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 한국인의 비밀 무기
유니 홍 지음, 김지혜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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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겠지만, 학생 황예슬은 눈치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썩 좋은 감정을 느끼지는 못했다. 상대가 내 눈치를 너무 많이 본다고 느껴지는 순간 불편함이 확 올라왔기 때문이다. 정확히 어떠한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상대와 나 사이에 눈치라는 단어가 "눈치 없게" 끼어들기 시작하면, 그 사이는 끝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눈치"라는 단어가 주는 그 무게가 생각보다 더 무겁고,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안 보기보단 보는 것이 몇 배에 곱절을 더한 크기만큼 낫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눈치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고 요즘은 눈치 가득인 사람들,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유니스 홍의 "한국인의 비밀 무기, 눈치" (The Power of Nunchi)는 제목 그대로, 상황에 따라 빠릿빠릿하고 능숙하게 멘트를 칠 수 있고, 분위기를 갑자기 싸하게 만드지 않게 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눈치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적극 동의한다.


 


나는 눈치가 그다지 빠른 사람은 아니었다. 상황 파악이 살짝 느렸다고나 할까. 어떤 상황인 줄도 모르고 혼자 아주 태평하게 느릿느릿의 미학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았던 나의 어린 시절이 있다. 생일인 친구에게 깜짝 파티를 할 거라며 다들 분주하게 움직일 때, 나는 그 친구에게 비밀이라며 널 위한 깜짝 파티가 있을 예정이니 잊지 말고 참석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해버리는 바람에 파티 준비에 열성이었던 친구들이 아쉬운 마음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던 일이 있었다.


그때 당시 내 마음은, 파티 준비를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만약 생일 당사자인 친구가 못 오면 어쩌지? 하는 고민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래서 꼭! 그 친구가 왔으면 하는 마음에(?) 미리 당부를 한 것인데. 악의는 없었지만, 본의 아니게 모두의 마음이 스크래치를. 아무리 어린아이라지만, 지금 생각해도 눈치가 참 없었다.


이랬던 내가, 고등학생 때 리더십에 본격 뛰어들면서 없던 눈치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쩌면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었을 터.


9, 10, 11학년엔 학년회장을, 12학년 땐 전교회장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며 다양한 일을 하고, 큰 행사들을 맡아 진두지휘하면서, 나의 사소한 결정이, 나의 한 마디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눈치 없게 한 행동으로 인해 행사가 어그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살았던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눈치 없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다. 오히려 너무 빨라서 굳이 말 안 해도, 눈빛으로 알고, 맞춰서 행동한다. 만약 내가 눈치 없게 굴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눈치가 없어서 그렇게 한 게 아니라, 일부러 그런 것임을 기억하자.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묘미는 바로 챕터마다 있는 Pop Quiz이다. 어떠한 케이스가 주어지고, 그 케이스마다 나라면 어떻게 행동을 했을지 물어본다.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센스와 눈치를 겸비한 답변을 하기 위해 상당히 골똘히 고민했고, 챕터가 끝날 때마다 내가 책을 잘 읽고 있는지, 책에서 배운 눈치 스킬들을 잘 쓸 수 있을지에 대해 알 수 있어서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평소에 눈치가 빠른 사람들에게는 본인의 눈치 레벨을 재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평소에 눈치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 분들에게는 상황에 따라 눈치 있게 행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한국인의 비밀 무기 눈치>. 


강력 추천한다.




눈치를 본다고 자신 다움을 잃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평화로운 상태에서 상대방을 관찰하고 판단하면,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진정으로 남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인의 비밀 무기, 눈치는 현실을 용감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유니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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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얼지 않게끔 새소설 8
강민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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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내 시선을 사로잡은 이 책, 

부디 얼지 않게끔. 






사실 무언가가 얼기까지는 쉽지가 않은데, 제발 얼지 말라고 간절히 바라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가 굉장히 빨리 얼긴 어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무언가가 언다는 것- 비단 세상의 모든 것들은 얼 수 있지만-- 을 생각하면 얼음이 제일 먼저 떠오르고, 자연스럽게 액체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는, 과학책인가? 싶었다.


