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2009, 1996)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사 : 현대문학


'가가 쿄이치로' 시리즈 중 네번 째 작품.
이 작품의 특이할만한 점은 먼저 접할 수 있었던 '내가 그를 죽였다' 와 마찬가지로 범인을 밝히지 않고 끝을 낸다는 점이다. 힌트는 늘어놓고 조합은 독자의 몫이라는 것인데, 난 명탐정은 꿈도 꾸지 말아야겠다. 논리적 사고와 객관적 시야, 상식으로부터의 탈피를 지향하는 나로서는 이런 계기를 통해서 반성을 하게된다. 아직 멀었구나 라는. 끝내 뒷부분에 첨부된 해설집을 보고서야 납득하고 말았다.


야스마사는 여동생에게서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를 받은 후 불안해졌다. 그리고 수일 후 걱정스런 마음으로 여동생이 살고있는 집으로 찾아왔고, 발견한 것은 여동생의 시신이었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교통과 경찰인 야스마사는 자신이 원인을 밝혀내겠다는 마음에 주요 증거품을 미리 수집하고 점차 진실에 접근해간다. 그리고 가가는 그런 그가 무모한 짓을 하지 않도록 막으려하는데...
 


제목에서 직접적으로 밝히는 것처럼 유력한 용의자는 두 명이다. 그리고 범인은 둘 중 하나라고 밝힌다. 둘 중 누가 범인인지 맞춰보라는 작가의 의도는 찍어서 맞춰보라는 것이 아니다. 50%의 확률이지만 쉽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논리적인 접근만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힌트가 주어진다고 하지만 사실, 나같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힌트를 알아보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경우가 많다. 특히 글을 읽어나가면서 즐길 수 있는 것은 야스마사와 가가형사와의 관계, 감정과 상황의 변화에 치중되기 싶기 때문에 힌트를 찾아내서 진실에 논리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변명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모르는 건 모르는 것이니까. 게다가 나만 몰랐다고는 생각지않는다. 허헛

더불어 근래에 안좋아진 반성거리 하나만 더 말하련다. 해설집을 참고하면 아하~! 하면서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디테일에 감탄을 하게된다. 당연한 것이지만 한 문장, 한 단어에도 작가의 의지를 실어 제각기 기능하는 모습은 확실히 흥미롭다. 알고나면 간단한 것이고 무릎을 치게 만들지만, 막상 읽어나갈 때는 흘려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독서습관에 그 원인이 있기도 했다. 영화든 책이든 작가의 의도와 디테일을 읽어보려 노력하고 수련했었지만, 양(量)의 유혹에 넘어가 속독에만 치우치게 되었고 장르문학이라 쉽게 생각했던 것도 있었다. 어줍잖은 마음가짐으로 글을 접하니 눈은 흐려지고 진실이 보일리 없는 것은 당연할 터. 창피스러울 뿐이다.

세상엔 '그냥'이라는 것이 없다. 모든 원인과 결과는 나름의 법칙으로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모든 법칙을 외울 필요도 없고, 모두 깨달을 수도 없다. 다만, 선배가 말한 것처럼 논리적 이성을 놓지않고 배움을 잊지않는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누나. 멀었다. 멀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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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잠자는 숲 眠りの森 (2009, 1989)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사 : 현대문학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쿄이치로' 시리즈 두번째 작품.
냉철한 사고를 소유하면서도 감성적인 이미지를 노출시키길 꺼리지 않는 매력적인 형사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의 독특함은 언급한 것처럼 주인공의 감성을 노출시키는 것에 있다. 대부분의 미스터리에선 주인공에게 그런 역할을 맡기지 않는다. 감성적 드라마의 형성은 캐릭터의 관계에 맞겨놓고, 때로는 그런 관계에서 미스터리를 형성시키기도 한다. 주인공의 임무는 논리적 사고로 엉킨 감정의, 혹은 트릭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그에비해 가가라는 인물은 피해자에게 동정심을 내비치며, 분노할 줄도 알고 심지어 연심마져 품을 수 있는 그런 인물이다. 뭐, 비중은 그런 점을 의식할 수 있을 정도만.


다카야나기 발레단 내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침입자에 대한 정당방위로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범인으로 여겨지는 사람이 뻔히 밝혀진 사건이지만 수사가 진행되고, 그 가운데 발레단의 연출가가 살해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연이어 살인사건이 발생되지만 발레단원들은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 수사는 난항을 겪게되는데.....

