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구조는 이처럼 명확하고 간결합니다. 이 책의 에필로그를 담당하고 있는 리처드 도킨스의 글을 잠깐 볼까요. 뭐랄까, 리처드 도킨스의 에필로그는 제게 일종의 도끼였습니다. 전공지식이라는 오만의 얼음장을 산산조각 내 주었달까요. 문득, 자신이 어떤 분야를 잘 안다고 생각할수록 정작 핵심적인 부분에선 멀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위의 첨부된 사진에서 보이는 도킨스의 논의는 사실 생명윤리의 진부한 예시입니다. 배아줄기세포는, 인간이라는 개체로 성숙될 수 있기에 생명으로 간주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도킨스는 애초에 그 시작점에서 질문을 던집니다. 그게 정말 맞느냐, 그렇다면 왜 다른 동물들은 육종을 개량해 스테이크를 해 먹을 수 있었고, 수박의 종자(씨)를 없앨 수 있냐는 등의.. 섬뜩한 예시를 들어주는 겁니다. 리처드 도킨스는 결코 인간의 개량을 옹호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 생각조차 가질 수 없는 상황을 위험하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머리가 띵해져 옵니다. 저는 배아줄기세포는 생명으로 간주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게 진리라고만 생각했던 게 아득해져 오는 겁니다. 우리가 진리라고 강경하게 믿고 있는 것들은 사실 얼마나 연약하고 허망한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관련분야의 전문 지식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용기내 목소리를 높이는 책이기에, 그 자체로 상당히 유익합니다. 책의 설정부터 담고 있는 컨텐츠까지 시종일관 흥미롭기도 해서 개인적으로는 많은 분들께 강권하고 싶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