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빈곤세대입니다 - 평생 가난할 운명에 놓인 청년들
후지타 다카노리 지음, 박성민 옮김 / 시공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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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라는 말을 현실적으로 깊게 체감하고 있다. 개개인이 어떠한 삶의 조건과 환경에 처해 있을지라도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목표로 부단히 노력하고 매진해 나간다면 결실을 맺으리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삶의 목표를 달성하는데는 뜻하지 않은 복병과 시련이 상존하기 마련이다. 삶의 목표를 향해 부단히 흔들림 없이 준비하고 도전해 가는 사람에겐 반드시 좋은 결실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보통 사람의 경우에는 근근이 입에 풀칠할 정도이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좋은 자리, 입지를 굳힐 수가 없는 것이 현대사회의 단면이고 병폐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사회인으로 인생의 화선지에 스케치를 그려갈 예비 사회인 내지 기성 세대들은 취업빙하기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앞서 얘기했듯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 라는 말은 이해는 하지만 개인의 노력과 의지로도 더 이상 삶의 레벨이 제고되지 않는 상황에선 어떻게 삶의 희망을 갖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을 것인가.

 

 21세기 초입을 달리고 있는 현 시대는 바야흐로 신자유주의의 전성기라고 볼 수 있다. 일명 자본가로 불리는 소수 계층들이 다수 계층을 지배하고 착취하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 구조와 취업 환경에 따라 다수 계층은 묵묵히 순종(?)해  나갈 수 밖에 없다. 자본의 힘으로 피고용인들을 마음대로 부리고 비인간적인 처우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자본은 무엇이든 부리는 법인가, 자본의 힘으로 안되는 일이 없을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이제 '개천에서 용 나는' 시절은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다. 대신 현대사회는 모든 면에서 자본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삶의 만족도 입신양명도 어려운 실정이 되어 버렸다. 문제는 자본을 갖은 10%도 되지 않은 소수 계층에 의해 사회와 국가의 명운이 좌지우지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는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취업 및 고용 상황 역시 빙하기가 아닐 수가 없다.

 

 빈곤세대란 '가동(稼動) 연령층인 청년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세대(15~39세)로, 빈곤상태로 지내야 할 숙명에 처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P12

 

 솔직히 고백하자면 우리 식구는 모두 비정규직에서 일을 하고 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신자유주의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아들 둘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알바를 해서 생활비 내지 학업에 보태고 있다. 나와 아내는 생계와 미래 대비를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가난하지도 부유하지도 않지만 학창시절 꿈꾸었던 내 삶의 목표와는 너무도 어긋나 있다. 하지만 일자리가 있어 쉬지 않고 일을 하면서 경제적 수입이 있다는 점에서 마음 든든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건강을 우선 순위로 두면서, 꾸준하게 몸을 움직이고 사람과의 관계, 소통을 중시해 나가려 한다. 아내 역시 오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지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지만 아이들이 독립하고 노후 준비가 어느 정도 될 때까지 일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두 아이들에게 손 벌리지 않으려는 생각도 깊게 깔려 있다. 건강할 때 일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현재 한국 사회는 3포(三抛) 현상으로 연애.결혼.출산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젊은층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돈이 없는데 어떻게 연애.결혼.출산을 꿈꿀 것인가. 게다가 경기가 위축되면서 취업, 내집마련, 인간관계, 희망의 끈마저 포기하는 7포 세대들마저 늘고 있다고 한다.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는 청년들, 경제적 독립을 할 수가 없어 부모에게 의지해 살아가는 청년들, 학자들 대출을 갚기 위해 허덕이는 청년들... 이러한 청년들이 겪는 삶의 고달픔과 비애는 한 사회와 국가가 풀어내야 할 숙제(宿題)이다. 기성 세대의 한사람으로 청년세대들에게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이제 사회구조와 고용환경을 대수술해야 하는 시기라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특히 입법.행정을 쥐고 있는 사회 권력층들은 보여 주기 위한 복지 정책, 고용창출이 아닌 제대로 된 정책 플랜을 내놓아야 한다. 생활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말이다. 또한 기성 세대들이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되어 있다. 일하면 수입이 생긴다, 가족이 도와줄 것이다, 청년들은 건강하다, 옛날엔 더 힘들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다. 사회구조와 고용환경이 크게 달라진 현실에 비추어 보면 청년들의 입장과 처지를 가감없이 인식하고 이해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알바, 비정규직이 양상될대로 양산되어 버린 한국 사회의 고용환경은 단순히 청년계층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자본을 갖은 자들이 '갑'이 되고 힘없는 피고용인은 '을'이 되어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괴리와 간극은 지옥고와 다를 바가 없다. 일본의 빈곤세대를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는 이 도서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상처 입은 빈곤세대, 청년세대에 관심 없는 기성세대, 학교 밖으로 몰린 빈곤세대, 집 밖으로 쫓겨난 빈곤세대, 빈곤세대 구하는 법 등을 들려주고 있다. 한국 사회의 빈곤세대는 일본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잘 배워 잘 살자'라는 중학시절의 교훈(校訓)을 되새기면 살아왔던 나도 이제는 사회구조 및 고용환경을 비켜가지 못하고 비정규직에 몸담고 있다. 나는 일할 수 있고 사람과의 관계.소통을 할 수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반면 청년들이 겪고 있는 빈곤의 문제는 다각적인 대책과 미래 희망을 담아 내야 한다. 청년들이 방치되고 소외 당하는 것은 바로 국가의 미래의 명운이 달려 있는 중대사이다. 그리고 빈곤세대는 대를 이어가고 하류노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다수계층들이 연대하고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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