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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 천하대전
이인항 감독, 여명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최근 삼국지 열풍이 불면서 수많은 삼국지 관련 영화들이 나왔지만 더이상 쓸만한 소재가 없어서인지 그 전 시대인 초한지가 영화로 등장했습니다. 어릴때 삼국지와 더불어 항우와 유방 20권짜리 만화책을 여러번 읽었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스토리를 알고 있어서 나름 기대를 했습니다. 다만 중국 영화는 스케일만 크고 내용이 부실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터라 무작정 물량으로 치고박는 영화가 되는건 아닌가 우려도 했습니다.
초반엔 그냥 흐름에 전체적인 큰틀에 맞게 흘러가다가 점차 갈수록 스토리가 약간 뒤죽박죽이 되는 느낌이라 뭔가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내가 생각했던 장수들의 이미지도 사뭇 달랐고, 항우가 꽃미남 컨셉으로 나올줄은 몰랐거든요. 한신도 책에서는 무술보다는 용병술로 승부하는 장수인데, 영화에선 항우에 버금가는 무력을 선보여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유방 진영에서 가장 강한 장수인 번쾌가 다소 허약한 모습을 보여주는것과 개인적으로는 범증이 샤프한 아스날의 벵거감독 같은 이미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니 추노스타일이더라구요. 감독이 해석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이런 컨셉에 머라고 할수는 없지만 다소 아쉬운점은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반면 한가지 괜찮았던 점은 단순히 유방이 항우를 쓰러뜨리고 통일을 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게 아닌 그 통일후 이야기를 다룬것인데, 중국 역사상 황제중에 가장 의심이 많았던 유방은 통일을 이룬 후에 이제 자신을 해치려는게 아닐까 두려움에 빠져 결국 건국공신들을 하나둘씩 처치하고, 쓸쓸한 결말을 맺습니다. 이처럼 초한지에서 유래된 유명한 고사성어인 "사면초가"나 "토사구팽"을 다룬 장면은 괜찮았고, 감독이 유방보다는 항우를 더 좋아했던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제목도 항상 "항우와 유방"으로 나오는거 보면 중국사람들은 항우를 더 좋아했던게 아닐까요. 어찌보면 이 영화에서 진정으로 보여주고자 한것은 항우와 우희의 진한 러브스토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체관람가라서 흔한 키스씬 하나 없지만 그 둘의 사랑은 충분히 느낄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중반부에는 조금 지루했는데, 후반부에는 조금 가슴 뭉클하더라구요.
그 외에도 범증과 장량의 바둑을 통한 지략대결, 바둑을 두다가 피를 토하는 약간 뜬금없는 연출도 있었지만 나름 긴장감 있고, 그 복선을 통해 비운의 결말 즉 모두 패하는 수를 보여주는 것 또한 영화가 끝나고 나서 돌이켜보며 이해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론 엉켜버린 스토리와 인물들의 컨셉에 다소 실망을 한점이 흠이라고 보고, 차라리 스토리를 모르고 봤으면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점수는 7.2점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