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초록잎 시리즈 11
신운선 지음, 장선환 그림 / 해와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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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마음을 나누며 밝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


동화를 아이들 대상의 책으로 알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도리어 어른들이 읽고 깨우침을 받을 때가 더 많습니다. 순수한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삶의 이끼를 지울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끔 동화를 찾아 읽고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복잡다기한 사회 속에 정형화된 삶의 틀에 묶여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랜만에 좋은 동화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운선 작가의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해바라기)가 그 책인데, 손에 잡자마자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동화니까 그런가 보다 했지만 그것이 이유의 모두는 될 수 없습니다. 스토리가 힘이 있습니다.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는 12살 초등학교 5학년 은수의 이야기입니다. 작가가 만들어낸 주인공이지만 그를 중심으로 사실성이 뛰어난 플롯이 펼쳐집니다. 작가의 풍성한 경험이 받쳐 줬을 것입니다.


은수에게 주어진 환경은 좋지 않습니다. 부모가 이혼을 하고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아이입니다. 아빠는 회사에 근무하다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오는 물질적 빈핍이 가정을 깨뜨린 것 같습니다.


지금은 대리운전을 하며 근근히 생활합니다. 따라서 초등학교 5학년인 남자 아이 은수가 살림의 일부를 떠맡고 있습니다.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고 또 아빠의 심부름으로 장을 봐 오고… 너무 일찍 세상에 눈을 떴습니다.


그러나 은수는 그런 환경에 갇혀 있는 아이가 아닙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무척 기특하네요. ‘엄마가 없고부터는 시간이 많은 것 같은데, 시간이 없다. 편한 것 같은데, 편하지 않다. 할 일이 자꾸 생긴다’(56쪽).


은수의 현재 상태를 이렇게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봉사에 시간을 할애합니다. 봉사는 보통 사회적 약자를 돕는 데서 출발하잖아요. 어르신들의 한글 교실에 보조 교사의 일이 그가 하는 봉사입니다.


신운선의 동화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는 왕자와 공주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도리어 그 반때 쪽 이야기입니다. 환상을 좇게 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엮어나가고 있습니다. 그 속 잠복되어 있는 삶의 향기가 따스하게 다가오지요.


물과 기름 같으면서도 우정이란 매개물의 중요성이 피어납니다. 은수와 민세의 관계에서 말입니다. 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같지만 은수와 은지는 서로 위해주는 마음이 훈훈합니다. 그 사랑이 이어져서 무르익을 순 없을까요?


이 책 은수와 아빠의 대화에서 은수는 높임말로 대화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버릇 없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뗄 수 없는 동질감? 복지관에서 받은 떡을 아빠에게 전하는 대목에선 울컥하게 되더군요.


이 책에는 여러 컷의 그림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장선환의 그림입니다. 건승으로 보면 발견하기 어렵지만 은수를 비롯한 각 등장 인물들의 그림이 시종 통일성을 보여주고 있는 게 신기합니다. 착하고 예쁘고 굵직하고 씩씩하고 노련한....


권정생 선생의 <강아지똥>은 보잘 것 없고 버려진 것에 소중한 가치를 부여한 동화입니다. 승자독식의 세계에선 맥을 출 수 없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선 자기 몫을 톡톡히 해 내는…. 은수도 이런 아이가 아닐까요? 장도를 축복합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따뜻한 심장의 고동 소리를 듣는 듯했습니다. 그 소리가 혹 멈추지는 않을까 홀로 조바심을 무척 냈습니다. 은수를 이렇게 멋진 아이로 그려낼 수 있는 작가라면 혼탁한 사회를 위해서도 할 일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맑고 밝은 사회를 가꾸어 나가는 데 동화만큼 유용한 도구가 없습니다. 동화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책이라고 한 이유도 이런 데 있습니다. 쉬우면서도 해맑은 언어로 장편 동화를 만들어 낸 작가 신운선에게 큰 박수 보냅니다.


마음이 청결해지고 싶은 사람, 순정에 기초해 장밋빛 미래를 설계하고 싶은 사람, 그래서 주위에 따스함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남녀노소 불문입니다. 정말입니다. 서평자가 책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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