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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읽으시다가 뿜을 수도 있습니다.
"감독님, 감독님은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영화에 미쳐 살기 시작한지 대략 30년이 지나 뒤돌아보니 영화에 대한 열정은 나의 맹렬한 짝사랑이었다. 그것도 어쩌면 병적인 사랑. 나름 분석을 해보자면, 사람들로부터 얻고 싶었던 사랑을 결코 얻을 수 없었던 나는 영화에 대한 짝사랑을 통해서라도 그 결핍을 채우려고 했다.
영화와 함께 살아왔지만 정작 영화로부터 그 어떤 보답도 받지 못한 것 같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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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는 항상 상훈이 형이 있다는 우연한 계기로 인해 영화에 빠져든 한 남자가 삶과 영화 사이에서 방황하며 써 내려간 기록이다. 특수한 상황에 처한 이유로 인해 인생 자체가 마치 영화와 같이 흘러온 사람의 이야기인데 누구나 상상으로는 꿈꿔봤을 삶을 실제 살아온 사례로서 보편성을 획득한다. 저자의 인생 자체가 한 편의 영화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삶과 영화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기존의 영화 서적들과 비교해봤을 때 이 책은 유례가 없을 것이다. 굳이 이 책을 분류해보자면 영화 에세이에 해당하지만, 기존의 영화 에세이는 텍스트로부터 촉발된 것들을 바탕으로 저자의 사유를 담은 경우가 많다. 그 사유가 일상과 관련된 경우에라도 그것은 사유를 확장하는 하나의 방편일 뿐 텍스트가 저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일상이 곧 영화가 되어버린 사람의 일기에 가까운 고백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사유 이전에 몸으로 영화를 경험하는 독특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영화와 한 개인의 실존이 이렇게 만나는 내용을 서술한 책은 일찍이 나온 적이 없다. 영화 에세이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는 면에서도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학계에서도 영화와 관객의 관계를 탐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 연구로서 이 책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와 밀착된 삶을 살아온 저자의 글들은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가 무엇이며 왜 우리는 영화에 매혹되는가, 이미지의 힘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론의 도움이 없이 삶의 과정 안에서 생각하게 만든다. 따라서 이 책은 각종 환경의 변화로 인해 봉착하게 된 영화의 위기의 시대에 순수하게 관객이 영화를 본다는 것의 본질적인 체험을 독자들에게 돌려주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이러한 체험과 자각이야말로 영화의 존재 이유를 강력하게 입증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영화를 통해 절망을 겪기도 했지만 놀랍게도 한 영화를 통해 구원받는다. 그러므로 이 저자의 여정 자체가 지금 우리에게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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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업으로 삼지 않은 사람의 인생이 영화로 구성되었다면 믿으시겠는가. 말 그대로 영화와 함께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다. 30여 년 동안 오직 극장에 오가며 영화를 본 것이 그의 유일한 일이자 삶이었다. 이 책은 우연한 계기로 영화에 빠져든 저자가 삶과 영화 사이에서 방황하며 써 내려간 일생의 기록이자 그로 인해 치러야 했던 삶의 대가 또한 뼈저린 회한으로 털어놓는 고백록이다.

 

영화와 한 개인의 실존이 이렇게 만나는 책은 보기 드물다. 영화와 한 몸으로 살아온 저자의 글은 우리 삶에서 영화란 무엇인가? 왜 우리는 영화에 매혹되는가? 이미지의 힘은 무엇인가에 대해 별다른 이론의 도움이 없이도 한 사람의 삶을 통해 깊은 숙고로 인도한다. 그렇게 이 책은 영화의 위기라 불리는 지금, 순수하게 관객이 영화를 본다는 것의 본질적인 체험을 전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이러한 체험과 자각이야말로 영화의 존재 이유라는 것을 절실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영화를 통해 인생의 여러 절망과 슬픔을 겪기도 했지만 놀랍게도 또한 영화를 통해 구원받는다. 그러므로 이 저자의 여정 자체가 지금 우리에게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할 것이다.

