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딘가로 걸어가는 중인 것 같은데, 실은 어디로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단 말이지. 일종의 갈망은 있는데, 아무것도 소유하려 들지 않고 말이오. 영원히 명랑할 것처럼 경쾌한데 막상 쉽게 웃지는 않고. 알다시피 사람들은 늘 사느라 바쁜데, 당신은 당신 때문에 바쁘단 말이지.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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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끼기에 불편하니까 저것은 잘못된 것이다’라는 말은 유아적이다. ‘우리가 느끼기에 불편하니까 저것은 잘못된 것이다’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얼마나 집단적 오류에 빠지기 쉬운 동물인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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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암흑의 숲이에요. 모든 문명이 총을 든 사냥꾼이죠. 그들이 유령처럼 숲속을 누비고 있어요. 길을 가로막는 나뭇가지를 살며시 치우고 발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숨소리조차 낮추고……. 조심해야 해요. 숲속에 곳곳에 사냥꾼들이 숨어 있으니까요. 다른 생명을 발견하면 그게 사냥꾼이든 아니든, 천사든 악마든, 갓난아기든 꼬부랑노인이든, 소녀든 소년이든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뿐이에요. 총을 쏴서 없애버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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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관이 비록 중한 병이 들어 북망산으로 갔으나 자송문을 지으라는 명만 없었다면 어찌 목숨까지 잃었겠는가. 부여에 있는 정유 형님 역시 시력을 잃을 날이 더욱 당겨질 걸세. 군왕은 오로지 군왕의 편임을 전하께선 남김없이 보여 주셨다네. 이제 백탑 서생의 꿈은 사라졌어. 새로운 나라 조선을 세우겠다는 희고 큰 꿈은 무너졌으이. 전하께서는 다람쥐처럼 토끼처럼 곰처럼 우리에게 재주를 넘도록 명하셨던 게야. 재주야 원숭이도 제법이고 뱀도 가능하니 꼭 백탑 서생일 필요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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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이 토하는 불꽃이 얼마나 찬란하고 섬뜩하며 긴 여운을 남기는지를 다투어 떠들어댔다. 단어 단어를 외우며 내 흉터가 더 짙고 크다 주장했고 문장 문장을 읊으며 내 살이 더 빨리 지글지글 타들어 갔노라 외쳤다. 남공철이 외우며 읊을 때 내 몸에 옮겨 붙은 불똥과 내가 읊고 외울 때 남공철 몸에 가 닿은 장작불이 더 큰 책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 책을 인생이라고도 했고 깨달음이라고도 했다. 우리에게는 그저 책이었다. 책보다 더 황홀한 이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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