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소설 위픽
이연숙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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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6

35~36

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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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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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그런 검은 봉다리를 뒤집어쓰고 나니 생각보다 편안했다.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까. 게다가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지…….



푸고와 헤어지기만 하면 얼른 검은 봉다리를 벗어 던지고 떳떳한 레즈비언으로 다시 돌아가야지. 돌아가면 복수한다, 이 인정머리 없는 새끼들아! 하지만 그러기엔 엘릭은 푸고를 너무 사랑했다.



'왜'에 집착하면서 엘릭은 우습게도 아빠가 어린 시절 내킬 때 해주던 '동기부여' 레퍼토리 중 하나를 떠올렸다. "뭐든지 궁금한 게 있으면 스스로 책에서 답을 찾아야 돼."



하지만 그냥 받아들이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대체 누가 남의 아빠 같은 걸 궁금해하겠어? 그 아빠가 알고 보니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였다거나, 아니면 청부 살인업자나 아동성애자였던 게 아니라면 말이야.



엘릭은 계획대로 무방비 상태의 가짜 아빠를 공격한다. 엘릭의 공격에 가짜 아빠는 '으악' 하는 소리를 내고 픽 쓰러져 죽는다. 가짜 아빠는 옥상 바닥에 잠시 죽어 있다가 금세 옷을 털고 일어난다. 엘릭은 일어난 가짜 아빠를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공격한다. 가짜 아빠는 피할 새도 없이 그 자리에서 죽는다. 그러고 곧 대화부터 하자는 듯한 머쓱한 미소와 함께 일어난다.



남자는 거세를 통해, 동성애를 통해, 봉사(?)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반면 대디 걸에게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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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소설 위픽
이연숙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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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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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취소
호영 지음 / 읻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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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읽혓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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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뚫기
박선우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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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 파트를 재밋게 읽어서 "아버지들" 파트를 써주셔도 재밋게 읽을 수 있겟네요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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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뚫기
박선우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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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도 가끔은 생을 향한 애착을 드러내고야 만다. 한밤중 어느 친구와 함께 시내에서 집까지 걸어오곤 했다는 일화가 그렇다. 그 친구는 집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경로가 아니라 바닥에 유리 파편이 잔뜩 흩뿌려진 골목으로 굳이 돌아서 가기를 원했다고 한다. “가로등 불빛과 빗물과 깨진 유리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우연한 결합”을 딜런과 함께 목격하고 싶어했다고. 딜런은 그 길을 친구와 함께 거닐면서, 바닥에 흩뿌려진 빛점들을 내려다보면서, 마치 별자리 위를 가로지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쓴다. 반짝이는 성운들을 관통하며 죽음의 순간을, 동시에 탄생의 순간을 감지했다고. “이런 것들을 누가 보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볼 수 있는 사람, 내가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도 쓴다.

이쯤에서 고백해야겠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딜런이 당연히 동성애자일 거라 여겼다. 그와 함께 시내에서 집까지 걸어오곤 했다는 친구를 그의 숨겨진 파트너로 치환해 읽었다. 어째서 그랬을까. 평소에도 나는 저자가 의도적으로 불분명하게 처리해놓은, 문장과 문장 사이에 뚫려 있는 구멍들을 통해 이러한 확신에 빠지곤 했다. 내 멋대로 추측하고 판단하여 저자를 나와 같은 사람으로 읽어내고야 마는 것이다





아버지.

나는 매번 그렇게 외치려는 순간에야 내 입에 재갈이 물려 있음을 깨닫는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구해주기 위해 천국에서 내려온 사람처럼 보인다. 결박된 내 처지에 아랑곳없이 산책이라도 나온 듯 여유로운 걸음걸이라는 점 외에는―어쩌면 그래서 더욱―완벽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으버지(아버지).

나는 재갈을 잘근잘근 씹으며 중얼거린다.

빠이 아 어시고 모애오(빨리 안 오시고 뭐해요)?

그렇게 원망의 눈초리를 보내다보면 어느새 그는 내 앞에 우뚝 서 있다. 양손을 허리에 짚은 채 온화한 눈빛으로 나를 굽어살핀다. 의자 주변을 느릿하게 한 바퀴 돌면서 아들이 어떤 상태인지를 확인한다.

드아주세오(도와주세요).

나는 그를 올려다보며 간청한다.

이어 조 푸어다하오요(이것 좀 풀어달라고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내 앞에 선다. 은은한 미소와 함께 한 걸음 다가와서는 자신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한다. 내가 의아해하며 올려다보는 사이 마지막 단추까지 풀어젖힌다. 다만 셔츠를 벗어던지지는 않고―갈라진 가슴골과 복근을 드러낸 채―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고 앉는다.

나는 그 꿈을 수없이 꾸었음에도 매번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새삼스레 놀라워한다.

아버지는 두 손을 뻗어 내 바지의 벨트를 풀기 시작한다. 철그렁거리는 쇳소리가 나고, 내가 영문을 몰라하는 동안 그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내 바지를 끌어내린다. 단숨에 팬티까지 벗긴다.

으버지(아버지)!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를 쳐다본다.

지그 모아이는 거에오(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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