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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경(境界)>


 

 


힘없는 나라의 여인은 사람이 아니라 물건인 것을...

내 아름다움이 이리도 () 될 줄 몰랐다...


 

<문제적 인간 연산>, 폭군의 대명사격인 연산군은 비극적 가정사를 지닌 임금이었다.

그러나, 연산군을 '문제적 인간'으로 만든 사람은 바로 연산군의 할머니, <인수대비 한 씨>이다. 연산군이 직접 머리로 받을 만큼 증오했던, 그리하여 왕실의 다른 여인들과는 달리 행장조차 제대로 남지 않았던 인수대비 한 씨는 조선 초 명문가인 청주 한 씨, 한확(韓確) 막내딸이었다.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조차 '난폭한 며느리'라는 뜻의 '(暴嬪)'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던 한 씨는 뛰어난 미모와는 달리 차가운 성격 때문에 '얼음 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는 법도에 있어서 인정사정 보지 않는 냉철한 여인이었다. 죽은 세자의 둘째 아들에 불과한 성종을 왕위에 올리기 위해 한명회와 결탁할 정도로 정치적이었고, 마음에 들지 않은 며느리에게 사약을 내릴 정도로 냉정한 여인이었다. 연산군의 어린 시절을 지배한 사람이 바로 <수대비 한(韓) >였다.

 

그렇다면 인수대비 한 씨는 어떤 집안에서 자랐기에 그렇게 강한 자아를 갖게 되었을까? 얼마나 당당한 집안의 여인이었기에 스스로 왕을 만들고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갖게 되었을까? 인수대비의 아버지 한확은 조선 초 명나라와의 관계에 큰 공을 세운 외교관이었다.

그날의 한 가지 사건이 있기 전까지...

 

당시, 그의 집안은 끼니 걱정을 하며 살았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몰락한 양반가의 집안이었을 뿐이었다. 그랬던 집안이 어떻게 단 몇 년 만에 왕가와 혼인을 맺을 정도로 대단한 명문가가 되었을까?

 

그 배경에는 조선 초, 명나라와의 굴욕적인 외교사가 숨어 있다.  <'공녀(貢女)'> 문제.

인수대비의 고모이자 한확의 두 누이 한규란, 계란 자매는 당시 명나라에 바쳐진 공녀였으며, 그 집안의 번성은 바로 이 두 여인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한확의 누나인 <한규란>은 영락제(永樂帝)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여인이었다.

당시 명나라 환관들은 경복궁에서 공녀를 뽑을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그들은 반드시 양반의 딸들을 데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딸을 보내기 싫은 힘 있는 양반들은 명색만 남은 몰락한 양반의 딸들을 데려가게 했다. 만일 한확의 집안이 힘이나 권세가 있었다면, 그 누나나 동생이 공녀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똑똑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누이로 둔 덕에 한확은 조선 왕실에서 승승장구 하였다.

집안은 조선 제일의 명문가가 되었고, 모든 영화를 누렸다. 한확은 누이의 힘을 빌어 명나라의 무리한 요구를 적당히 물리치는 등 외교에 큰 공을 세웠다. 영락제의 총애를 받은 누이에 힘입어 명나라 벼슬까지 한 그는 조선 왕실에서 일종의 ‘치외법권’의 권세까지 누렸다. 이후, 한확은 조선의 실세가 되고, 결국 왕자였던 수양대군의 맏아들에게 자신의 막내딸을 시집 보내게 된다. 그녀가 바로 인수대비이다.

 

 

세상, 가장 화려한 새장.

눈부시도록 화려했지만 그 살얼음 같던 삶.

지고의 아름다움이 ()가 된 여인들.

 

그렇다면 그의 누이들도 행복했을까? 아니, 그때 끌려간 <공녀(貢女)>들은 행복했을까?

조선 왕실은 한확의 큰누이가 죽은 후 십여 년이 지날 때까지 공녀들의 생활에 무관심했다. 조카를 죽이고 황제에 오른 영락제는 포악하고 쉽게 남을 의심하는 성격이상자였다. 50세 이상 차이가 나는 포악한 황제를 모시는 일은 어린 나이의 조선의 여인에게는 하루 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일이었다.

