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도 너무 길다 - 하이쿠 시 모음집
류시화 옮겨엮음 / 이레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어쩌다 그리되었는지도 모르게, 속독이 버릇이 되어버렸다. 요즘들어서는 그 증상이 점점 심각해져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삼키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평소 버릇대로 읽었더라면 10분도 길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책인데... 30분은 봐야하지 않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한 줄 한 줄을 열심히 노려보았다. 처음에는 무의미하다 싶을 정도로 답답했지만, 책의 절반이 넘어가니 순간순간 고개를 끄덕이고 잠깐씩 먼 곳을 바라보는 일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고 앙징맞은 짧은 문장들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 이야기는 작가가 만들어낸것이 아닌 내가 그 문장에 부여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결국 다 읽는데는 며칠이 걸렸다.

이 책은 술렁술렁 책을 넘기는 증상의 치료제이며, 또한 대강대강 인생과 시간을 넘기는 증상의 완화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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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2004-05-1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다 읽는데 꼬박 한달이 걸렸습니다.
몇줄 안되는 내용들이 어찌나 어렵게 넘어가게 하던지...
사실은 시를 읽어내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 그런것인디 이렇게 이야기하면 좀더 심오해보일라나 하여간 그래서 그랬다는...-_-;;;
일본인들의 정서가 우리와 참 다르다는 것을 한번더 생각해보기도 했지요.
그러면서 아쉬운 건 하이쿠가 서구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지요?
그에 비해 장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의 전통시 시조는 ....ㅠㅠ

괜시리 이런 책 읽으면 일본과 우리의 현실을 비교하게 되는 것도 참 옹졸한 마음이다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