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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전집 4 - 국가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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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국가... 딱 보는 순간.. 역시나 두껍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걸 언제 다 읽을까 부담이 되기도 했고, 과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꺼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항상 두꺼운 고전은 중간에 그만두곤 하므로) 하지만 다행인 것은 역자가 천병희 선생님이라는 것이었다. 천병희 번역의 글은 다른 것들보다 읽기가 쉬운 편이라 꼬박꼬박 챙겨보는 편이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덜고 읽기 시작했다.

 

그럼 플라톤은 누구인가? 간혹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오늘날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 '옛날 사상가' 라고. 책이 참 어렵기만 하고.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그러나 그건 플라톤에 대한 오해다. (아니 플라톤의 책을 성실하게 읽지 않은 이들의 오해인가?) 플라톤은 단순히 옛날 사상가라고 치부하기에는 혁신적이며, 플라톤의 <국가>에는 오늘날에도 배울 만한, 생각해 볼 만한, 어쩌면 논란이 될 만한 혁신적인 주장들이 담겨있다. 방대한 양을 다 다루기는 힘들기 때문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제 5권에 대해서만 논해보자.

 


너무나 혁신적인 <국가> - 제 5권. 남녀평등과 공유제

플라톤은 당시 사회적 관습에 반해 매우 혁신적인 구상을 했다. 당시 그리스 사회는 가부장제 사회로 여성의 지위가 매우 열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톤은 남녀가 모든 일을 공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놀라운 민주주의를 달성했던 그리스였지만, 여성에게는 아무런 권리도 없었는데, 플라톤은 이미 2500년 전에 강력하게 남녀평등을 설파한 것이다.

플라톤은 여자가 단지 남자보다 약간 약하다는 것 말고는 양자 간의 근본적인 성향의 차이는 없다고 주장한다. 통치하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가 해야 하는 일이 있고,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가 해야 하는 일은 없다. 오히려 여러 가지 성향들이 양자에 모두 비슷하게 흩어져 있어, 모든 일에 여자나 남자나 자신의 성향에 따라 관여할 뿐이다. 그러므로 남녀는 같은 일을 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같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때문에 플라톤은 남성은 물론이고 여성도 통치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서로 다른 것을 '내 것'이라 부름으로써 나라를 분열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오히려 수호자들은 같은 것들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고 같은 목표를 추구하며 되도록 고통과 기쁨을 공유하게 될테니 말일세.

그들은 몸 말고는 사유한 것이 없고 모든 것을 공유하는 까닭에 그들 사이에는 소송과 고소가 사실상 사라지지 않을까? 따라서 그들은 돈이나 자식이나 친족을 소유함으로써 발생하는 온갖 파쟁에서 벗어날 것이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에게 아첨하는 것, 빚을 갚지 못하는 것, 어떻게든 돈을 융통해서 가정을 꾸려나가는 온갖 어려움들을 겪지 않을 것이네. (p.293 ~p.295)

 

 또한 그는 이상국가에서는 모든 것이 공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부모와 자식 및 아내를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유재산도 모두 포함된다. 모든 남자들과 모든 여자들은 서로 공유하게 되어 있고, 어떤 여자도 어떤 남자와 개인적으로 동거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그들은 아이들도 모두 공유하게 되어 있으며, 부모와 아이들이 서로 알아보지 못하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단지 공동체의 갈등과 분열을 막기 위한 것이며 남녀의 무차별적인 성적 자유를 위한 것은 아니다. 위에서 보면, 플라톤은 공유제의 장점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처자공유와 사유재산 소유금지. 이 문제들에 대해서는 오늘날 논란의 여지가 많을 것이다. 나 역시 많은 부분을 생각 하게 된다. 하지만 사회 지배층에게 사유 재산을 허용하면 권력을 이용하여 부정부패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진정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조건으로 지배층의 사유 재산을 소유하지 말아야 한다는 플라톤의 제안은 정치인들이 권력을 이용해 사리 사욕을 채우거나 사회 지배층이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오늘날, 여전히 유용해 보이지는 않는가?

 

플라톤의 <국가>는 독자들에게 플라톤에 대한 오해를 푸는 책이자 무엇보다 읽어야 하는 의무만 있고 읽을 수 없는 고전을 읽을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이미 2500년 전에 생생하게 복지국가의 이념을 설파한 그가 놀라웠고, 대략 2500년 전 플라톤이 살던 시대와 현재는 다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회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변함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이 책은 오늘날 우리에게 올바름이란 무엇인지 끝없이 고민하게 만들고,  현대 사상가들에게 여전히 새로운 사유를 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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