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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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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제목 아래 써 있는 저 세줄의 글귀를 주의깊게 보았다면

이 책이 누구를 위해 쓰여졌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바로 인생의 가을 단풍기를 맞고 있는 50~60대,

우리 엄마아빠 세대들이다.

 

전쟁, 가난, 독재, 산업화, 민주화 라는 굵직굵직한

삶의 굴곡을 지나온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늘 가슴 한쪽이 저리다.

그들 인생이 진짜 그들만의 인생인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싶어서다.

 

가난한 집안에 보탬이 되기 위해

배움을 포기하고 자기의 꿈과는 상관없는 직업을 택하고,

못 먹고 못 배운 서러움을 자식들에게 되물려 주고 싶지 않아

밤낮으로 일만하다 보니 어느 순간 가족들과 멀어져 있고,

젊어서는 부모님 공양에

나이가 든 지금은 여전히 독립하지 못한 다 큰 자식들 때문에

일생이 전전긍긍한,

퇴직을 했어도, 자식들 시집 장가를 보내놓고도

즐길 줄을 몰라 하릴없이 방항하거나 손자들을 키워내야 하는

'평생 노동'에 시달리는 내 엄마 아빠들.

 

이 책의 핵심은 간단하다.

 

행복도 불행도 모두 내가 만드는 것이니

욕심일랑 버리고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며, 감사하며

나이에 맞는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는 것.

 

모든 자기계발서가 그렇듯이

이것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법륜스님에게 자문을 묻는 이도, 독자들도 이미 다 알고 있다.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

마음을 비우고 나 자신의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러나 그것을 실천하며 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 특히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 대한 번뇌가 늘어나고

그러다 보니 삶 전체가 불행해진다.

그러므로, 뻔한 줄 알면서도

우리는 법륜 스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하늘에서 보배의 비가 내리는데

중생은 다 제 그릇 따라 양식을 얻어간다."(253쪽)는 것처럼

같은 법문을 얻고도 크게 얻어가는 사람 적게 얻어가는 사람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서적, 물질적으로 방황하고 있을 우리 엄마아빠들이

이 책을 읽고 한순간이나마 위로를 받았다면

그것으로도 족할 것 같다.

 

사실, 중년을 위한 책이라고는 했지만 이것을 읽는 내내

자식으로서 나의 도리와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 사랑하는 엄마아빠의 행복한 날들을 기도하며

좀 더 너그러운 나의 봄꽃같은 시절을 기대하며,

기억하고 싶은 문구들

 

 

어머니가 옛날 얘기를 할 때는, 해결하는 답변이 필요한 게 아닝에요.

"친구가 보고 싶다." 그러면

"친구 찾아드릴까요?" 하지말고

"네, 어머니. 친구가 보고 싶으세요"

이렇게 이해하는 마음만 내면 됩니다.

- 65쪽, 치매, 무의식의 세계에서 옛날 영화를 보는 것

 

바다에 가면 파도를 볼 수 있습니다.

파도가 일어나고 사라지고 또 일어나고 사라지지요.

그런데 바다 전체를 보면 파도가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만 물이 출렁거릴 뿐입니다.

바다 전체를 보듯이 인생을 관조하면 삶도 없고 죽음도 없습니다.

그러나 파도 하나하나를 보면 분명히 파도가 생기고 사라지듯이

인생도 언뜻 보면 생하고 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실재가 아닌 인식의 문제일 뿐입니다.

- 76쪽, 삶과 죽음은 하나의 변화일 뿐.

 

감사합니다. 오늘도 살았네요.

이렇게 살아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돌보는 역할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생명이 붙어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누군가를 돌보는

그런 사람이 되겠습니다.

- 153쪽, 간병은 복을 짓는 일

 

자식은 부모가 도와주면 줄수록 손해에요.

자식을 위해서는 안 도와주는 게 나은데,

보는 내가 안타까워서 도와주는 겁니다.

자식을 위해서 도와주는게 아니라. 내가 못 견뎌서 도와주려는 거에요.

늘 얘기했지만 어릴 때는 돌봐주는 게 사랑이고

커서는 냉정하게 지켜봐주는 게 사랑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어릴 때는 내가 돌볼 여력이 없었고,

나이가 들어서는 내가 지켜볼 인내가 없습니다.

아이가 넘어져서 울고 악을 써도 자기가 일어날 때까지 가만히 지켜봐야 하는데,

가서 안고 어디 다쳤나 난리를 피웁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자식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부모가 없이도 혼자 살 힘을 키워주는 것이 진짜 부모의 자랑인 거에요.

- 170쪽, 돈 대신 등 두드려주는 사랑

 

남자의 성질을 보면 소 같은 데가 있습니다.

옛날에 산에 소 먹이러 갔다가 호랑이를 만났는데,

사람이 소 고삐를 놓고 도망가면 소도 도망을 가다가

사람과 소가 다 호랑이에게 잡아먹힌답니다.

그런데 사람이 소 고삐를 잡고 옆에 딱 붙어서 격려하면

그 소가 뿔로 호랑이를 잡는다고 합니다.

그처럼 여자가 고삐를 잡고 격려해 주면 남자는 없던 힘도 냅니다.

- 184쪽, 실직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온다

 

자기에게 주어진 처지를 받아들인 사람의 얼굴은 무척이나 편안합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저 분은 나이 들어도 참 밝고 당당하게 사는 구나,' 여깁니다.

그런 모습이 바로 잘 물든 단풍이 아름답듯이

늙음이 비참해지지도 않고 초라해지지도 않고 순리대로

잘 늙어가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 226쪽,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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