 

몇 번이나 죽음의 위기를 현명하게 이겨냈지만, 한확의 누이는 영락제가 죽자 결국 24세의 나이로 산 채로 순장(殉葬) 당한다. 정황상 한확은 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자세한 상황을 조선 왕실은 물론 집안에도 전혀 알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확은 영락제의 손자인 선덕제(宣德帝)가 즉위하자, 자신의 하나뿐인 여동생 <한계란>을 또다시 공녀로 보낸다.

 

이 여동생이 인수대비의 고모, 명나라 역사에도 이름이 남은 '한계란(韓桂蘭)'이다.

그녀가 공녀로 갈 즈음, 한확의 집안은 조선 제일의 명문가였다. 한계란도 어린 시절,

공녀로 간 언니 덕에 온갖 영화를 누렸다. 그녀는 공녀가 되는 것을 죽기로 거부했지만 한확은 끝내 여동생을 공녀로 보냈다. 죽음의 길을 가듯 공녀로 간 한계란은 선덕제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대부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다른 공녀들과는 달리 한계란은 공녀로서는 드물게 일흔이 넘도록 장수하였다.

 

본 소설이 공녀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인수대비의 고모가 황제의 총비(寵妃)였다는 >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내 그녀가 순장을 당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더욱 놀라웠던 점은 부귀와 영화, 그 어느 것 하나 모자람 없었던 한확이 자기 누이의 죽음의 진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여동생을 또다시 공녀로 보냈다는 것이었다.


 

힘이 없는 나라, 몰락한 가문.

가문에는 영광, 나라에는 수치.

 

그렇게 시작된 기획에서 국내에는 공녀에 대한 자료가 형편없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들에 대한 '고국'의 무관심은 무서울 정도였다. 처음에는 비명에 떠난 여인들 때문에 가슴이 아팠고, 후에는 일흔 넘게 살았던 한계란의 고독에 공감했다.

 

그녀들은 고국을 위해 명나라 황제의 여자로만 살 수도 없었고, 명나라 황제의 후궁이기에 조선여인으로 살 수도 없었다. 그녀들은 <아슬아슬한 경계 위의 여인들>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가장 약한 존재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소설을 옛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도 없었고, 희생에 대한 역사의 무관심에 소름이 돋았다.

 

본 소설에서나마 한계란(韓桂蘭)으로 하여금, 황제만이 열 수 있다는 중국 자금성의 오문(午門)을 열도록 하고 싶었다. 그녀의 삶은 자신의 불운을 넘어 공녀들의 한을 곱씹는 시간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환상으로나마 그녀가 겪고 기억했을 공녀들 의 삶, 그 고독의 처절한 역사를 기록하고 싶었다.

 

본 소설에서 한계란과 공녀들은 끝내 묻는다. 봄과 경계에 대하여……

이유는 아마도 그녀들의 이야기가 역사 속에서 되풀이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들의 희생에 무관심한 역사에게 그녀의 일들을 싣고 가게 하고 싶다.

어쩌면 지금 경계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작가소개


조정현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석사 졸업 ‘문학이론 전공’

* 수상경력: 2006년 문학수첩 작가상 <평균대 비행>


소설가가 되기를 꿈꾸었을 때는 이미 밀레니엄, ‘문학은 죽었다’는 말이 상식처럼 들리던 때였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대량생산 시기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내게 유일한 소통이 글쓰기였기에 멈출 수 없다는 것도 이유였다. 소설가의 삶은 여전히 쉽지 않고, 소설가로서도 매번 고통과 한계를 느낀다.

그래도 쓴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므로...


2006년 장편소설 『평균대 비행』으로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았고, 음악 동화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마법사의 사계절』,『로빈의 붉은 실내』를 썼다.

