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를 위해 이 전시에 이라크에 가서 죽은 김선일씨와 가나무역, 그리고 그런 활동을 지원해온 교회에 대해서는 사실 좀 어이없기는 하지만, 오늘 장례식에서 그의 유족들이 전한 화해의 메시지는 요즘 개신교계에서는 보기 드문 제대로 기독교다운 메시지였다. 

파병 강행을 계속 주장하는 한국 기독교 총연합회의 주장보다 훨씬 성숙하다.

용서한다, 사랑한다는 이 화해의 메시지가 제대로 실현되기를.....

------------------------------------------

다음은 영결식에서 형 진국(38)씨가 낭독한 `이라크를 용서합니다. 당신들을 사랑합니다'란 제하의 메시지 전문이다.

"이역만리 이라크 땅에서 날아든 비통한 소식앞에 형제들은 밤새 울부짖었고, 어머니 아버지는 혼절하여 몇번을 넘어졌습니다. 선일이가 납치되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알려지면서 살을 도려내는 슬픔은 억누를 수 없는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가족들의 분노가 선일이의 억울한 죽음을 조금이라도 웅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선일이는 죽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영원히 우리곁을 떠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앞에 죽지 않고 남겨진 선일이의 꿈이 있었습니다. 생명이 위험할지라도 영원히 품고 사랑하고자 했던 `이라크' 였습니다.


그 여린 생명을 바쳐 드러내고자 했던 선일이의 꿈을 우리가 알게된 순간, 분노와 슬픔만으로는 선일이의 마음을 웅변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우리의 분노는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선일이가 죽기까지 당신들을 사랑했듯이 그 사랑으로 우리 모두는 당신들을 용서합니다, 그리고 이번의 일을 지켜본 우리 모두가 당신들과 당신들의 나라 이라크를 사랑하는 것이 바로 선일이의 꿈이었음을 이 시간에 선일이를 대신하여 당신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한국이 이라크를 사랑하는 것, 세계가 이라크를 사랑하는 것,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하나되어 우리 모두를 사랑하는 것 안에 선일의 꽃피우고자 했던 꿈이 있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하나님이 인류를 사랑하시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하였다는 것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전하여 주셨듯이 선일이를 천국으로 환송하는 이 자리에서, 선일이와 영원히 헤어져야 하는 이자리에서 슬픔과 고통의 언덕을 넘어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합니다.

 

이라크를 용서합니다.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almas 2004-06-30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성숙하고 감동적인 메시지네요.
퍼 갑니다. 감사.^^

진/우맘 2004-06-30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적인 페이퍼에 썰렁한 코멘트이지만...오늘 동료에게 들었는데, 김선일씨 유가족이 <한 몫 챙기려 한다>는 설이 유포되고 있다는군요. 어머니가 계모라느니(김선일씨를 딱 세 번 만나봤다나요?), 10억을 준다는 정부에게 50억과 교회 한 채를 요구했다느니.... 사실 여부를 떠나서, 한 번 뜬 사건이면 구석구석 발겨내고 마는 요즘의 선정적인 언론에 한숨이 납니다....

가을산 2004-06-3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그런 소식을 듣기는 했어요. 다 시간이 지나보면 드러나겠지요.

마냐 2004-06-30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정적 언론 안되려구, 이른바 '김선일 괴담'류는 취급하지 않고 있습니다..어쨌든 온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처지..죄송합니다.....암튼, 유족들의 화해와 사랑의 메시지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솔직히 '순교' 논리로만 밀어붙이기 보다...진정한 화해의 손길이라니...숙연하지 않을 수 없었슴다.

stella.K 2004-07-01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선일 씨의 죽음은 헛되지 않을 겁니다. 사랑만이 모든 것을 이긴다고 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