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마일 스티븐 킹 걸작선 6
스티븐 킹 지음, 이희재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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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작품을 일부러 찾아 읽은 기억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그 많은 작품 리스트를 보니 영화로는 본 것이 꽤 있다. <캐리>가 그렇고, <돌로레스 클레이본>, <미저리>, <스탠 바이 미> 그리고 <쇼생크 탈출>, 눈에 띄는 것만 꼽아도 그렇다. 아마 자세히 보면 더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 <그린 마일>도 영화화된 작품이고, 볼까 했다가 그 스토리를 알고 망설이다가 피해갔던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어떻게해서 이 책이 손에 들어오게 되었으니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읽기 시작하하면 재미있게 읽는다. 거의 600쪽에 달하는 두터운 책이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읽고 있던 토지 13권을 잠시 미루기 충분할 정도로 흡인력있다.

일이 벌어진 때는 1932년이고 장소는 콜드마운틴에 있는 주 형무소. 화자는 형무소의 사형동 간수인 폴 에지콤이다. 이 사람이 나중에 조지아 파인스 양노원에서 1932년 당시를 회상하며 쓴 회상록 형식으로 되어 있다. 사형동에 수감되어 있는 사형수들이 나오고, 폴과 함께 근무하는 다른 간수들, 형무소장 등이 당연 등장한다.

책보다 훨씬 리얼했을 전기 의자 사형장면을 숀펜이 주연한 영화 <데드맨 워킹>에서 보고 그 후유증도 오래 겪었음에도, 이 책 속에 얼마나 자세하게, 여러번 나오는지 또 한번 후유증을 겪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할 정도로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 듯이 작가는 쓰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뿐 아니라 예기치 않은 상황까지 나오는 건 덤이라고 해야하나.

존 커피라는 (여기서 커피는 마시는 커피가 아니라 성(姓)으로서의 커피) 사형수는 아마 이 소설에서 작가가 그려낸 메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왜 하필 이름을 존 커피라고 했을까.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 작품의 기독교적 의미와도 상통해있는 작명이다 (J. C). 존 커피는 어린 쌍둥이 자매를 강간,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거구의 몸집을 한 흑인에다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웅얼거리는 덜 떨어져 보이는 그에게 작가는 겉에서 보이는 것과 전혀 다른 능력을 부여하였다. 어쩌면 21세기 과학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영적인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사형수라는 것과 모순되게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능력을 가진 것이다. 그의 이런 능력을 알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간수 폴 에지콤은 그동안 덮여져 있던 사실을 알게 되는데.

다 읽고 난 후 마음이 영 불편하다.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도 그렇게 결과가 흘러가게 두었어야 했는가. 법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그렇게 생명이 끝나도록 해도 되었는가.

양노원에서 회고록을 쓰며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은 좋다. 양노원 헛간에서 또다시 딸랑쥐를 만나게 되는 설정도 훌륭하고 멋진 의미 부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기가 100세 넘은 나이까지 오래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누가 불어넣어준 생명의 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해석하는 것은 나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의미 붙임이었다. 인생의 마지막을 앞둔 사람의 마음치고 너무 자의적인 해석이 아닐지.

이 세상에 생명만큼 소중한 것은 없을 것이고, 죽음만큼 누구에게나 두려운 것은 없을 것이다. 누구의 생명이 더 중요한 법은 없다. 이 소설의 결말은 잘못되었다! 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이해 못하겠다 불편했던 점을 종교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해설을 방금 보았다. 그렇게 해석하니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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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11-29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로 봤는데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스티븐의 책은 한 권도 읽어 보질 못 했습니다.
<캐리>도 초등학교 시절 읽다가 포기했습니다.
흑인 거인의 입에서 무슨 녹색 입김이 나오고 그랬던 것 같은데...ㅋ

hnine 2018-11-29 22:36   좋아요 0 | URL
책에서는 존 커피의 입에서 하얀 벌레 같은 것이 쏟아져 나온다고 되어 있어요. 이게 실제 상황인가 헛것을 본것인가 읽으면서도 금방 파악이 안되었는데 다 읽고 나서 여기 저기 이 소설에 대한 해설을 찾아 읽어보니 이해가 되네요.
별점을 세개에서 네개로 고치려고 합니다 ^^

카스피 2018-11-30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영화를 먼저 봤는데 아마도 톰 행크스가 교도관으로 나오는것 같더군요.책을 읽은 후에 영화를 보셔도 재미있을 거에요.

hnine 2018-11-30 12:12   좋아요 0 | URL
톰 행크스가 나왔다는건 알고 있는데 폴 에지콤으로 나왔군요. 배역이 그와 어울려요. 기독교적 영화라는걸 해설을 읽기전엔 전혀 몰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