 

이 책의 구성 대략 저자의 인생 여정을 닮았다. 영화와 열렬한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 순간으로 시작해서 가장 강렬했던 영화 체험과 잊을 수 없는 영화들, 그리고 저자와 영화, 그리고 가족이라는 삼각관계에서 일어난 애잔한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마지막에는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구원하려는 필사의 노력으로 글을 끝맺고 있다.

독자는 한 사람이 영화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으며 어떤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영화와 삶 사이에서 고민해온 저자의 진솔한 감정들이 전편에 잘 묻어있듯 저자의 이 진정성이야말로 이 책의 최대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1극장전은 극장이라는 공간을 삶의 일상적 공간으로 살아온 저자가 극장을 중심으로 겪었던 감정이나 여러 관계와 사건들을 담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들과의 만남, 홍상수 감독이나 박찬욱 감독 등과의 인연 등 자연스럽게 영화인들과 만나게 된 일화들을 전하며 영화와 영화예술가들에 대한 깊은 흠모와 애정을 고백한다. 2미치광이 같은 사랑에는 저자가 유독 애착을 갖는 영화 중에서 그동안 매체에 기고했던 영화 리뷰와 영화에 관한 생각을 담은 글이 실려있다. 특히 저자가 자신과 동일시하다시피 하는 영화와 인물인 히치콕의 <현기증>스코티’, 그리고 저자의 인생 영화인 타르코프스키의 <희생>이 저자의 삶으로 분석된다. 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근래 세상을 떠난 배우들과 감독을 위한 추모의 글로 채웠다. 알랭 들롱, 지나 롤랜즈 등 기라성 같은 배우와 오시마 나기사, 데이빗 린치 같은 독보적인 감독들을 위한 존경과 감사를 담았다. 가장 밀도 있고, 또 저자의 진솔함이 묻어나는 4어느 가족은 영화를 주제로 삼은 글 중에서 독보적이라 할 만큼 독자의 심금을 울릴만한 글을 모았다. 영화와 저자의 삶이 가족사 안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 평생 소원했던 아버지와의 첫 화해,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순간마저 영화로 기록되는 놀라운 광경, 그리운 어머니와의 애틋한 사연도 영화와 함께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자신을 구원했다고 말하는 한 편의 영화 <벌새>를 통해 자신의 청년기를 먹먹하게 바라본다.

 

시네필이라 불리는 영화매니아들 뿐만 아니라 한때 영화에 열광했던 세대에게도 특별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고 달랠 것이다. 자연스럽게 영화와 삶이 밀착된 관객의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영화학계의 연구자나 전공자, 평론가와 영화저널리스트에게도 영화와 관객의 상호관계성을 탐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를 제공할 것이다.

 

 

 

책 속에서


영화에 미쳐 살기 시작한 지 대략 30년이 지나 뒤돌아 보니 영화에 대한 열정은 나의 맹렬한 짝사랑이었다. 그것도 어쩌면 병적인 사랑. 나름 분석을 해보자면, 사람들로 부터 얻고 싶었던 사랑을 결코 얻을 수 없었던 나는 영화에 대한 짝사랑을 통해서라도 그 결핍을 채우려고 했다.

영화와 함께 살아왔지만 정작 영화로부터 그 어떤 보답도 받지 못한 것 같다. 한때 나와 함께 영화를 보던 사람 중 에는 현재 평론가나 감독이 되어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 도 많다.

반면에 나는 조금의 진전은 있었을지 몰라도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짝사랑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로부터 영화가 나를 사랑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 나는 영 화로부터도 사랑받지 못했다. 이것은 또다시 실패를 의미 한다. 사랑은 상호적일 때 온전히 성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짝사랑하는 것은 타인과 소통하는 것보다 나에게 행복한 일이었다. 적어도 나는 영화로부터는 사람만큼 상처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나는 영화에 대한 병적인 사랑을 버릴 수 없었다.

나는 한때 타인과 소통할 수 없고 신앙적인 고민을 해결 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스크린 속에서 영원한 죽음을 꿈꾼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이었다. 내가 살아있는 한 그런 형태의 죽음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스크린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오려고 했으나 그 또 한 쉽지 않았다. 마치 문명 세계에 적응하지 못했던 늑대 소년처럼 사람들과의 소통은 더 어려워졌다. 어느 순간 영화에서 현실로 돌아왔으나 다시 상처받고 영화로 돌아가고, 다시 필사적으로 현실로 돌아오려고 했으나, 또다시 상처받고 영화로 돌아가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그런 가운데 부모님 모두 돌아가셨고 나는 더욱더 사람들과 멀어지고 내 삶은 점점 망가져 갔다.


