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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도 너무 길다 - 하이쿠 시 모음집
류시화 옮겨엮음 / 이레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어쩌다 그리되었는지도 모르게, 속독이 버릇이 되어버렸다. 요즘들어서는 그 증상이 점점 심각해져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삼키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평소 버릇대로 읽었더라면 10분도 길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책인데... 30분은 봐야하지 않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한 줄 한 줄을 열심히 노려보았다. 처음에는 무의미하다 싶을 정도로 답답했지만, 책의 절반이 넘어가니 순간순간 고개를 끄덕이고 잠깐씩 먼 곳을 바라보는 일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고 앙징맞은 짧은 문장들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 이야기는 작가가 만들어낸것이 아닌 내가 그 문장에 부여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결국 다 읽는데는 며칠이 걸렸다.
이 책은 술렁술렁 책을 넘기는 증상의 치료제이며, 또한 대강대강 인생과 시간을 넘기는 증상의 완화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