발레단이라는 특수함과 유사한 집단이라면 비슷할까?
예술이라는 특수성과 경쟁, 현실과의 괴리감 등이 폐쇄성을 유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발레단이라는 집단이 보이는 폐쇄성과 함께 살인사건의 수사라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약간의, 아주 약간의 시너지 효과는 보이는 듯 하다. 더불어 앞서 언급한 '가가' 가 품고있는 연심! 발레리나를 사랑한 B....가 아니고 형사는 아주 잠시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의 사랑은 이뤄지나? 하핫.

'가가 쿄이치로' 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 이 시리즈에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은 역시나 주인공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은 단편집 '거짓말, 한 개만 더'를 통해서였는데, 기본적으로 회색 빛을[각주:1] 띄고 있지만 간혹 스치듯 따스한 느낌의 빛깔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발레라는 분야에 대한 이해가 적기에 분위기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사건 자체와 캐릭터에 대한 이해만으로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글쓴이 역시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접근성은 다른 작품보다 좀 떨어졌다 싶었다. 물론 모르는 나 자신을 탓하는 얘기다.


★★★

+ 본문의 이미지는 인용의 용도로만 사용되었습니다.
+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출판사에서 갖고 있을겁니다.
 

 



  1. 그는 탐정이 아닌 형사라는 입장에 있다보니 그만의 개성을 드러낼 기회가 많지 않다. 언급한 감성적인 부분도 드물기 때문에. 굳이 색으로 표현하자면 무색이나, 논리적 접근을 표현하기 위한 회색이 적당할 듯 싶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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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숙명   (2007, 1990)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사 : 창해


1985년 '방과 후'로 데뷔한 그의 초기작을 보면 그 역시 '범인'과 '트릭'에 비중을 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작품을 기점으로 그 작풍은 뚜렷하게 변화하게 되었다. 그 역시 인터뷰에서 밝히듯 상당 수의 미스터리 소설이 '범인'과 '트릭'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비관하고 스스로 극복하고 하는 의지를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특성은 오늘 날까지 이어져 '히가시노 게이고'하면 어떤 글을 쓰고 있는 작가인지 뚜렷하게 특징지을 수 있을 정도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UR전산 이라는 대기업의 CEO가 살해당했다. 때에 어울리지 않게 화살에 맞아 살해당한 사실은 용의자의 폭이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 국한된다는 사실을 전달하기도 한다. 그런 살인사건을 통해서 어렸을 때부터의 숙적, 아키히코와 유사쿠는 재회하게 된다. 사건과 그 둘의 재회는 마치 예정되어 있는 것처럼 이뤄지는데, 이 가운데 과거의 놀라운 음모가 감춰져 있음을 알게된다.
   
 

글쓴이의 작품들을 접해본 이라면 그의 네이밍 센스가 직설적이고 간결하다는 것에 익숙할 것이다. 이 작품 역시 마지막에 드러나는 비밀을 직접적이면서 담백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특성은 글쓴이가 살인사건의 범인과 트릭이 아닌, 등장인물의 관계와 이 작품의 설정에 큰 비중을 싣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살인사건의 결과가 드러났을 때 어쩌면 허탈한 느낌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것을 알 시점이면 그 결과가 이 작품 속에서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는 단계이기에. 물론 이 작품 자체가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긴 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얽혀 있는 플롯을 풀어가는 과정은 단순 살인사건의 결과보다 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스릴러의 긴장감보단 마치 누군가의 먼지 쌓인 오래된 일기장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의미없지만 젖어들 수 있을 것 같다.

매번 느끼는 점이지만 글쓴이는 기능적인 문장을 잘 구사한다. 그의 글에서 감성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정교하게 짜여진 결과일 뿐이다. 미학의 문장을 추구하진 않지만 그가 구사하는 기능은 확실히 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 작품 또한 언급한 것처럼 정교하게 짜여진 플롯과 캐릭터를 통해서 '숙명'이라는 단어가 전달하는 무게감과 설정에서 비롯되는 미스터리를 즐길 수 있다. 그의  글을 읽어왔다면 반드시 이 작품을 거쳐가야 한다는 점은 마치 숙명과도 같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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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화차 (2000, 1992)