 

 

차례


 …………………………………………………………………………………………………..……. 012

1. 주인을 바꾼 날 - 종비(從婢) 장치자(張梔子) …………………………….……….…….… 028

2. 이름을 기다린 날 - 독녀(獨女) 기림 ………………………………………….….………… 046

3. 제사를 베푼 날

- 지순창군사(知淳昌郡事) 한영(韓永矴)의 둘째딸 한계란(韓桂蘭) …….…….…. 060

4. 아비를 잃은 날

- 공조전서(工曹典書) 권집중(權執中)의 딸 권소옥(權小鈺) …………………….….….. 096

5. 낙인찍힌 날

- 시위사중령호군(侍衛司中領護軍) 여귀진(呂貴眞)의 딸 여진향(呂眞香) ……...... 118

6. 전생의 날

- 종부부령(宗簿副令) 황하신(黃河信)의 딸 황채주(黃彩珠) ……………………….…... 146

7. 용의 비늘에 오른 날

- 지순창군사(知淳昌郡事) 한영정(韓永 )의 큰딸 한규란(韓槻蘭) ………….…….…... 168

8. 곡속의 날 - 태감(太監) 김복(金福) ………………………………………………….……….. 188

9. 누이를 판 날 - 종비(從婢) 목단(牧丹) ……………………………………………….……… 208

10.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날 - 종비(從婢) 김흑(金黑) ……………………………….…….. 232

11. 운명을 붙잡은 날 - 역관(譯官) 김저(金渚) ………………………………………….…... 254

12. 거울의 날 - 인수대비(仁粹大妃) 한 씨( ) ……………………………………….… 284

13. 여인을 버린 날 - 종비(從婢) 계아(桂兒) ………………………………………………..... 306

14. 사람을 찾은 날 - 폐비(廢妃) 윤 씨( ) …………………………………………… 334

15. 나의 날 - 유아(唯我) …………………………………………………………………………...... 350

 ……………………………………………………………………………………………………………... 356

 

 

책 속으로

 

“예전의 일을 잊으셨습니까?

나는 자꾸 차오르는 숨을 간신히 삼키고 겨우 눈을 껌벅일 뿐이었다.

“십오 년 전, 낭랑께서는 딸을 얻으셨지요. 저는 그 딸을 이곳 가짜 석림에서 키웠습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내가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계아는 단호한 말투로 내 말을 막았다.

“낭랑께서도 아시는 일입니다. 낭랑은 딸에게 살아갈 도리를 가르치겠다며 보내라 하셨지만, 저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빼앗길 수 없었다는 것이...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숙이는 계아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담겨 있었다. 세월이 흘러도 여린 마음은 단단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계아의 눈빛에는 거짓이 없어 보였다.

- 21p. -

 

“고려와는 다른 나라를 만든다면서 어찌 다시 공녀를 보낸단 말인가?

“딸자식은 낳지를 말아야지. 어여쁜 얼굴이 화가 되어 고향을 떠나니...

나라가 약해 딸들을 팔아먹는구나.

통곡 속에 비분강개한 선비들의 목소리도 간혹 들렸다. 나는 애써 서러운 마음을 달래며 눈을 크게 뜨고 고국산천의 모습을 기억에 담았다. 통곡의 길은 길지 않았다.

- 98p. -

 

“몸을... 몸을 팔다니요?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말에 귀를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오라버니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그런 뜻이 아니니라.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끌려간 여인들이 능욕을 당한 것은 사실이 아니더냐?

“그럼 황실에 끌려가는 것은 다르단 말씀입니까?

“어허! 무엄하게...

“집안과 나라를 위해 가라면서요? 전조의 공녀들 또한 같은 이유로 끌려가지 않았습니까? 오라버니 말씀대로 나라가 떠나보낸 여인들입니다. 능욕을 당한 것이 과연 그들의 잘못이란 말입니까? 누이동생에게 공녀로 떠나라 하시는 분이 어찌 그들을 욕할 수 있단 말씀입니까? 그러면서 어찌 이리도 당당하게 동생을 보내려 하십니까? 아버지의 핏줄을 받은 것은 오라버니와 저 둘 뿐입니다. 그런데 오라버니는 저를 보내고 대체 무엇을 지키시렵니까? 오라버니가 지켜야 할 집안은 무엇입니까? 지켜 주지는 못할망정 타국에 보낼 여인을 어찌 우리 임금이 직접 구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오라버니는 입을 다물었다.

