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적으로 연구한 세계의 빈곤을 없애는 방법

<이코노믹갱스터/린치핀>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이코노믹 갱스터 -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경제파괴자
레이먼드 피스먼 & 에드워드 미구엘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즈니스맵 / 2010년 9월

'이코노믹 갱스터'라는 단어는 생소하지만, 그 의미는 그냥 직역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패한 정부와 결탁해서 경제적 이익을 갈취하는 집단을 말하는데 주로 (표면적으로 나마) 경제를 살려 국민들을 먹고 살게끔 해주라는 원조를 착복해서 자신의 사욕을 채우는 무리들을 지시하는 단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저자들이 '이코노믹 갱스터'에 주목하는 이유는 세계에는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극빈층이 존재하며, 이 들을 구제하기 위한 국제 원조의 손길이 극빈층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이런 무리들에게 '이코노믹 갱스터'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이들이 어떤 패턴으로 행동하는 지를 알려서 이들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것이다. 

수 십 년 전에 한국이 그랬듯이 지금도 많은 국가들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으며, 빈곤은 다시 폭력과 부패로, 그리도 다시 더한 빈곤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한 어떤 국가는 그런 어려움을 딛고 성장해서 먹고 살만하게 되었는데 어떤 국가는 여전히 그 굴레를 벗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는데 저자들은 이를 마치 실험실에서 여러 가지 변수를 통제하면서 실험을 하듯이 혹은 (자신들이 표현했듯이) CSI 수사관들이 단서를 끌어 모으듯이 조심스럽게 추정하는데 이 과정이 재미있다.  

조심스럽게 추정하는 주제들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빈곤으로 인하여 부패와 폭력이 발생하는 것인가? 아니면 부패와 폭력으로 인해 빈곤이 발생하는 것인가?
경제성장에 부패행위가 악영향을 끼칠까? 아니면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좋은 영향을 끼칠까?  

부패의 수준은 그 나라의 경제력과 관련이 있을까? 아니면 그 문화와 관계가 있을까?    

그런데 그 과정과 결론이 조심스러워서 오히려 복잡한 세상사를 좀 더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가령 책 내용 중에는 뉴욕에 UN주재 (면책특권이 적용되는)외교관들의 주차 위반 건수를 통해서 각 나라의 부패 정도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려는 실험이 있었는데 척 보기에도 외교관의 주차위반 건수는 그 나라의 부패 정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음에도 또 다른 이면을 보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 미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정도를 살펴보거나 그 나라의 소득수준(어떤 나라의 경우는 정상적으로 한 달간 주차요금을 내면 1인당 국민소득의 2배를 내야 하는 속사정을 살펴보기도 한다. 

이 책의 장점은 이론적인 것과 구별되는 실제적으로 실효성이 있는 답을 찾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의학적 발명을 검증하는 데 쓰이는 무작위 임상 실험을 중요하게 언급하는 것도 국제 원조라는 한정적인 자원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을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쓰일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저자들의 관심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크게 관심이 없었던 세계 빈곤의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멀지 않은 과거와 지금까지 이어오는 우리나라의 처지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끝으로 콜럼비아 보고타 시장이었던 안타나스 모쿠스의 인상적인 사례를 메모한다.
** 마약과의 전쟁의 후유증과 살인과 범죄의 소굴이라는 명성을 지닌 보고타를 맡게된 모쿠스가 공직을 맡자마자 시작한 일은 시내 번화가에 광대들을 배치한 일. 배치된 광대들은 교통 법규 단속을 도왔지만, 일반 경찰이 지닌 권총이나 위반스티커와 같은 대신, 위반한 사람들을 따라하는 과장된 몸짓과 웃음 섞인 조롱을 가지고 활동했다. 이 활동은 대단한 인기를 모아 몇달 사이에 교통신호 준수율이 26퍼센트에서 75퍼센트로 급증했다고 한다. 물론 이를 시작으로 모쿠스의 개혁은 범위를 넓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