글쓴이 : 미야베 미유키
출판사 : 시아출판사



요즘처럼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몇 장의 서류,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문자와 숫자가 대체하고 있다. 아, 한국에서는 13자리의 숫자를 포함해서. 그리고 우리는 그 몇 자의 문자와 숫자가 그 사람을 나타내고 있다고 너무나 쉽게 믿어버린다.
이 책에서는 그런 문자와 숫자를 통해 누군가가 나의 아이덴티티를 통채로 빼앗아가버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총기사고로 휴직 중이던 경찰관 혼마는 느닷없이 찾아든 조카의 부탁을 받게된다. 그것은 실종된 약혼녀를 찾아달라는 것. 대수롭지 않게 실종된 약혼녀, 세키네 쇼코를 찾아나서게된 혼마는 놀라운 사실을 접하게 되는데, 그것은 조카의 약혼녀인 쇼코와 2년전까지 존재해 온 쇼코가 서로 다른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면 조카와 약혼한 쇼코는 누구인가? 그리고 원래의 쇼코는 어디로 갔는가?


1992년, 글쓴이에게도 비교적 초기 작품인 이 작품은 미스터리 속에 사회적 이슈를 녹아 넣은 그녀의 특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하지만 서두에서 말한 것과는 달리 주된 화두로 삼은 것은 '소비자신용' 문제에 대한 것이다.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간략화되고 단순화된 신용문제와 그로부터 파급되는 여러 현상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시선이 곁들어있다.
물론 이 당시에도 충분히 사회적 이슈로 다뤄졌던 문제이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서도 여전히 뚜렷한 해결책 없이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책이 쓰여진지 약 20년이 지났음에도 독자에게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있다. 매달 나오는 카드 값으로 고민 한 번 안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난 이 책에서 단순히 신용문제가 일으킨 사회적 변화에 대해서 주목하기 보다는 (물론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일의 원인이며 근거가 되는 것이지만) 누군가가 감쪽같이 나를 대신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에 더 주목하고자 한다. 단순히 작품 내 설정일 뿐이잖은가? 라고 치부할 것인가? 실제로 오늘날 개인정보 누출과 주민번호 도용이 이뤄지고 있잖은가. 미성년자 아이들은 온라인 게임을 하기 위해서 부모님의 주민번호를 너무나 쉽게 도용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오히려 개인의 신상정보를 쌓아놓은 DB가 없던 시절, 얼굴과 육성으로 개인의 개체성을 입증하던 시절은 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각주:1] 발달된 문명의 폐해라고 치부하기엔 좀 유치해보이고(편리함을 누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 분명 개선책이 필요한 문제이지만 나아지는 모습은 아직 보이질 않고 있다. 기업은 여전히 '너 믿지 못하겠다'며 개인 신상정보를 다 공개하길 요구하고(잘 관리하는 것도 아니면서), 개인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거짓된 정보를 제공하길 서슴치 않는다. 그냥 답답하다는 생각만 든다.

얼마전에는 영화가 아닌 현실 속에서 페이스 오프가 이뤄졌다는 뉴스를 들었다. 물론 뉴스에서는 한 생명의 정상적인 삶을 위해서 이뤄진 의료행위임을 알렸다. 하지만 이것을 보니 얼굴로도 이젠 개인의 개체성을 증명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남은 것은 유전자 뿐인가. 언젠가 온라인 사이트 하나 가입하기 위해서 유전자 감식을 해야하는 시대가 올 것인가? 오버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어떤 시대가 올지 아무도 모르니 그냥 우겨볼란다.

신용문제도 그렇고 개인정보 문제도 그렇다.
아직 사회적 시스템은 불안정하고 항상 문제를 끌고 다닌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마냥 부정하고 질책하는 것이 아닌 같이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겨진다.
이 작품에서도 소비자신용 문제에 대해서 무조건 부정하고 있진 않다. 그로인해 발생되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개선책을 찾아보자는 의도가 엿보이고 있다.
그려. 그런 마음가짐이 남아 있는 한 이 사회도 아직 살만 한 곳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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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함부로 읽지마라!
최인호 지음 / 밀리언스마일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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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 함부로 읽지마라

최인호
밀리언스마일북스/ P.255

오래간만이다.
독서론에 대한 책을 보게 된 것도,
그로인해 감성적 흔들림을 느끼게 된 것도.
제목에서 느껴지는 공격성에 나도 모르게 반응하게 된 것은 글쓴이의 감성적 글쓰기에 기분이 좋았던 탓일까? 

