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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앤턴 - 살만 루슈디 자서전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평점 :
조지프 앤턴 살만 루슈디 자서전
"이슬람교와 예언자 무함마드와 쿠란을 모독한 '악마의 시'의 작가에게,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알면서도 출판에 관여한 모든 자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어디서든 그자들을 발견하는 즉시 처단하기를 모든 무슬림에게 촉구합니다." - 16page
이란의 최고 지도자 호메이니가 한 작가에게 사형선고를 내린다.
[악마의 시]가 이슬람에 대한 모독이라며 작가를 처단하라는 종교칙령 파트와를 선포했다.
현상금 100만 달러가 걸린 작가.
이후 출판사에는 협박 전화가 쇄도했고 [악마의 시]를 판매하던 미국의 서점에서 폭탄이 터지고 영국서점, 오스트레일리아의 서점에서도 폭탄이 터진다.
이탈리아어 번역가, 노르웨이 출판사 대표는 칼에 찔려 중상을 입고 일본어 번역가 이라가시 히토시 교수는 살해되었다.
이쯤에서 도대체 [악마의 시]가 어떤 책이길래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진다.
1998년 출간된 이 책은 아랍 세계 전역에 금서로 지정된다.
이슬람교를 연상케하는 가상의 종교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경전에 기록된 예언자의 말의 절대성에 의구심을 표현하는 듯한 대목때문이라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번역본은 출간되지 않았다. 책 속에서 악마의 시의 이야기를 조금씩 감칠맛 나게 접할 수는 있다.
이제 파트와가 종결되었으니 그 실체를 곧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조지프 앤턴은 살만 루슈디의 가명이다. 신분을 감추기 위해 신분을 감추고 살아야했기에 새로운 이름으로 살았다.
하지만 새로운 삶은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이 책은 영국 정부의 신변보호에서 벗어난 그의 회고록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지키고자했던 표현의 자유. 그건 과연 어떤 것일까.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되기 전에는 역사를 쓰지 말아야 해." - 64page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는지 모른다는 것은 그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고 따라서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도 없다.
아니 쓰면 안 된다. 짧고 간략하든, 길고 장황하든,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은 그들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려준다.
출신지역, 사회계층 성격은 온화한지 사나운지, 따뜻한지 냉정한지, 입버릇은 점잖은지 고약한지, 예의바른지 무례한지,
그리고 이런 성격의 저변에 감춰진 본성은 이지적인지 천박한지, 솔직한지 교활한지, 심지어 좋은 사람인지 나쁜사람인지까지 알 수 있다." - 64page
"젊음은 비참할 때가 많은 시절이다. 자신의 참모습을 찾으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갈가리 찢기기 일쑤다.
그러나 투쟁의 과정이 지나가면 좋은 시절이 오기도 한다."
- 74pgae
자서전이라는 말에, 어마무시한 두께에 선뜻 잡기가 두려워지는 첫인상과 달리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이야기였다.
감옥과 마찬가지의 삶을 살아야했기에 그 감정들을 고스란히 책에다 쏟아부었나란 생각이 들 정도의 두께였다.
살말 루슈디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지만 1인칭이 아닌 3인칭으로 자신을 지칭하며 써내려갔기에 더욱 그런 느낌이 드는 듯하다.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가 현상금에 사형선고까지 받는 신세가 되었던 그는 무신론자였다.
하지만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기왕 태어났는데 어떻게 살아야 좋을까?란 거창한 실존 질물은 던지는 여러 종교들이 그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고 한다.
그가 작가로서 인정받고 성공하기까지 늘 순탄한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악마의 시로 인해 감옥같은 생활이외에도 살만 루슈디의 삶이 담겨있다.
자기가 하지도 않은 일로 벌금을 내야했고 졸업장을 받기 위해 무릎을 꿇기도 했다.
소원해진 아내를 뒤로하고 몰래 바람을 피우기도 했다. 술주정하는 아버지를 결딜 수 없어서 주먹을 휘두르기도 하지만 아버지를 향한 마음 또한 담았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신의 치부도 꺼리낌없이 보여주는 자서전이다.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하고 눈부신 성공을 마주했다. 그리고 또 파트와로 인해 밑바닥을 경험한다. 인생의 굴곡이 어마어마하다.
"책은 작가의 책상을 떠나면서 변모한다. 아무도 단 한 구절도 읽지 못했을 때부터, 글쓴이 말고는 그 누구의 시선도 스치기 전부터,
책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일으킨다. 이제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었으니 더는 작가의 소유물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책이 자유의지를 갖게 되었다고 말해도 좋다. 책은 제멋대로 세상을 여행할 테고, 작가가 간섭할 방법은 없다.
작가 자신도 문장 하나하나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본다. 이제 남들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달라 보인다.
책은 이미 세상으로 나아갔고 세상은 책을 바꿔놓는다." - 129page
"사람들의 종교적 신념을 모독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예를 들자면 살만 루슈디의 그 책도 우리 임직원이라면 아예 출간할 생각도 안했겠죠."
- 144page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가 쓴 책들에 그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굉장히 솔직하다!
아마도 그랬기에 이란 최고 지도자의 심기를 건드린 것일지도 모른다.
의견분쟁이 생긴 선배에게 쓴 편지를 읽다보면 의외로 살갑고 자상하다. 살만 루슈디 이 작가가 궁금해진다.
'악마의 시'로 인해 고통받았던 이야기들만 실려 무겁게만 다가올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엔 그가 사랑하는 가족의 이야기와 함께 그가 써내려간 책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있어서 그리 무겁지만은 않았다.
그가 쓴 다른 책들에도 눈이 가기 시작했다. 특히 BBC 방송이 5부작 미니시리즈로 각색하려 했다던 '한밤의 아이들'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