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솔직히 이나라의 (자칭) 보수세력이라고 하는 양반들이 예전부터 어느 정도 똥오줌을 못 가리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카미카제의 정신마저 갖고 있는 줄은 몰랐다. 수많은 매체에서 논의된대로 이번 건은 그들의 자폭파티다. 나자신은 민족주의라고 하는 유령에 대해 선천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저런 이들이 튀어나와서 국가와 민족을 위한답시고 중얼중얼거리는 것은 영 우습기만 할 따름이다. 우리나라의 (자칭) 보수들의 공통점은 반갑게도 자국의 민족주의를 지독하게 혐오한다는 것이다. 근데 그 양반들은 민족주의의 대안을 사대에서 찾아낸다. 이게 정말 웃기는 부분이다. 세상에, 세계 어느나라의 보수우파가 자신들의 전통을 부정하고 깎아내리며 자신들을 지배했던 제국에게 경의를 바치는가. 그들은 보수우익이 아니다. 진짜 보수우익이라면 김구를 들먹거려야 했지만 일제시대에 살면서 교육과 특혜를 받고 이승만 정권의 탄생과 함께 일제시대에서 이어지는 정부법통의 수혜를 받았던 그네들의 사고는 오히려 일본 우익의 코드와 일치는다. 어이가 없는 부분. 대체 어느 나라의 보수우익이 자국의 전통이 아닌 타국의 전통에 자신을 맞추려 하는가. 일본 우익들을 봐라. 아주 열정적이다. 그들은 우국을 위해 자신의 목숨 하나를 바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열심히 확성기도 틀고 전단지도 돌리고 [프라이드] 같은 뻔뻔한 영화에 제작비도 투자한다. 아예 경비행기를 빌려서 독도 상륙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자칭) 우익은? 그런 일본애들이 하는 짓이 맞다고 맞장구를 친다(그런 다음 변명이라는 게 그런 의견이 자신들의 글에서 비중있게 다뤄진 게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그게 비중이 있든 없든 글의 흐름상 결정적인 결론 도출인데 어쩌시나). 지금 무슨 코미디하는 거유?

그들을 지배하는 것은 힘의 이데올로기다. 그들은 자신들을 압도했던, 혹은 현재도 압도하고 있는 힘에 경도되어 있다. 그들의 논리는 힘에 대한 너무도 자연스러운 승복, 소위 자유주의적-코스모폴리탄적이라는 그네들 자신의 개념에 의해 완성되는 힘에의 경배다. 그래서 그들의 사고 속에서 노상 침략만 당하고 지금도 힘이 없어서 미국이 한마디하면 금새 쫄아버리는 이 나라의 전통은 빈약하고 별볼일 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숙명에 가까운 역학구조상 우리는 그 힘의 흐름에 빌붙어 세파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그 눈물날 정도로 절절한 패배주의라니. 그들에게 우리나라가 가져야 할 바른 마음가짐은 자신들 나름대로는 현명하다고 자위할 것인 '힘'에의 종속이며 그것은 부당해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자연스러운 법칙이다. 세상은 약육강식. 우리나라는 먹는 자리에 끼질 못한다. 적어도 이 양반들의 세계에서 우리나라는 언제나 뜯어먹히는 입장이다. 좋다. 그것도 하나의 의견, 말마따나 세상은 이미 '쓸모없는 것들로 넘쳐 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거기에 민족을 위한다느니 국가를 위한다느니 늘어놓는 것이 꼴볼견이다. 이것은 나라밖에서 독자적인 기구를 마련하고 끊임없이 제국에 대한 테러를 감행했던 김구보다 계약서에 사인을 몇줄 긋는 걸로 나라를 슬라브인 러시아가 아닌 같은 아시안인 일본의 품에 안겨주었던 이완용을 더 아름답게 생각하는 그들의 태생과도 같은 기회주의적 발상이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에서 훨씬 환영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에서 환영받는 보수주의자라니. 역시 이 분들은 개그가 뭔지 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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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적긁적 2005-03-11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요즘 이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흠.. 자생적 근대화의 기회마저 박탈 당한 우리로서는 이런 저런 논의들이 행해 질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넓지 않은감? 일부 극단적인 견해에 대해 온나라가 들썩이는 것 자체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거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 암튼 일제강점기부터 광복때까지의 역사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그놈의 지랄같은 정치적 고려없이 되었으면 하길 바랄뿐..

hallonin 2005-03-11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그 시절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는데서 파생되지. 우국을 얘기하는 이라면 문명화의 기회를 박탈한 이들을 비판해야 마땅함이 아닌가. 그런데 이 양반들은 그 기회를 박탈해간 다음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토양을 키워준 이들에게 찬사를 바치고 있지. 이게 엉뚱한 점인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들의 역사적 전통성은 저항으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수긍으로서의 역사에서부터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여. 그리고 그들은 그속에서 수혜를 받은 이들이니까. 뭐 자기들 나름대로는 냉정한 분석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그들의 논리로는 이나라의 정체성을 어디에 둬야 할지 난감해지지. 한나라의 정체성이 지배받은 역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과연 보수우익이라고 볼 수 있는가. 난 그렇지 않다고 보거든. 이 양반들의 논리대로라면 말마따나 일본의 보수인사들은 히로시마에 폭탄을 떨어뜨린 미국에 대해 감사해야 하네. 하지만 일본의 보수인사들은 절대 그러질 않거든. 뭐 유럽만 해도 무솔리니 체제 하에서 놀던 사람이 장관도 되고 하는 이탈리아 같은 나라도 있고 독일하고 오스트리아에선 보수 수준을 넘어선 극우정당이 의회에서 몇자리씩 차지하고 있으니 이런 사람들은 어느 나라나 한두사람씩은 꼭 있다고 볼 수 있지. 걍 쌩까고 무시하면 저것도 하나의 의견일 따름, 하지만 터키에선 '나의 투쟁'이 젊은이의 필독서가 되고 유럽내 극우정당들의 급속한 세력화라든지, 근간의 독도문제와 역사문제에 얽히는 중국과 일본의 태도를 보자면 적이 불안해지기도 하는구만. 특히나 왜곡된 보수우익이란 측면에서 말이지, 딴나라의 역사왜곡에 동조하는 이들이 사회요직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봐도 자국에 손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걸.

