로 한땀 한땀 적어놓은 것이 무척 따스하다.


일기니까 우선 글이 길지 않아서 읽기에 좋다. 5쪽 이내 분량의 글이다. 글마다 운율이 느껴지는 것은 시적 묘미까지 곁들인 글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굳이 장르로 분류해 보자면 콩트(掌篇)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읽기에 부담이 없다고 한 것이다. 시간 날 때마다 한두 꼭지씩 읽어나가면 된다. 그런데 솔직히 이 글은 그렇게 하도록 두지 않는다. 손에 잡고 읽었는데 어느새 중간이었고 잠시 후 뒷부분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후딱 독파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유가 뭘까. 분량이 짧다는 것, 비슷한 경험을 한 세대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 글의 내용과 조응하는 이재연 화가의 그림이 가독성(可讀性)을 높여주니까 그렇다.


아이의 입장에서 쓴 일기이기 때문에 동화의 성격도 띠고 있다. 언어 조합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실존주의 동화라고 해 두자. 이쁜 애(1~5), 서울행(1~3), 서울(1~4) 등은 여러 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인과관계까지 뚜렷해 훌륭한 서사의 맛까지 제공하고 있다.


모든 글이 마찬가지지만 일기에 사랑이 빠질 수 없다. 그것이 에로스이든 스토르게든 아니면 필리아라도 상관없다. 반세기도 더 지난 옛날 자식이 많았을 때, 가난한 부모의 아이 사랑(스토르게)이 어떤 것인지 이 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어 마음이 뭉클하다.


마을 훈장 어른댁에 다니러 온 이쁜 애와의 이야기에선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과 윤초시 손녀의 해맑은 사랑이 오버랩되어 읽는 이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참된 사랑은 계산되지 않은 것임을 깨닫게 되는 것도 유익 중 하나다.


정윤영 선생이 쓴 추천의 글도 향기롭다. 추천사 제목이 '산골짝 촌놈의 이야기'로 되어 있다. 이 책의 출판 과정에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 국어 교사 출신인 그가 말하는 좋은 글은 '진솔하고 쉬워 읽는 사람이 금세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종옥의 <몽당연필은 아직도 심심해>는 여기에 딱 맞는 글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친구의 추천사도 힘이 넘친다.


마치 지남철에 끌려오는 철 가루처럼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낱말들이 뇌리에 자리 잡았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단어들이다. 가령 다래끼, 동자개, 따개비, 영사(靈砂), 강냉이죽, 술지게미, 검정 고무신, 소꼴비 등의 말들은 지금의 아이들은 이해가 쉽지 않을 것이다.


, 특히 문학적인 글의 목적은 마음의 정화(catharsis)에 있다. 읽고 감동을 받아 순수함을 선사하며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인생 그렇게 긴 기간이 아니다. 맑고 밝게 살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일생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쓴 이종옥은 삶이 참 포근한 사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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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의 아침 시문학시인선 593
강흥구 지음 / 시문학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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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지 않지만 사적인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 보자. 강흥구 선생이 시집을 출판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냐하면 그가 걸어온 길과 문학 특히 시와는 별로 관계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학을 전공하고 그것으로 평생 학생들을 지도해 온 사람이 시를 쓴다? 하지만 또 다른 생각이 밀려왔다. 시는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순수하고 꾸밈이 없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게 시이다. 그렇다면 강흥구 만한 사람이 있는가.

 

은퇴 후에 더 바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이들의 공통점은 은퇴 후 더 젊게 산다는 것이다. 강흥구 시인만 해도 그렇다. 그는 오랜 교사 생활을 거쳐 몇 개 학교 교장을 맡아 학생들을 지도하다가 은퇴했다. 산행과 걷기 운동도 열심히 하고 색소폰도 배웠다. 시 공부도 은퇴 후 그의 생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할배는 시 공부하러 간다”, 13쪽).

