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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자 잡혀간다 ㅣ 실천과 사람들 3
송경동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12월
평점 :
이 책에 대해서 내가 무슨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할 수 있으랴.
나와 비슷한 연배의,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저자이기에 쓸데 없는 내 얘기나 늘어놓게 될 것 같다.
이른바 386세대.
전투경찰이 학교에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였고, 학교 앞 보도 블럭이 깨져 나가다 못해 새로운 재질로 다시 깔아졌으며, 대학들이 모여 있는 지역인 관계로 시위가 있는 날은 버스 운행이 중단되어 집까지 걸어가다가 버스가 다시 다니기 시작하면 거기서 버스에 올라타기도 했다.
5월 광주 민주화 항쟁을 민주화 항쟁이라고 부를 수 없던 시대. 사진으로 본 그 날의 충격에, 아닐거야, 사실이 아닐거야, 부인하고 싶었던 때. 전교생 수업 거부, 시험 거부로 방학도 아니면서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급기야 시험에도 안들어가 대학3학년 성적표는 금방 표가 나는 결과를 불러오기도 했던 그 때.
그때 학교도 다른 친구들 네명이 한달에 한번씩 모여 사회과학 서적 읽는 스터디를 조직했던 것은, 행동으로 바로 나서지 못하는 용기없음에 대한 대응책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정말 내가 지금 보고 듣는 것들이 사실인가. 세상에 정말 이 따위로 돌아가고 있단 말인가. 그럴리가. 그럴리가. 내가 직접 알아보기 전에는 믿을 수 없어. 내가 직접 알아보겠어. 이런 심리였음을 이제야 고백한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이 책에 대해서. 이 책에 쓰여 있는 내용에 대하여.
울분? 죄책감? 미안함? 그런 말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자조?
1970년대 전태일이 남긴 글과 3,40년이 지난 지금 김진숙이라는 여성노동자의 글이 분간이 안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 앞으로 3,40년 후를 얘기할 수 있을까? 희망 없다고, 불편한 진실이라고 이름 붙여 외면하고 있는 주제에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사람은 희망이 이긴다고 말하고 있구나. 책 제목은 꿈 꾸는 자 잡혀간다고 해놓고. 이 사람은 희망에 대해 말하고 있구나. 희망은 이런 데서 빛을 내는것이구나. 이렇게 눈물 겹게 지켜나가는 것이 희망이구나.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 희망이 아니라 이 사람, 울보 송경동이 그러하듯이, 울면서 말 할 수 있는 희망이구나.
내가 읽는 책에 대해 가끔 무슨 책이냐고 물어보는 아이에게, 오늘은 내가 먼저 얘기해주었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이 책을 쓴 사람에 대해서.
그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추모시를 쓰게 될 것인지.
피곤해 보이는 그의 얼굴에서 피곤한 우리 사회의 얼굴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