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out You, There Is No Us: My Time with the Sons of North Korea's Elite (Hardcover) - My Time With the Sons of North Korea's Elite
Suki Kim / Crown Pub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당신없인 우리도 없습니다

Without you there is no us

마치 연인 사이에 주고 받는 편지 한줄 같은 이 책의 제목은 <통역사>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Suki Kim의 일종의 체험기이다.

Suki Kim은 서울에서 태어났고 13살까지 서울에서 자라다가 625전쟁과 무관하지 않은 가족사를 안고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가서 미국시민이 되어 지금까지 뉴욕에서 살고 있다. 2002년 처음 북한을 방문했는데 그때는 단순히 방문이었지만 북한의 실상을 처음 접하고 나자 마음대로 북한을 드나들지 못하는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에게 이곳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2011년에는 방문이 아닌 영어 교사의 자격으로 평양과학기술대학 (PUST) 에 가게 된다. 기독교 종파 중 하나인 Evangelical christian (우리말로 어떻게 해석되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복음주의 기독교?) 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 대학은 북한에서 유수한 출신 성분과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대학으로 (전원 남학생), 절대 북한에서 선교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외부에서 교사들의 유입을 허락받고 있는 곳이다. 교원 모두 무상 교육 봉사. 저자는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지낸 일년 동안의 기록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단 한달을 여행하고도 흥미진진한 여행기 한권 쯤 뚝딱하고 나오는 요즘 출판 상황을 미루어 볼때 이 책은 일년 이상 방문, 체류하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커녕 매우 단조롭고 일상적인 내용뿐이다. 당연한 것이 그곳의 생활이 그랬기 때문이다. 군대를 연상시키는 일사분란한 일정, 인터넷 제한, 학생들과의 대화 주제 제한, 방문 제한, 이런 환경에서 일년이 아니라 그 이상을 산다한들 남에게 재미있게 들려줄만한 어떤 사건도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읽는 동안 오히려 신뢰감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억지로 재미요소를 만들어내려고 하거나 과장하려고 한 흔적이 적어도 독자인 내 눈에는 뜨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 사회에서 특권층의 자녀들이라고는 하나 그녀는 그곳 대학생들에게서 "군인과 노예 (soldiers and slaves)"의 모습을 연상한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270명이 정해진 시간에 기상, 운동장에 모여 아침 체조로 하루를 시작하고 오후엔 심지어 낮잠 자는 시간까지 정해져 있다. 정해진 식사를 하고 정해진 공간에서만 지낼 수 있으며 인터넷 사용이 제한되어 있어 북한 내 인트라넷 외에는 어떤 사이트에도 접근이 자유롭지 않다. 선생님에게 물을 수 있는 질문 내용도 제한되어 있다. 남자에게 복종적인 여자를 최고의 배우자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푸릇푸릇한 20대 남학생들이! 십대부터 미국에서 성장해온 저자의 눈으로 볼때 군인과 노예의 모습으로 보인건 당연하다. 하지만 어떤 부분은 현재 우리 한국의 상황과 겹치는 점이 있어 읽으면서 찔리기도 했다. 말할 때 내 학교, 내 엄마, 내 아빠, 내 나라, 이렇게 말하는 대신 우리 엄마, 우리 학교, 우리 나라, 우리 아빠 라고, "우리"를 붙여 쓰는 습관. 학교 성적이 그 사람의 이후 일생과 운명을 완전히 결판이라도 하듯이 성적이나 업적 성취에 과열되어 있는 현상.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도 보고 놀랄만한 점 아닌지.

하지만 그렇게 꽉 막히고 답답하고 미래가 안보이는 그들의 일상 속에서도 저자는 맘껏 비판만 할 수 없는, 끈끈한 감정과 동포 의식을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왜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닫힌 삶을 살고 있지만 수천년의 역사를 함께 한 같은 민족, 만난 적도 없고 함께 공유한 이전의 경험이 없음에도 어딘지 통하는 점이 자꾸 발견될때의 신기함.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연민.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평양을 떠날 때 선생님과 계속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어했지만 맘 놓고 물어볼 수도, 알아볼 수도 없어 안타까워하던 그곳 학생들의 모습을 저자는 절대 잊을 수 없을거라고 했다.

 

영어로 쓰여있긴 하지만 내용이 내용인 만큼 읽기에 그리 어렵지 않아서 금방 읽힌다. 더구나 우리 나라에만 있는 우리말 표현을 영어로 어떻게 옮길까 궁금하던 것을 많은 부분에서 저자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넘겨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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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7-05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좋은 책 소개 받네요. 고맙습니다. 7월도 다섯째 날, 첫 일요일입네요.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hnine 2015-07-05 16:25   좋아요 1 | URL
이 책을 신간 소개에서 보았을 때부터 찜 해두었는데 이제서 구입해 읽어보았네요. 이 책에 실린 내용도 Suki Kim 이라는 한 개인의 눈에 비친 모습이라는 제한점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비교적 개인적인 감상이나 느낌이 넘치지 않게 쓰려는 솔직함과 절제가 보여 좋았어요. 동시에 우리 사는 모습도 되돌아보는 기회를 주기도 했고요. 정치, 사상, 주의 등을 떠나서라도 우리 사는 모습은 또 얼마나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많을까요.

감은빛 2015-07-06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흥미로워요!
다만 고등학교 이후로 오랫동안 영어로 된 텍스트를 읽어본 기억이 없어서,
과연 이 책을 읽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네요.
일단 찜 해둡니다~

hnine 2015-07-06 18:58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게 읽으실거예요. 일단 우리가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어떤 단어는 저자가 소리나는대로 옮긴 것도 있어요. 예를 들면 북한의 주체사상은 영역하기가 힘들었던지 그냥 <juche> 이런 식으로 썼더라고요. 이런 책은 우리가 읽어줘야 할 것 같은 그런 마음도 쪼금 작용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