 

시집 발간 소식을 듣고 그가 어떤 시를 썼을까 생각해 보았다. 고도의 테크닉을 구사하거나 비약과 상징으로 점철된 시는 아닐 것이다. 또 미사여구(美辭麗句)를 어지럽게 배열해 놓은 지적 과시 성향의 시는 더더욱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이 보고 겪은 일들을 소박하게 시로 꾸며 놓고 있었다. 

 

시집 제목이 '둥지의 아침'이다. 1부 '반달 입'에 포함된 시의 제목에서 가져 온 것이다. 좋은 표제라고 생각했다. 두 가지 의미에서 그렇다. 첫째 '둥지'는 새(鳥類)의 집을 말하는데, 사람으로 치면 보금자리, 살아가는 일상적인 집에 해당한다. '둥지의 아침'에 등재되어 있는 거의 대부분의 시는 출발 지점이 화자가 살고 있는 집이다.

 

둘째, '아침'이란 단어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인데, 여기 나오는 시들은 모두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다양하게 노래하고 있지만 그것들의 궁극적인 결론은 희망(稀望)이다. 학교 교사요 또 교회 장로로서 강 시인은 세상은 살 만한 곳이며 사람의 본성은 선(善)하다고 말한다. 성선설을 따르는 사람이다.

 

강 시인이 한 학교 교장으로 재직할 때 모두가 문제아로 보는 학생이 있었다. 퇴학시켜야 할 상황까지 간 이 학생을 양딸로 삼아 교화시킨 이야기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넉넉한 마음과 사랑이 시인이 되는 씨앗이었을 것이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시에 '사랑'이란 단어가 많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의 처녀시집 <둥지의 아침>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합해 89 편의 시를 싣고 있는데, 내용 또는 형식상의 분류는 아닌 것 같다. 부담 없이 가볍게 읽어 가면 된다. 시의 특징을 필자는 앞에서 '자신이 경험한 것을 소박하게 시로 꾸며 놓았다'고 했다. 관념의 산물이 아니라 경험의 산물이라는 말이다.

 

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빙긋이 웃음지어야 할 때가 많다. 솔직하고 천진스런 표현 때문이다. 가령 이런 시구(詩句)가 대표적이다.

 

"이만하면 멋지지 않나 싶다가도/좀 더 잘 생겼으면 해 본다"('거울', 12쪽), "바둑에 져서 화가 난다"('바둑을 두며', 25쪽), "아내를 독차지한 줄 알았는데/가슴을 훔쳐간 남자가 있었다"('아내의 남자', 38쪽), "그녀의 얼굴 떠올리다 시험 망쳤다"('아카시아꽃', 70쪽), "낯선 여자와 데이트하는/꿈에서 깼다"('열대야에 생긴 일', 82쪽), "건강 도우미 보건소가 짱이다"('건강 도우미', 113쪽)... .

 

강 시인은 학교 교장 출신이요 또 교회에서는 장로로 봉사하고 있다. 근엄의 대명사격인 직위를 두 개나 가지고 있는 사람의 생각과 표현이 이렇게 솔직할 수 있을까. 마지막 예문 '보건소가 짱이다'에서 '짱'은 아이들이 쓰는 '최고'라는 뜻의 은어이다. 학생들과 오래 생활해서 그런지 그가 사용하는 시어들이 은퇴한 할아버지의 것이 아니라 대체로 풋풋하다. 

 

시는 운율의 문학이다. 산문시로 일컫는 것조차 음악성이 배제되어 있으면 시라고 할 수 없다. 강흥구 시인의 시 전반에는 개울물 흘러가듯 졸졸거리는 운율이 가득하다. 시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말이다. 요즘 줄만 바꿔 쓰면 시인 줄 알고 미흡한 시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을 본다. 강 시인은 내용과 형식에서 나무랄 데 없는 시작(詩作)을 하고 있다. 