   - 112~113p. -

 

“그예 온 것이냐? 이름은 무엇이냐? 조선에 정인(情人)은 있었느냐?

나는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흐린 기억 속에 떠오르는 얼굴, 반가의 여인이라면 없어야 할 그 얼굴. 나는 중얼거렸다.

“남들이 손가락질을 한 대도 상관없습니다. 정인만 있으면 다른 모든 것은 부질없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여인이 불행하지요... 그때 화동(華童)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면, 저는 어찌 되었을까요? 적어도 아들을 잃지는 않았겠지요. 아니, 저 문을 볼 일도 없었을 터인데... 화동의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듣고 싶습니다. 처음으로 저를 부르던 날, 속치마에 피로 제 이름을 써 주며 울었지요. 남사당패를 쫓아다니던 아이라 그랬는지 재주가 남달랐답니다. 글씨도 얼굴처럼 꽃 같았지요. 황채주(黃彩珠), 제 이름을 그리 그윽하게 불러준 이가 화동 말고는 없었다. 제 이름이 진주처럼 곱게 빛났던 것도 그때뿐이었지요...

- 144p.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지.

“그건 또 무슨 말이래요?

“중국의 왕소군(王昭君)76)이라는 미녀가 했던 말이니라. 봄은 왔으나 봄이 아니로구나.

“봄이 왔으면 봄이지, 무슨 말을 그리 어렵게 한대요?

“왕소군도 나처럼 억지로 오랑캐 나라에 시집을 갔단다.

그 마음에는 봄이 올래야 올 수 없었던 게지.

“아... 그러니까 그 미녀도 임금님과 오라버니 때문에 억지로 쫓겨난 게로군요?

봄을 빼앗았으니 불한당이 아니라 불춘당이라 해야겠습니다.

“불춘당? 하하하하...

나는 아가씨 편을 드느라 생각하고 한 말인데, 아가씨는 뭐가 그리 우스운지 눈물이 날 때까지 웃음을 그치지 못했다.

- 227p. -

 

“내게 정인이 있었다는 것을 아느냐?

“예?

순간 황 씨가 생각이 나 아찔해졌다. 하지만 광록시소경 대감을 모르지 않았다.

황 씨처럼 처녀가 아닌 채 명나라로 왔을 리가 없었다.

새파랗게 질린 내 얼굴을 보며 작은아가씨는 킥킥 웃어댔다.

“그걸 곧이 믿느냐? 나도 강가에서 아들을 낳았을까봐?

내 마 음에 혼자 두었던 분이 계셨다.

그분이 내게 말씀하시기를 사랑하는 마음도 미워하는 마음도 버리라 하셨다.

물처럼 담으면 담기고 흘리면 흐르라 하셨다. 그러면 살겠느냐?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하지만 어찌 금중에서 그리 사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게 말이다...

- 249~250p. -

 

한계란, 한규란, 소설, 책, 화려한경계, 인수대비, 공녀, 연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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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므랑 이영민>


 

전 국민이 즐기는 스포츠, 야구

조선시대에도 류현진, 추신수처럼 유명한 선수가 있었을까?

 

야구가 한국에 전해진 지 어느덧 100여년이 넘었다. 외국의 선교사를 통해 조선시대에 처음 시작된 한국 야구가 이제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만큼 뛰어난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다. 또한 매년 프로야구 시즌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경기를 보기 위해 야구장으로 모인다. 사회인 야구단의 활동도 왕성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보고 즐기는 야구는 전 국민의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우리에게 친숙한 야구지만, 막상 그 역사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편이다. 그래서 조선의 야구를 되돌아보려고 한다. 특히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이름, 이영민을 중심으로.

 

 

1928년 조선, 그곳에 야구 영웅이 있었다.

조선 최초로 경성 야구장의 담장을 넘긴 타자

일본 선수들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전설의 타자

 

일제 강점기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가면서 스포츠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선에는 실력과 재능이 뛰어난 인재들이 많았지만 기량을 마음껏 펼칠만한 무대가 없었고, 있는 기회마저도 여러 가지 불이익으로 일본인들에게 빼앗기기 일쑤였다. 또 경기에 필요한 장비를 제대로 갖추기는커녕, 있는 장비가 헤져도 꿰매서 써야 할 정도로 조선의 스포츠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상황 가운데에서도 많은 조선 체육인들은 두각을 드러냈다.