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2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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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는 상훈이 형이 있다.
추천사 미리보기, 모두 다정합니다. 이 책을 아주 근사하게 설명해주고 있고요.

킴스 비디오 김용만
이 글은 영화에 대한 찬사가 아니다. 영화를 매개로 존재를 성찰하고, 상처를 해석하며, 삶을 재구성하려는 내가 아는, 아주 멋진 영화 청년의 고요하고 치열한 사유의 기록이다. 불우했던 부모와의 관계를 거장들의 작품들과 교차시켜, 개인의 서사를 영화적 진심으로 작가의 삶 속 깊은 곳까지 데리고 들어간다. 그의 문장은 단지 감상을 넘어서, 존재의 고통을 예술로 매만지는 치유의 행위다. 무엇이 영화로 하여금 삶의 이정표가 되게 하는가? 무엇이 기억을 아름답게, 혹은 참담하게 재구성하는가? 이 글은 그 물음에 대한 깊은 사색이자, 응답이다. 예술이 단순한 위안에 그치지 않고, 삶의 진실에 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될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는 빼어난 텍스트는 , 감상과 철학, 고백과 비평의 경계를 유려하게 넘나들지만, 그의 영화에 대한 아픈 진심이 이글을 읽는 내내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닫으면서도 아마 오랫동안 진한 여운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New Jersey 에서…..


김지운 감독의 추천사
영화를 미치도록 사랑한 한 인간의 고백이 이 책 안에 있다. 영화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방법을 몰라 열병을 앓고 응답 없는 신호에 낙담하고 영화와 현실을 구분 못 한다는 주변과의 불화에 홀로 갈 곳 몰라 우두커니 멈춰서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영화로 받은 상처를 사랑으로 갚아줬다. 그렇게 영화를 붙들고 버텨낸 그의 이야기는, 영화로부터 구원받고자 했던 절박한 사랑이 문장마다 묻어난다. 이 책은 영화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삶을 견디기 위해 영화를 선택한 한 인간의 진심 어린 기록이다. 이 절절한 고백은 때로는 삶보다 더 진실했던 영화들에 바치는 아름다운 헌사이자, 아직 영화로 위로받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연서다. 극장에 가면 항상 상훈이 형이 있었다. 그는 그런 식으로 영화를 사랑했다. 이것 말고 영화를 사랑하는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봉준호 감독 추천사
언제나 영화의 곁에 있었던 사람. 그의 비밀스러운 사랑 이야기. 조심스레 들춰보는 시네필의 일기장.


영화 유튜버 김시선 추천사
“시선님, 책은 너무 잘 읽었어요. 특히, 상훈이 형 파트를 읽으면서 무언가를 그냥 좋아해도 되는구나, 힘이 났어요. 근데, 상훈이 형은 실존 인물이죠?” 거짓말 같겠지만,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하긴, 영화가 있는 곳엔 항상 그 형이 있는 걸 보다 보니 발 없는 유령 같기도 하다. 이 책엔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감독들이 대거 출연한다. 홍상수, 나루세 미키오, 존 포드. 무엇보다 그 앞에서 웃으며 서 있는 상훈이 형의 얼굴이 상상되는 신기한 글이다. 어디서도 읽은 적 없는, 영화를 향한 고백과 질문 그리고 사랑이 가득하다. 읽을수록 내 삶에 느낌표를 던지는 신비로운 글이다. 그래서일까? 읽는 내내 설렌다. 유령이 어느새 되살아났다. 이제 그런 사람이 진짜 있냐는, 그 질문에, 답해도 될 것 같다. 극장에 사는 살아있는 유령은 존재한다. 극장에는 진짜 상훈이 형이 있다.

