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즐거움 (양장)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방승양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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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읽은 건 대학 2학년 때이다. 사회학 개론 수업에서 레포트로 주어진 책이었기 때문에 사실은 억지춘향으로 읽었었다. 그 땐 학문이 도저히 즐거워질 리가 없던 시절이었다.(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그래서 약간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렇다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비결이나마 얻을 수 있을까' 하는 흑심(?)을 품었다. 그래서일까 최근에 다시 꺼내 펼쳐든 이 책엔 다음과 같은 부분에 밑줄이 팍팍 그어져 있다. '인간은 1백 40억개나 되는 뇌세포 중에서 보통 10퍼센트만 사용한다......' 같은. 당시엔 기억하고 외우는 학문의 방법적인 측면에서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그러던 이즈음의 어느 늦은 밤에, 텔레비전의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수학 <정석>의 저자 홍성대가 가요무대의 명엠씨 김동건이 진행하는 토크쇼에 나와 이야기하는 걸 보게 된다. 홍성대 님의 수학 정석의 인기는, 막말로 지금까지 팔린 <정석> 쌓아 놓으면 에베레스트산을 120번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가난했던 홍성대는 대학 재학 시절 등록금과 용돈 마련을 위해 수학 과외 지도를 했었고, 지금의 <정석>은 그때 당시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그가 만든 과외 지도 교본이었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언젠가 읽었던 일본의 어느 수학자가 학문을 하는 기쁨에 대해 써 놓은 책을 읽었던 것을 기억해 냈다. 학문을 하는 기쁨이 어떠했다고 했는지 다시 한번 그 수학자의 겸손한 일담을 회상하고자 학문의 즐거움을 찾아 읽었다.

다시 읽어보니, 이제는 지난 시절에 읽던 내용과는 또다른 측면에서 행간이 읽히기 시작했다. 다 읽고 나서 책상 앞에 앉아 그냥 가만히 오래도록 생각했다.

이즈음 나는 밤에 잠을 자다가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까지 수만가지 생각을 하는데 그 중에 대다수가 회사 일 생각이다. 뭐 엄청난 업무를 한다고 이러는가. 스스로에게 반문한다.언제부터인지 나는 이렇게 회사일 때문에 조바심 쳐대는 버릇이 생겼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끈기를 발휘하는 일, 느긋하게 기회를 기다리는 일과는 너무나 멀어져버린 일상을 뒤돌아본다.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심각하리만큼 중심을 읽어버리게 되는 날이 몇 번인가 또 찾아올 것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그때마다 히로나카 헤이스케 씨의 이 책을 펼쳐 들게 된다면 .....?

그러나 딱 한가지 이 책에서 거슬렸던 것 4장 <자기 발견> 부분을 보면, 하버드에서 공부한 그가 미국의 학풍이 다양성을 중요시한 다고 목소리 높여 칭찬하는 부분이 있다. 다양성까지는 좋은데......... 미국과 일본의 학풍을 비교하고, 자국의 현실을 비판하는 견지를 취다하보니, 조금은 친미론적인 글이 되었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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