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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격 -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격의 미스터리!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손민중.김홍래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평점 :
주류 경제학에서는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고 전제하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여기서 '합리적'이라는 것은 자신의 이익이 되는 것을 충실하게 선택한다는 의미이고, 여기서 이익의 기준은 가격이다. 따라서 가격은 경제학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가격 결정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식으로 이어지는 뒷 이야기들은 여기서는 생략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러한 전제들이 맞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별다른 이의 제기를 하지 않고 주류 경제학을순순히 받아들이는 편이다. 급히 예를 하나 만들어보겠다. 길을 걷는데 판촉행사로 경품을 나누어주고 있다. 몇개든 가져갈수 있을 만큼 가져가라고 해뒀다면 양주머니와 가방에 그득 담고 양손에도 집에서 가능한 많이 챙겨가는 것이 이익이다. 그런데 소개팅에 이상형이 나와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걷고 있는데 같은 조건의 판촉행사가 벌어지고 있다면 어떨까? 애써 무시하거나, 한개 정도만 받아 갈 것이다. 현실에서는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도 고려해야할 것이고, 그 경품의 가격이외에 체면과 같은 것도 생각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문이 들면, 앞서말한 전제는 조금 수정되거나 부연설명 된다. 그러면 이렇게 될 것이다. '얻을수 있는 경품의 가격과 내 체면의 가격을 비교해서 더 큰 것을 선택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판단할때 이런 틀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것 같다. 이런 식의 보완을 거치면 주류경제학의 전제는 틀리지 않은 것이 될 수는 있는데, 그러다보면 애초의 인간의 판단 근거를 명확히 해주던 의미가 사라진다. 그 체면의 가치란 어떻게 측정할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사람(의 낯의 두께)에따라 그 가치가 다 다르다기 때문이다.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이러한 흥미로운 생각을 진지하게 정색을 하고 전개한다. 목차 자체가 쉽게 가격을 매기기 힘든 것들로 나뉘어있는데, 생명, 신앙, 미래와 같은 흥미로운 주제들도 포함되어있다. 그런데 이 책을 처음 펼쳐들었을때 기대했던 것은 이런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정가가 붙여있는 물건 같은 것과 가격을 측정하기 곤란한 것들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가격을 측정하기 곤란한 것들의 가격을 알 수 있다면...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 내는데 유용하게 이용할수 있겠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예를 하나 들자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 최근에는 투표를 하고 나면 고궁이나 시설물 이용할인권을 준다. 그러나 당일에 한하여 사용이 가능한데다가 다른 할인에 비해 크지 않아서, 즉 그 가격이 높지 않아서 투표를 하지 않으려는 귀찮음을 극복할 만한 유인이 되지 못한다. 만약 투표를 하고 그 투표확인증을 제출해서 연말 소득공제에 세액공제를 해준다면 어떨까? 이럴때 적정한 세액공제액은 얼마일까? 결국 답은 투표일에 투표장에서 줄을 선다는 행위 + 누군가를 고르기 위한 정신적인 노동의 가격을 안다면 적정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이 책은 정확한 가격을 알게 해주지는 않았다. 다만 상황별로 가격을 매기기 힘든 것들에 가격을 매기기 위한 사례들을 보여주는데 그 자체로 재미도 있고 여러가지 생각할 만한 꺼리를 많이 제공해준다. 가격을 매기는 일만 국한시켜서 생각한다면 이 책은 가격을 매기는 일에 도움을 준다기 보다는 오히려 가격을 매기는 일의 모호함을 더욱 두드러지게 해준다.
이 책의 미덕은 오히려 물질적인 가격으로 모든 것의 기준을 삼는 이때에 비록 가격을 매기기에는 힘들고 모호하지만 세상에는 '가치' 있는 일들이 많이 있다는 점을 알게해주는 것 같다. 방법보다는 새로운 시각을 소개받았던 즐거운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