박정범 감독(무산일기) 추천사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 하나로 자신의 삶 전체를 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 책의 저자 한상훈은, 그 드문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는 날마다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일이 있든 없든. 상훈이 형에게 극장은 직장이 아니라, 집이었습니다. 살아가는 이유였고, 버텨내는 방식이었습니다. 그가 남긴 글에는 멋진 미사여구가 없습니다.
때로는 너무 솔직하고, 때로는 벅차게 무너집니다.
하지만 그 진심만은, 어느 거장의 수상소감보다 깊고 단단하게 다가옵니다. 그는 스크린 속 땀과 고통을 자신의 삶에 포개어 읽었고, 그렇게 체화된 고통과 숨결은 그의 문장 속에 차분히 각인되어 있습니다. “영화가 삶을 바꿨다”는 익숙한 말보다, “삶이 끝까지 영화를 놓지 않았다”는 문장이 더 어울리는 사람. 그 증거가, 바로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극장이 사라질지라도, 그 극장에 앉았던 누군가의 마음은 남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 하나가, 지금 당신 손에 들린 이 책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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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작가는 양극성장애, 불안증, 수면장애, 메니에르를 겪는 일상에서 질병을 수긍하고 자기 몸을 토대로 어떻게 사회를 인식하고 하루를 보내는 지 등 다양한 단상을 산문 형태로 기록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쩌면 불안을 달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딱히 질환이 아니어도 말이죠. 또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저런 심리적 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도 많습니다. 나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무척 공감하고 배울 부분이 많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한정선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스미는 목소리>가 첫 단독 저서입니다. 이전에 공저로 참여했던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출간 소회를 들려주신다면.


아무래도 무게감이었던 것 같아요. 그 전 작품들이 하나는 일상 에세이이고 하나는 칼럼이었다는 점에서 분위기는 달랐지만, 함께 작업하는 작가님들이 있어서 제 개인적인 어려움, 이를테면 갑자기 공황장애와 울증으로 작업을 이어갈 수 없을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너무나 죄송하면서도 너무나 감사한 기억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어요. 해야 할 일로 가슴은 무거운데 시체처럼 있을 수밖에 없을 때가 있어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어려운 무기력에서 헤매일 때, 죄책감은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었지만 제가 해내야 할 일이었어요. 다행히도 출판사에서 오래 기다려 주고 묵묵히 함께해 주셨어요. 제 느린 호흡과 느닷없는 박자감을 맞춰주셨고, 괜찮다 해주셨어요. 돌이켜 보면 무게감에 허덕였는데 그걸 출판사 쪽에서 같이, 아니 더 많이 짊어지고 함께 버텨주신 거라, 부끄럽기만 합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간략하게 소개해주신다면.


사연을 모두 밝힐 수 없는 일들로 완전히 무너지던 시절의 이야기예요. 십여 일을 수면 속에서 허덕이며 인간의 존엄은 완전히 무너지기도 했어요, 잠시 5시간 정도 깨어나 먹고 다시 잠들어버리는 시간 동안 씻지도 못하고 치우지도 못하고 깨어나지도 못하고 짐승처럼 살았어요. 어느 겨울엔 50시간 가까이 위가 멈춰서, 물 한 방울도 마시지 못하고 약도 먹지 못해서 잠도 잘 수 없던 시간을 버텨내던 시절이 뒤섞여 있어요. 잠들지 못하고 아무것도 못 먹는 것도, 잠만 자고 겨우 아무것이나 먹고 다시 잠만 자던 시절 모두 공포였죠. 때로는 약물 부작용으로 쓰려졌다 이틀 만에 깨어나기도 하고 때로는 공황장애로 눈, , 입이 모두 젖은 종이로 덥힌 듯한 환각 속에서 죽을 것 같은 시간이 무작위로 찾아왔어요. 조각이 나면 기워서 다시 형상을 만들 수 있는데 가루가 되면 기워낼 수도 없어요. 완전히 가루가 된 시간이었어요. 해서... 다시 빚어야 했어요, 내가 나를 빚어내어야 하던 시절이었어요. 울면서 빚었던 것 같고 당위로 빚었던 것 같아요. 그게 글이 됐어요.

 

질병 당사자의 삶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삶과 어떤 면에서 좀 다를까요?