 

그가 프롤로그 격인 짧은 '시인의 말'에서 "은퇴 후에 시선을 나 자신에게 돌리자 꽃들의 대화가 들리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 냄새를 맡게 되었다"고 썼다. 내면에서 시심(詩心)을 조용히 가꾸고 있었다는 뜻이다. 강 시인이 은퇴하고 짧은 시 공부 끝에 '어떻게 하다' 보니 시인이 된 게 아니라 시인이 될 수 있는 조건이 잠복되어 있었다는 얘기다.

 

시를 내용상 또는 형식상 분류해서 이해하곤 한다. 서정시 서사시 극시 등은 내용상의 분류이다. 또 자유시 정형시 산문시 등은 형식을 보고 나눈 것이다. 강흥구의 시를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이 이 정도라면 시의 장르를 하나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았다. 수필시, 이것은 산문시와는 또 다르다. 그의 시는 한 편의 수필을 읽는 것 같은 장면이 그려진다. 다음을 보라.

 

"아내를 독차지한 줄 알았는데 / 가슴을 훔쳐간 아내가 있었다 //
삼십년 넘게 함께 살다 / 직장 따라 떠난 아들 / 아내의 마음까지 가져갔다"('아내의 남자' 중, 38쪽).

 

강 시인 자신의 이야기다. 자신에게는 아내요 아들에게는 엄마인 한 여인을 두고 갖는 사념(思念)에서 따스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지 않은가. 다복한 가정을 우회적으로 자랑하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 잠복해 있다. 시 '아내의 남자' 전체에 기승전결의 순서로 살을 붙인다면 그대로 한 편의 훌륭한 수필이 될 것 같다. 89편의 시가 다 그렇다. 그래서 '수필 시'라는 언어 조합을 생각해 본 것이다.

 

서두에 시집 제목 <둥지의 아침>을 설명하면서 강 시인 시의 출발이 집이라고 했다. 그러나 시의 무대는 집 외에도 학교와 교회가 있다. 그러니까 그의 시는 '집+학교+교회'가 삼박자로 호흡을 맞추면서 펼쳐진다. 이 삼박자는 조화를 이루면서 사랑의 메아리가 되어 독자들에게 파고 든다. 다음과 같은 예문을 들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먼동이 터오면 / 할배와 할매는 새벽운동 나서고 / 며느리는 / 아침밥을 준비한다(下略)"('둥지의 아침', 13쪽).

"연못은 연꽃이 공부하는 교실 / 못 가운데 동산의 능소화는 선생님이다(下略)"('연못 학교', 66쪽).

"기도 시간에 내려다보니 / 구두가 약점이라도 잡은 듯 / 빤히 올려다본다...교회에서 예배드리고(下略)"('구두는 안다', 11쪽).

 

시 '둥지의 아침'은 가족애를 그리고 있다. 가족도 흔한 핵가족이 아니라 '할아버지(나)-아들-손자' 이렇게 3대가 동거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아름다운 생활을 시로 형상화하고 있다. 여기엔 가족 구성원이 하는 일, 취미 활동, 가사의 분담까지 따뜻하게 보여준다. 강 시인 가족애의 농밀도(濃密度)를 가늠할 수 있는 시다.

 

'연못 학교'는 그의 학생 사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40년 가까운 교직 생활을 은퇴하고 쓴 시인데, 말이 쉬워 40년이지 이쯤 되면 모든 사물과 현상이 학생들과 학교로 연결시켜 생각하기 쉽다. 그의 집이 접해 있는 연화지를 학교로, 능소화를 교사로 그리고 연꽃은 학생들로 연결 짓는 착상은 오랜 기간 교직에 종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강 시인을 받쳐주고 있는 또 하나의 축은 기독교이다. 그의 삶의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시집 맨 앞에 배치되어 있는 '구두는 다 안다'에 강 시인과 기독교와의 관계를 암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기도는 눈을 감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화자는 눈을 감지 않고 구두를 내려다본다. 구두에게 약점이 잡혔다. 하나님께 일러바칠 눈빛이다. 시인의 맑은 마음이 엿보인다.