긁적긁적 2005-03-11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시간 리플이군-_-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받아들이면 그만 아닌가. 그리고 벌떼처럼 일어나 공격하는 네티즌들만 봐도 우리나라는 괜찮지 않나. 물론 나로서는 언론의 마녀사냥식 태도와 논리적 비판없이 욕지거리만 앞세우는 대다수의 네티즌들의 대응이 안타깝고 못마땅하긴 해. 그들의 논리 중 팩트만을 뽑아 내어 보고 그로부터 결론을 도출해내는 과정의 오류가 있으면, 이를 발견하고 온당하게 비판할 수 있는게 필요한 것 아닌가. 학계에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야 뭔가 다르게 나아지는게 있지 않겠나. 그리고 시스템연구소장인지 하는 직위가 그리 요직이라고 보이지도 않고, 고른 계층에 있어서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이 군데군데 포진해 있는것도 나쁘지 않자나. 암튼 요즘은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심하게 되는구만.

hallonin 2005-03-12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교수, 시사월간지 편집장.... 뭐 저정도면 그럭저럭 사회요직에 있는 거 아닌가. 의외로 대학사회로 들어가보면 저런 생각 하는 교수들 많다네. 주사파 매카시즘의 대부인 박홍이라든지 식민지 시대 때 경제수탈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는 이영훈이라든지. 뭐 박홍이 불러일으킨 사정은 정부-언론의 현란한 합동작업이었으니 어떻게보면 언론 무서운 건 옛날이 더 심했지. 소수화, 특정화된 권력이 그들의 곁을 내내 따라다녔으니까. 앞서 말한 것처럼 나도 저런 것들이 하나의 의견, 어느 나라서나 볼 수 있는 극우의 한 형태라고밖에 생각을 안 해. 하지만 벌집을 건드리면 벌들이 쏟아지기 마련이지. 그네들은 독도문제와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인한 갈등이 한창일 즈음에 저런 발언들을 늘어놓았네. 우국충정의 마음이 얼마나 드높았는지 공석에서 대놓고 불특정다수의 같은나라 사람들을 들쥐떼라고까지 표현하면서 말야. 무모함과 용기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으면 좋겠건만 이것을 그네들 말로는 용기라고 부르겠지. 하지만 내가 아는 용기라는 단어엔 잘못된 것에 대한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수정할 수 있는 의지도 포함되어 있는 걸로 아네. 사실여부보다는 기사에 더 치중하는 하이에나 같은 기자들이야 뭐, 앞으로 나보다는 자네가 훨씬 자주 만나게 될 터이겠지만 그들의 역할만큼이나 이번 건이 저들의 자살파티처럼 보이는 것은 그 어이없는 저돌성 때문이야. 모든 걸 갖추고도 때를 기다리라 했거늘 제대로 갖춘 것도 없는 상태에서 불속으로 뛰어들었으니 그것을 카미카제라고 부른 걸세. 저들에 대한 내 생각이야 뭐, 앞서서 쓴 글에서 이미 밝혔고 그것이 틀렸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 정도로 저들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팩트는 발견하지 못했어. 지만원선생이 알라딘 구석에 있는 블로그까지 들어와서 글을 읽을 리는 없을테니까, 적어도 내 의견이 군중심리에 휩쓸린 치기어린 열정으로 비춰지지 않았음 좋겠구만.

긁적긁적 2005-03-12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포스트가 최다댓글의 영예를 안게 되었구만. 우리나라엔 수많은 요직이 있는데, 저들이 점유하는 부분은 극히 일부분일게야. 그리고 적어도 그정도 비율은 우리사회를 활기차게 만드는 정도는 될 지언정, 혹세무민할 정도는 아니란거지. 그리고 나로서는 너처럼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비판하는 것은 매우 반기는 바야. 내가 신물이 나는건 정말 '들쥐'일수도 있는 몰아치는 언론이고 그에 무작정 동조하며 욕지거리만을 해대기에 바쁜 이들이지. 내가 원래 무지했던 탓이지만, 이번 파동으로 이런 저런 것들을 알았기에(넌 이미 습득했을 내게는 새로운) 나름대로 그들에게 감사하는 점이 있네. 훗. 그리고 우리 나이에 무슨 치기어린 열정인가. 그건 기우일 따름이고만.

hallonin 2005-03-12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이라니... 아직 20대 중반이라고.... 으으-_-

수퍼겜보이 2005-12-03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스카이하이 리뷰보고 놀러 왔다가 대박났네요. 왜 우리나라 꼴통들이 민족주의를 싫어하나 정말 의아해했었는데! 으음..(바보 도 터지는 소리) 일단 허락없이 퍼갑니다.

로드무비 2005-12-03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댓글 읽고 감탄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