 

 

조선의 야구 영웅, 식민지 민초들의 꿈

‘조선의 베이브 루스’ 이영민

 

나라를 빼앗긴 어두운 시대에서 살았던 식민지 백성들의 삶에는 희망이 없었다. 그들이 억압된 현실을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포츠뿐이었다. 입장료는 하루 종일 일해서 벌 수 있는 돈보다 비쌌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야구장으로 향했다. 이렇게 조선인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았던 이는 조선 최초의 홈런타자 이영민이었다. 그의 야구를 보며 사람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었고, 위안을 얻었다. 그는 단순한 스포츠 스타를 넘어 식민지 조선인들의 살아있는 희망이자 꿈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단순히 조선 야구만이 아니라 그 시대의 문화를 온전히 보여주고자 했다. 전작인 <미씽링크 Missing Link>가 백범의 암살사건을 다룬 최초의 팩션 소설이었다면, <호므랑 이영민>은 어렵고 암울한 시기에도 그곳을 활보했던 그 시대의 청춘들 역시 사랑에 아파하고, 꿈을 향해 질주하며 우정을 위해 헌신하는 지금의 청춘들과 다를 바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1920년대 경성으로 돌아가 등장인물 중 하나가 되어 그들을 가까이서 지켜보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배상국

원년 프로야구 OB베어스의 어린이 회원을 거쳐 야구명문 충암중, 고를 나왔다, 아직도 유지현. 심재학과 같은 시기에 함께 학교를 다닌 것을 자랑하고 다닐만큼 야구를 사랑하는 남자다.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고 부르던 시절, 당시 최고의 하이틴 스타 전영록보다 인기가 많았던 선린상고의 박노준이 저자의 첫 번째 우상이었다. 그를 시작으로 박철순, 김우열, 윤동균, 양세종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우상을 가슴속에 품은 채 살고 있다.

 

첫 소설인 <미씽링크>를 쓰면서 굴곡진 현대사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면 <호므랑 이영민>을 쓰면서는 너무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시간을 야구와 함께 보낼 수 있었고 소중한 분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가 좋았다. 오래된 자료들을 보며 옛 추억 속에 잠길 수도 있었다. 그 행복했던 시간들과 이별을 해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여전히 저자에겐 그 옛날의 시간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궁금하다. 그래서 또 다시 그 길을 걸으려고 한다.

 

 

책 속으로

 

“나가자! 멋지게 잡는 거야!”

얼굴에 여드름 자국이 선명한 청년은 치열이 가지런한 흰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그러더니 아흔을 넘긴 노인에게 야구공을 건네며 나가자며 손짓을 했다. 그가 쓴 흰 모자, 가슴에 P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흰 유니폼, 어쩐지 낯이 익었다. 70여 년 전, 자신이 몸담았던 배재 고보의 유니폼이었다.

“이보게 젊은이, 난 노인이야... 더 이상 자네 같은 젊은이가 아니라고...”

용훈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지만 그 젊은이는 아랑곳없이 미소를 짓더니 이내 야구장을 향해 뛰어나갔다.

-23p.

 

 

“너, 야구의 꽃이 뭔 줄 알아?”

“몰라. 야구하는데 왜 꽃이 필요해?”

“그게 아니라. 야구에서 가장 멋진 것이 뭔지 아냐고...”

“몰라...”

“호므랑!”

“뭐! 호므랑? 그게 뭔데?”

“배트로 공을 쳐서 담장 밖으로 넘겨 버리는 거. 그게 진정한 야구의 꽃 호므랑이지.”

“그게 뭐... 그게 그렇게 대단해?”

“그럼.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82p.

 

 

“이번 게이오 대학 대 연희 전문의 대결은 일본과 조선의 학생 야구를 대표하는 팀으로서의 대결인데 승부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일본 기자의 질문에 게이오 대학의 후지하라 감독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기자님, 농담이 심하십니다. 우린 동경 6대학 리그를 제패한 게이오 대학입니다. 일본 최고의 팀이란 말입니다. 그런 팀을 하찮은 조센징 팀과 비교하라니... 허허.”