1차원 생각을 지나 좀 더 고차원적인 생각. 얼어붙은 입술, 얼어붙은 마음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꽁꽁 얼어붙을 수 있는 것들이 꽤 많구나 싶었다. 그리고 무언가 얼었다고 생각하니, 차가웠다. 달갑지는 않은 느낌. 그래서 얼지 말라고 부탁했나, 싶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겨울이 되면 겨울잠을 자야 하는 -- 동물처럼 여름에는 더위를 잘 못 느끼다가 겨울이 되면 반드시 동면에 들어가야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그녀를 하염없이 기다릴, 어쩌면 평생일지도 모르는 그 시간들을 묵묵히, 하지만 단단하게 지켜갈 희진이 있다. 


설정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날씨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몸을 가진 사람. 그리고 날씨 변화에 예민한 사람. 그 둘이 만나 서로를 보듬어주는 아이러니. 하지만 내가 소설 속에서 본 두 사람의 합이 이토록 아름다웠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케미가 제대로다.


또한 챕터별 타이틀이 사계절이고, 그 사계절을 캐릭터들과 함께 걷는다. 계절과 온도 묘사가 너무 잘되어있어서인지, 여름 부분을 읽을 땐, 괜히 더운 것 같고, 겨울 부분을 읽을 땐, 안 그래도 추운데 더 추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남은 것이라곤 따뜻함 밖에 없었다. 






서론에 말했듯, 책을 읽는 내내 변온 인간이 되어가는 인경을 보면서 천천히 얼어붙게 되는 사람의 마음을 대입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의 마음이 꽁꽁 얼어붙었을 때, 과연 나는 희진이 그녀에게 했던 것처럼,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한번 동면에 들면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그 마음. 내가 감히 깨울 수 없는 마음.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그 마음을, 나는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까. 




책을 다 읽고 다시 한번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다른 이의 얼어붙은 마음을 어루만져 준 적이 언제였는지. 
그리고 그런 마음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외면하지 않고 그 곁을 단단하게 지켜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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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자모단 #자모단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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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하나, 히말라야를 오르기로 결심했다
이건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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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나 지금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요즘도 온갖 콘텐츠와 정보에 둘러싸여 머릿속에 뭘 집어넣는 것에 진절머리가 날 때면,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걸어서 세계 속으로와 같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본다. 아무것도 안 해도, 굳이 프로그램에 집중을 하지 않아도, 멍 때리면서 틀어만 놓아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책을 다큐멘터리만큼 사랑하는 나는, 내게 이너 피스를 주는 책이 한 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리고 너무 운이 좋게도 이 책을 만났다. 


Eureka!


이 책은 저자가 직접 히말라야를 걸으며 쓴 일기다. 남의 일기장을 이렇게 훔쳐봐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펼쳐나간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 날, 한없이 두근거리던 마음부터 트레킹이 끝나고 나서 시원섭섭한 마음까지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내가 히말라야를 실시간으로 걷고 있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한편으로는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원래 히말라야의 절경을 보려면 그만큼 힘듦이 따르기 마련인데 -- 예를 들면 아픈 두 다리라던지, 고산병이라던지 -- 나는 그런 아픔을 1도 느끼지 않고 침대에 누워 편-하게 히말라야를 여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책 곳곳에 실린 멋진 절경들을 보고 있다 보면 여기가 남양주인지 히말라야인지 모를 정도다. 


또한,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책 중간중간에 현지인들이 쓰는 말이라던지, 히말라야에 챙겨가면 좋은 것들 등등 정말 히말라야를 가본 사람만이 줄 수 있는 팁들을 알려준다. 그래서 나는 책을 한번 일독한 후, 각 챕터 마지막에 있는 팁들을 따로 모아서 부록처럼 볼 정도로 재밌게 봤다. 


다른 나라의 문화나 언어, 혹은 다른 나라 자체를 사랑하고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정말 사랑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보고 너무 좋아서 사진만 보기도 하고, 따로 인덱스를 붙여 놓았던 부분들은 자기 전에 꺼내어 볼 정도로 팬이 되었다. 힐링과 울림이 가득하기에.





코로나로 인해 늘 가던 여행도 못 가게 된 2020년. 내가 31살이었던 2020년. 그래, 2020년에는 여행을 못 갔으니, "서른하나, 히말라야를 오르기로 결심했다"를 통해 히말라야를 다녀왔다고 생각하련다. 