1부 책, 이렇게 읽어라
2부 이런 책을 읽어라
3부 감상은 이렇게 해라

유용하다
1부에서 말하는 독서론은 인상깊긴 하지만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것이다. 이미 기존에 존재해온 독서와 관련된 여러 서적에서 지적해온 사실일 뿐이고, 일반화된 객관적 사실을 다시 한 번 들춘 것일 뿐이다. 다만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을 갖추기 위하여 과거의 책 혹은 이론과의 결합을 시도한 것은 좋은 느낌이 든다. 
 

유용하다. 말 그대로이다.
이미 검증되었고, 유명한 독서가들이 이미 동의해온 일반화된 사실은 독서를 하기에 확실히 유용해보인다. 이런 사실을 기반으로 글쓴이는 이해를 돕기 위해 자기만의 화법으로 말하고 더불어 현대인의 상황과 관점을 고려하여 적용점을 찾아주니 친절하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의 감상문을 공개해 단순히 읽은 책을 말하는 것이 아닌, 정말 자신의 감상에 포커스를 맞춘 글도 좋은 의미에서 참고가 될 듯 하다.

아무튼 왠지 정체되어 있는 독서력을 고민하는 독자라면 조금은 자극을 받게 될지도.

자신감은 좋지만
자극을 받는 것이 단순히 독서와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글쓴이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1부를 읽어나가면서 든 생각은 ‘마치 오랫동안 교편을 잡으시다 정년퇴직하신 노년의 분께서 독서와 관련된 현 상황을 개탄하다 못해 울분을 토하고 있는 것인가? ’이었다.
 

보수적이었다.
옳은 이야기를 하는 화법이나, 책을 선별함에 있어서 완고한 노년의 모습을 엿봤다. 글쓴이 스스로가 독서론 가운데 ‘작가와의 대화론’을 언급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독자와 대화할 의지가 없어보였다. 책을 쥐고 있는 나는 ‘글쓴이’와 ‘독자’의 관계가 아닌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로 가르침을 주입받고 있었다. 더불어 일부 어휘는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함에 있어서 객관성을 스스로 유지하지 못하고, 독자를 차별화하는 경향도 어렴풋이 엿보인다.1 분명 제목만큼이나 이 책이 보여주는 공격성은 농후해 보였다. 그리고 그러한 특성은 오랜 시간동안 책과 함께해 온 노년의 의사(義士)(?)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글쓴이가 너무 궁금해졌다. 어떤 이력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혹시 다른 저서는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찾아본 결과는?
당황스럽다 못해 너무 허탈해졌다.
추천사에 ‘메가스터디’라는 이름이 있는 것에 대해 약간 의아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글쓴이가 ‘메가스터디의 스타강사’라니. 그것도 꽤 젊어보였다.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있었다.
물론 이런 것도 편견일 게다. 깨달음에 나이나 직업은 상관없겠지. 선입관에 눌려 순간 실망해버린 나의 문제이지만, 그래도 변질된 느낌과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웠다. 공격적이지만 진중한 화법이 의도된 컨셉은 아니었는가? 라는 생각에 상상 속에서 펼쳐지던 노년의 진실함이 그 힘을 잃었다. 아쉬웠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마냥 유쾌하게 읽을 수는 없었다. 내 나이도 아직 젊기에 불끈거리는 마음을 달래가며 읽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감성적으로 말하는 글쓴이의 글을 읽는 것이 꽤 즐거웠다. 유용한 지식도 지식이지만, 최근 장르문학의 기능적인 문장만을 대하다가 이렇듯 감정이 담겨 있는 문장을 오랜만에 접하게 된 것이 즐거웠다. 글쓴이 역시 오랜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접하면서 쌓인 나름의 깨달음을 전달하는 것이었을 테니 그 가치를 무시할 수도 없을터. 앞서 단점처럼 지적한 이야기들은 이 책의 매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동일한 이유로 고교생들에게나 좀 더 제대로 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듯하다.2 그리고 글쓴이는 특정 독자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하지만 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냥 함부로 읽으라고.

★★★

 

  1. 이 책은 책을 읽고자 하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글이 아닌, 최소한 정기적으로 책을 읽고 있는 독자를(다만 내공의 차이가 있는) 대상으로 쓰여졌다고 본다 [본문으로]
  2. 공격적인 성향의 화법뿐만 아니라 이해하기 쉽도록 여러 방법을 사용한 점, 문장의 독해수준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볼 때 짧지만 힘있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듯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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