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거북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일인 스물세살의 유부녀 스즈메.
외국 출장 중인 남편은 그녀에게 날마다 전화를 건다.
하지만 묻는 말은 단 하나뿐.
" 스즈메, 거북이 먹이 줬어?"
스즈메는 참새라는 뜻. 친구의 이름은 쿠자크(공작)인데 같은 날 애를 낳아 친해진 엄마들끼리 지은 이름.
쿠자크는 이름대로 버라이어티한 삶을 살고 있고, 스즈메는 이름만큼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하루 하루를 보내던 스즈메는 우연히 스파이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전화했다가 바로 그 '평범하다'는 이유로 스파이가 된다.
스파이가 된 후 처음 받은 지령은?
'( 스파이인 것을)들키지 않도록 최대한 평범하게 살기'
인생이 그 이름만큼이나 '평범 그 자체'인 스즈메는 스파이로 살게 된 그 순간부터
웃기게도 어떻게 평범하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매일 지겨운 마음으로 거북이에게 밥을 주는 것도 스파이활동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뛰고,
이불을 말릴 때도 널고 바로 먼지를 터는 것이 더 평범해 보일까,
아니면 거둬들일 때 먼지를 터는 것이 평범해 보일까 고민한다.
종업원이 누가 그 음식을 주문했는지 잘 모를 것 같은 음식을 고르기 위해 메뉴표를 보며 고심하고,
심지어는 장을 보면서도 눈에 띄지 않을 재료만을 고르려 애쓴다.
스파이라면서 눈에 띄지 않고 평범하게 사는 것 말고는 다른 임무가 없는 스즈메.
연기를 하는 연기자 자신도 잘 이해할 수 없었다는 영화는 지루한 듯 하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토끼와 거북이 우화때문에 느리다고만 생각하는 거북이는 의외로 물에서는 빠르다.
그런 것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은 참 쉽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의외로 힘든 것이다.
정말 눈물이 날만큼 맛있는 라면을 만들 줄 아는 요리사가 스파이활동 때문에
맛있지도 않고 맛없지도 않은 어중간한 맛 라면을 만들면서 14년을 살아온 것처럼.
변화도 없고 사건도 별로 없는 내 삶이 실은 정말 어렵고 힘든 스파이 활동때문이었다고 생각하는 것,
가슴 뛸만한 일이 아닌가.
삶이 너무 지루하다고 느끼는 분들은 한 번 보시기를 바란다.
웃으면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