좋은 책 서평단으로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작가님!

다음 책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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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어린 왕자 일력
미르북컴퍼니 편집부 지음 / 북엔(BOOK&_)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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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면서 '일력'에 대한 매력은 작년부터 느끼기 시작 한 것 같다. 알라딘에서 책을 샀더니 스누피 일력이 왔는데, 그때 종이 질감도 너무 좋고 달력 겸 메모지로 활용할 수 있게끔 디자인이 되어있어서 종이가 급히 필요하다던지, 아님 내가 뭔가를 적고 싶은데 딱히 적을 공간이 없을 때 정말 요긴하게 사용한 일력. 그래서 올해도 일력을 반드시 사겠다고 다짐했다. 

 

너무 운이 좋게도 미르북 어린왕자 일력 이벤트에 뽑혀서 이 예쁘고 영롱한 일력을 받게 되었다. 처음에 일력을 뜯지 말까 생각도 했다. 뭔가 쓰기가 너무 아까울 정도로 예쁘다. 박스를 열어서 일력을 보니, 이 일력엔 하루 하루 내가 곱씹어 볼 수 있는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었다. 

 

나는 올해도 7권의 일기를 쓸 예정이지만, 일력이 더해져 8권이 될 것 같다. 일력이 던져주는 질문들을 보고 있자니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하루에 한 질문, 일년간 365개의 질문들을 통해서 나를 알아 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2021년의 끝자락, 나를 표현하는 365개의 조각들이 어떻게 모여질지 기대가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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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임수 2021-01-10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누피 일력 넘 사랑해요
 
Philos Sophia
최효종 지음 / 보름달데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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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21년부터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내가 사랑한 것에 대한 기록을 따로 남기는 것이다. 나는 취향이 확고하고 좋아하는 것이 뚜렷한 사람이라, 그만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 많은데, 나의 취향들을 그저 "자연스럽게 갖고 있는 것"으로 치부하고 넘겼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나의 취향들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인데. 나의 취향들이 곧 나 자신이고, 내 자산인 건데.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키워드로 나누고, 각 각 수첩을 만들어서 그 취향에 대한 나의 생각, 소비, 영감 등을 모두 담아볼 예정이다. (신난다!)


어떤 식으로 기록을 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만난 책, Philos Sophia. 

뒤에 쓰여있는 글 한 자락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내가 뜨겁게 사랑했던 지나친 누군가에게 혹은 
나를 뜨겁게 사랑했던 지나간 누군가에게 보내는
가장 찬란했던 순간에 대한 기록 


시로 이런 기록을 남긴 다는 것. 

짧은 에세이로 내가 사랑한 것과 나를 사랑한 것에 대해 남긴 기록. 


나는 아직 어떻게 시작할지 생각도 못해봤는데, 다른 사람은 이에 대해 어떻게 썼을까, 갑자기 궁금증이 확 밀려왔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책. 


이 책이 만약 진부한 남녀 간의 사랑 얘기였다면 나는 끝까지 책을 읽지 못했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정의는 다 제각기 다르지 않은가. 나 역시도 "사랑"이라는 단어에 정의를 내릴 때 나만의 방식이 있고, 비단 남녀 간의 사랑은 내게 있어 가장 흥미 없는 사랑의 유형 중 하나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연애편지를 들여다보는 형식의 글만 있었다면 아마 적잖은 실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이 사랑한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엄마에 대한 사랑,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했다. 그를 통해 작가의 사랑에 대한 정의를 엿볼 수 있었고, 작가가 무언가를 뜨겁게 사랑했을 때의 감정도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었다. 




책을 처음 마주 했을 때, 표지만 보고 가장 궁금했던 것이 바로, 제목의 의미였다. 

Philosophy (철학)이라는 단어를 Philos + Sophia로 나눈 이유가 무엇일까. 

Sophia는 원래 여성의 이름인데.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 Sophia 였을까? 


혹시나 책 안에 그에 대한 해답을 썼을까 싶어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 내려가는데,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아 답답해하던 중, 책의 가장 마지막에 이에 대한 답을 넣어 뒀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끝이 날 때까지 계속해서 가지고 있던 단 하나의 물음표가 드디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이유를. 


그리고 이 책을 2021년이 되기 전에 만난 건, 참으로 행운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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