 

지면에 한계가 있어 일일이 설명을 붙일 수 없지만 그의 모든 시에는 가족 사랑, 학교 사랑, 교회 사랑이 넘쳐나고 있다. 시인이라면 누구나 진선미(眞善美)에 사랑을 녹여 시작을 한다. 강 시인도 이런 룰(rule)에 충실하게 시를 짓고 있다. 시는 필요할 때 비유와 상징의 기법을 구사하는데 강 시인도 예외가 아니다. 다음의 몇 개 예는 시인이니까 가능한 비유의 표현이다.

 

"휴대폰 자동차 지갑 없이/고양이는 하루를 잘도 살아간다"('길고양이와 나', 15쪽), "이 빠진 반달 입으로 함빡 웃는다"('반달 입', 17쪽),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말 한마디', 23쪽), "윈도우 브러시가 밤을 닦으며 공포를 겹겹이 포개고 있다"('비 내리는 밤', 33쪽), "가슴 속의 들국화로 피어 있다"('한로', 45쪽), "코스모스처럼 손 흔들고 있다"('마음의 짐', 48쪽), "야간부 만들 궁리로 대머리가 된 수달 교장선생님"('연못 학교', 66쪽), "샤워한 여인 머리 말리듯이"('뻐꾸기 소리에', 72쪽), "구도자 행색으로/찾아온 가을"('명적암의 가을', 87쪽), "두루미 떼가 초서로 날아간다"('가을 마중', 92쪽)... .

 

눈에 띄는 대로 옮겨 본 것이다. 시는 관찰로부터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수학을 전공하고 가르친 강 시인인 만큼 관찰력이 날카로우면서도 정밀하다. 다음과 같은 표현은 강 시인 외에 눈 줄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사색에 잠겼던 백로가 / 물 위로 낮게 날며 좌우로 춤을 추더니 / 날쌔게 물고기를 낚아채고 / 강가 낚시꾼을 흘깃 본다"('새벽 산책길', 88쪽).

 

관찰과 상상의 절묘한 교합이다. 이러한 표현이 시 곳곳에서 보인다. 내용이 풍성하다는 얘기다. 기독교 장로요 학교 교사를 거쳐 교장으로 마무리한 그를 꽉 막힌 사람, 사회의 흐름에는 둔감한 사람, 요즘 젊은 세대가 쓰는 용어로 '꼰대'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강 시인은 젊은이들의 속어도 유효적절하게 쓸 줄도 아는 사람이다('건강 도우미 보건소가 '짱'이다, 113쪽).

 

강 시인은 문학만을 위한 문학에 매달다리지 않는다. 지금의 사회 현상에 관심도 보인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라고 여긴다. 그는 좌우로 나뉜 이 사회가 하나 되어 화합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춘설'이 그런 시이다. 

 

"붉게 출렁이는 촛불과 / 태극기 물결 위에 / 골고루 흩뿌리는 눈발...너무 멀리 떨어진 / 좌와 우 / 하나로 모으는 춘설 / 까맣게 타버린 양의 가슴 / 달래준다"('춘설' 중, 63쪽).

 

가치를 한쪽에 부여하고 상대 쪽을 비난했다면 시뿐 아니라 시인의 위상에도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그러나 강 시인은 좌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 중용지도(中庸之道)를 걷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끝으로 이 시집의 가치는 시 해설을 통해서도 증명되고 있다. 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김송배 시인의 격조 높은 시집 해설로 강흥구를 시인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에 톡톡히 역할하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시집 출판을 맡은 시문학사도 증명된 시인의 시집만 내 주는 출판사로 알려져 있다. 처녀 시집을 시문학사에서 내는 일은 흔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강 시인의 시필(詩筆)이 깊이를 더하고 더욱 확장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독자 제현의 일독을 권한다.

 

둥지의 아침, 강흥구 시집, 시문학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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