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김남주 번역시집 2
하이네, 브레히트, 아라공, 마야코프스키 지음 | 김남주 옮김 / 푸른숲 / 199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름답지 않으면, 시가 아니라고. 그래서, 서정주의 삶과 무관하게 그의 시에 소름이 돋는 걸 어쩌지 못하면서도, 난 아름답고도 간절하게 정의로운 시들과 시인의 삶을 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때문에 포기하지 못하는 것들을, 눈을 부릅뜨고 살얼음판을 걷듯 노래하던 시인들을 보면서 난 또 소름이 돋고, 눈물이 나고, 목소리가 떨린다.

경찰 곤봉에 맞아 죽은 시위대를 보면서, 다시 그 비장함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가, 질문받으면서 생각한다. '죽임을 당한데도 할 수 있겠어?'라고 묻는 게 아니라, '이게 소중하다'는 확인만을 요구해야 하는 거라고. 폭력으로 무언가를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야만을 규정한 채로 답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목숨을 건 비장함으로 움직인 게 아니라, 눈돌려 못 본 척 할 수 없는 애정때문에 간신히 살아내는 삶의 일부였던 거라고.

아름다움을 같이 누리려고, 당신의 부도덕을 불성실을 이상한 상식?을 조롱하려고 쓰여진 시들을 보면서, 아름답고도 정의로울 수 있는 거라고 그래야 하는 거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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