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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꽤 한가했지,

 

하고 기억될 만한 순간이 과연 있을 지 모르겠다.

밀려왔다가 떠나가기를 끝없이 반복하는 파도처럼,

한 가지 큰 일이 끝나면, 기다렸다는 듯 이내 다른 일이 시작되고

때론 내가 나서서 쉴새 없이 주변을 북적이게 만들기도 했다.

 

알라딘 13기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했던 지난 6개월.

 

서울을 떠나 전남 화순으로 이사를 했고,

첫 아이가 돌을 맞았으며,

퇴고가 거의 마무리 될 무렵 우리에게 두번째 천사가 찾아왔다.

그리고 예정대로, 나의, 우리의 첫 책이 출간됐다.

 

틈만 나면 원고 수정을 해야 했고

그 틈을 다시 쪼개 아이와 놀고 집안 일을 하느라

사실 책 한권 제대로 읽기 힘들만큼 바빴다.

자연에 묻어 살고 싶어 산골마을로 들어갔건만,

앞마당에 조차 나갈 여유가 없던 날들이 숱했다.

 

마감 전 날부터 헐레벌떡 리뷰를 작성할 때마다

좀 더 정성을 다해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무척 마음에 걸렸다.

내가 직접, 내 글을 쓰는 시기라 그랬겠지만

작가, 기획자, 편집자, 출판사의 심정까지 헤아려지다보니

누군가의 글을, 책을 고르고 평가하는 일도 고역이었다.

 

그러나 한달에 한 번,

내 이름 앞으로 배달되는 신간 에세이 두 권을 손에 쥘 때마다 난 얼마나 기뻤던가.

그 즐거움을 더이상 누릴 수 없다는 것이 서운하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애닯고 애틋하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고 싶다.

 

그 마음을 담아 한 권의 책을 골랐다.

 

 

 

<눈물>, 최인호, 여백, 2013, 12

 

어줍짢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알았다.

글을 쓴다는 건, 올바른 생각을 하고,

삶을 제대로 세워야 하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감히 상상해 본다.

끝까지 '작가'로 남고 싶었던 그의 마음은

끝까지 제대로 살고 싶은 인간의 고뇌가 아니었을까, 하고.

 

 

“오늘은 2013년 새해 첫날입니다. 아이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주님, 제게 힘을 주시어 제 얼굴에 미소가 떠오를 수 있게 하소서.

주님은 5년 동안 저를 이곳까지 데리고 오셨습니다. 오묘하게.

그러니 저를 죽음의 독침 손에 허락하시진 않으실 것입니다.

제게 글을 더 쓸 수 있는 달란트를 주시어 몇 년 뒤에 제가 수십 배,

수백 배로 이자를 붙여 갚아 주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본문 261쪽

“저는 주님에게만은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진실로 인정받고 칭찬받고 잊히지 않고 싶은 분은 오직 단 한 사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입니다.

그러하오니 주님. 만년필을 잡은 제 손 위에 거짓이 없게 하소서.

제 손에 성령의 입김을 부디 내리소서.”
-본문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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