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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 비판 - 지식 경제 시대의 부와 분배
가 알페로비츠 & 루 데일리 지음, 원용찬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휩쓸면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이에 대한 깊은 이해는 없지만, 불평등의 심화는 피부로 느낄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도 동의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아마도 무한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와 제도들이 이러한 불평등을 심화 시켰을 것이라고 추정해 볼 뿐이다. 그러다보니 '독식비판' 이라는 이 책의 제목을 봤을때 그다지 끌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맞는 말이긴 하되 별 새로울 것이 없을 것 같고 읽는 내내 마음만 답답해 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원제는 'unjust deserts' , 우리 말로 하면 '부당한 보수' 정도 되는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서평을 써야하니 다소 의무적으로 책을 집어들었다.  

책은 부당하게 부를 챙긴 자본가들과 금융위기를 촉발한 월스트리트 등을 거세게 비난 할 것이라는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생산성의 증가, 이익의 증가, 부의 증가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지를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고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책의 거의 절반 이상을 이러한 설명을 하는데 할애되고 있다.  

여기서 가장 큰 전제는 두가지이다.  

'인간은 자신이 노력하여 얻은 것을 소유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으로 얻지 않은 것은 다 사회로 부터 나온 것이므로 개인의 것이 아니다.'  

첫번째 명제는 자본주의의 근간이라고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내용이다. 다만 두번째 명제는 흔히 무시되고 있다. 아마도 의도적으로 은폐되고 있는 것 같다. 왜냐면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반박하지 못할 명백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책에 나오는 일례로, 워렌버핏이 스스로 '자신이 미국이 아닌 방글라데시 같은 곳에 태어났거나, 아니면 현재가 아닌 1700년대의 미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지금과 같은 큰 부를 얻을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한 대목이 나온다. 이 한 가지 예만 보더라도 현재 개인의 능력으로 쌓아올렸다고 오해되는 개인의 부는 사회적인 맥락과 사회가 수천년동안 쌓아온 시스템위에서만 가능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의심의 여지가 없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사회적으로 은폐되고 있기 때문에 저자는 여러가지 예와 설명을 동원하여 인간의 지식이란 어디서 오는지, 과학의 발달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생산성 향상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조목조목 설명을 해나가고 있다.  

여기서 재밌는 현상이 하나 언급되는데 큰 부를 쌓은 거대한 발견이나 발명의 시점에는 항상 그것을 거의 동시에 생각해 낸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미적분 방법을 발명한 뉴튼과 라이프니츠, 전화기를 발명한 벨과 엘리샤 그레이, 안토니오 메우치 등의 존재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사회가 이러한 발명/발견을 낳을 정도의 여건을 이미 축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로 쓰인다. 즉, 극단적으로 말하면 뉴튼이나 벨이 없었어도 미적분 이나 전화기는 세상에 등장했을 것이고 다만 약간의 시간 문제였을 것이라는 것이다. 즉 어느 개인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신의 힘으로 얻어지지 않은 이 나머지 부분(여기서는 잔차 residual 이라는 어려운 말을 사용한다) 을 개인이 갖는 것은 부당이득 unjust deserts라는 것이다.  

여기서 이 책이 부의 불균형을 거센 어조로 비판하리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비교적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는지를 알수 있다. 부당이득과 이로인한 부의 불균형은 21세기 초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비록 암묵적이겠지만) 조직적으로 은폐되었지만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나온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을 제외하면 180페이지 가량되는 이 얇은 책은 군더더기 없이 그러나 뭔가 빠뜨린 느낌없이 정확하게 할말을 다 해내는 미덕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책을 읽는 나로서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여러가지 내 주변의 현상들과 연결해가면서 생각을 확장할수 있어서 즐거웠다. 가령 내가 최근에 열광하고 있는 TED는 '자신이 가진 지식이란 우리를 앞서 살아간 사람들과 동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서 얻은 것이므로 나 역시 이를 (무료로)공유하자'라는 아이디어에 기반하고 있으며, 무료로 동영상을 세계인과 나누기 시작한후로 부터 엄청난 파급력을 갖기 시작했다. (무료로 동영상을 나눌 수 있는 것 조차, 인터넷과 동영상서비스가 가능한 브로드밴드 인프라.. 역시나 다른 사람들이 쌓아놓은 기반위에서 가능했다) 사람들은 이제 지식을 가두어두고 그로부터 얻어지는 이익을 소유하면서 살아갈것인지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하면서 그로 인한 상승효과를 통해서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면서 살아갈 것인지하는 두 가지 아이디어 사이에서 선택을 하게 된다.  

뉴튼이 이런 말을 했었다. '내가 조금 더 멀리 보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기 때문이다' 라고.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참 겸손하다 라고 생각했었다. 스티븐 잡스는 유명한 스탠포드대학 졸업 축사에서 '자신이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쫒겨 났을때 실리콘벨리의 선배들에게 말도 못할 미안함을 느꼈다'라고 이야기 했다. 이 말을 들었을 때는 학연도 지연도 없는 이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간은 시공을 초월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고 도움을 받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들인 것 같다.  

이 책의 의도는 '부당한 이득'의 이론적인 근거를 설명하는 것이었겠지만, 내게는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는 점 그리고 살아가면서 작지만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도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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