아무래도 이해받지 못하다는 점이 서글프죠. 가령 공황이 찾아와도 매번 설명할 수도 없고 그때 곁에 아무도 없는 경우가 많아요. 너덜너덜해져서 어떻게든 일상을 영위해야 하는데 타인은 모르는 영역이잖아요. 자주 아프고 자주 허물어지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자신이 받아들이는 것과 타인이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니까요. ‘그럴 수도 있다라는 사회적 인식이 우리나라엔 아직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하곤 해요. 이런 건 노동자의 환경과도 연결돼 있어서 씁쓸해요. 아픈 건 미안한 게 아닌데, 그게 죄인처럼 만드는 환경. 치밀한 신자유주의 사회인 이곳에선 질병인들은 짐이 되고 나쁜 존재가 돼요. 지독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였다면, 조금만 더 노동 친화적인 사회였다면, 한 사람의 몫이란 것이 조금 헐거운 사회였다면, 그걸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지독한 자멸감에서 더 많은 사람이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생각하곤 해요.

 

지금까지 작가님은 어떤 삶의 지향으로 살아오셨는지 이야기해주세요.


저는 착하게 살자.”(웃음)가 진심으로 삶의 지향점이에요. 착하고 싶어요. 바르고 맑고 착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의 일상이 정치와 무관하게 살아가는 부분에서는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일상은 정치적이고 모든 정치는 일상에 맞닿아 있어요. 거기 바로 그 지점에서 착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다행히 제 주변엔 그런 존경스러운 분들이 많아서 아, 이게 바로 복 받은 거라는구나 해요. 그들의 선함과 그들의 지식과 그들의 꾸준함과 그들의 다정함을, 가진 사람이 저도 되고 싶어요.

 

자신의 일상을 글로 옮기려는 분들이 아주 많은데요, 일상에서 글쓰기에 관한 조언이 있다면.


일상적 글쓰기에 대한 조언이라...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운데요. 그냥 매일 혹은 자주 쓰는 것밖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 각 잡고 쓰는 것도 매우 중요해요. 적어도 한 주에 한 편은 완성도 있는 글을 써보려 애쓰는 것. 하지만 평소에 아무 말인 것 같아도 단 몇 줄이라도 글을 써보는 게 기본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매일매일 긴 글을 쓰기는 어렵고 부담스럽지만 너덧 줄 정도의 글을 쓰는 것은 덜 부담스러울 테니까요. 단어만 던져지던 글이, 이어지는 글로 되고 어느덧 하나의 완성된 문단이 되는 걸 경험하고 나면 그다음은 조금 쉬워져요. 그때까지 뻔뻔하게, 좀 창피해도 막 쓰는 거죠. 저처럼요.

 

이 책의 독자 중에 작가님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실제 이 책의 독자 후기에도 그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 분들께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전혀 괜찮지 않을 텐데도. 잘 버티셨어요. 살아 있어 주어서 고마워요. 저는 이 말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다만 그들의 주변인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손가락이 다친 것과 발가락이 다친 것이 다르고 심장병에 걸린 것과 신장 질환이 있는 것이 다르듯, 정병도 다 다르고 사람마다 증상도 다 달라요. 그러니 정병 하나로만 분류하여 보통과 다른 존재로 구별하고 차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이렇게나 다양하고 다채로운데 소위 정상성에 묶여서 그 수많은 층위의 사람을 다 쳐낸다면, 낙오된 그들보다 낙오해 온 사회가 낡고 혐오스러운 것 아니겠나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함께 공존할 수 없는 사회는 그래서 낙인찍는 사회는, 내쳐진 존재들에겐 삶을 저버리는 것밖에 결론 나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에요. 낙인찍지 말고 다정해졌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앞으로 계획, 삶이나 글쓰기, 등등 세워두신 계획이 있는지.


큰 계획은 없어요. 혼자 책 제목하나 만들어 두고 후후 혼자 웃고 있지만 구체적인 것은 없어요. , 기회가 닿는다면 현재 쓰고 있는 칼럼을 묶어서 출간해 보고 싶은 욕망은 있어요. 욕망이요. 이런 게 없던 세월이 길었는데요, 불란서책방 덕분에 책에 대한 욕망이 생겼어요. 기쁘고 설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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