“하하하..”

기자들이 후지하라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질문을 던진 기자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따라 웃었다.

“100년 동안 일본 야구를 절대로 넘볼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

-113~114p.

 

 

“야구는 팀 스포츠이죠. 누구 하나 잘했다고 이길 수 있는 그런 스포츠가 아니란 거죠.”

이길용은 옆을 돌아보았다. 온통 흙투성이 범벅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기주였다.

“아홉 명이 한 팀이 되어야 하지요. 제아무리 아홉 명의 이영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팀을 위해 헌신을 하지 않으면 그 팀은 절대로 이길 수 없어요. 그게 야구죠.”

“하지만 오늘만큼은 충분히 헌신적이었던 것 아닌가요?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청해서 마운드에 올랐고 침체되어 있는 팀 분위기를 쇄신시킨 것도 그 덕분이었으니까. 게다가 일본 최고의 투수를 상대로 그가 친 호므랑은 조선 사람들의 자부심을 한껏 고무해 주었으니까요.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물론 이영민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오늘 조선 야구사에 기념비적인 일이 벌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지요. 안 그런가요”

이길용의 말을 듣고 있던 기주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타올랐다.

“진 건 진 거죠.” 

-141~1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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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선생에 관한 소설입니다. 

 

단순한 소설을 넘어선 진짜 사실을 바탕으로 한 팩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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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LINK 미씽링크>

그들은 한 사람을 저격했지만,

남겨진 자들은 한 時代를 잃었다!!

최소 3발이야확실히 목줄을 끊어야 돼!!...”

그날의 총구가 시대를 거슬러 오늘, 당신을 저격한다!!

 

백범(白凡) 암살에 대한 최초의 팩션 소설!

 

두더지(이중간첩의 은어) 임무완료 후 누명을 쓰고 지명 수배자가 된 < 4>

최고의 첩보요원 동욱.

동욱의 두더쥐 임무를 오해하고 그를 쫓는 형제 같던 친구 민준.

동욱을 믿고 무조건적으로 도와주는 깡패 같은 형사 석기.

그리고 매력적인 미모의 클럽 Sweet Heart 사장 시연.

 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임시정부 정보국의 특수요원, OSS요원으로 맹활약한 덕분에 미국 CIA에 스카우트 된 동욱은 4년간 극동지역을 누비며 CIA 최고 요원으로 활약하던 어느 날, 국무총리 이범석의 이름으로 된 한 통의 편지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귀국 후 CIA요원에서 대북첩보 중심의 특수정보국인 <4>의 요원으로 변신한 동욱은 북한군 동향 파악을 위해 북으로 잠입하여 작전을 마치고 평양에 있는 <4>의 비밀 아지트에 합류, 임정 정보국 시절부터 친구였던 민준과 재회하지만 만남의 기쁨도 잠시, <4>의 정보과장 김명욱으로부터 북한군 정치보위부장 김진해와 접촉하라는 은밀한 지령을 받게 된다.

 김진해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한 동욱은 그의 취임 축하 파티에 참석하게 되고 소련군 대좌와 동행한 미모의 여인, 박시연과 춤을 추며 서로에게 환심을 갖게 되는데, 갑자기 동욱과 김진해가 나눈 대화 내용이 파티장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며 그로 인해 김진해는 반역죄로 그의 부하인 김성철에 의해 그 자리에서 사살된다. 궁지에 몰린 동욱은 소련군 대좌를 인질로 삼은 채 시연의 도움으로 도주하게 되고 추격을 따돌렸다고 생각한 순간 동욱은 어디선가 날아온 총에 맞아 의식을 잃은 채 대동강으로 추락한다.

 그 시각 민준은 간신히 생명을 부지한 채 서울로 돌아오게 된다. 3일간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동욱은 북에서 자신이 임무를 진행하는 사이, 남한에서 백범이 암살당한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을 하나씩 더듬던 동욱은 어떤 음모에 휘말려 들고 있다고 직감하게 된다. 시연의 별장에서 은신하고 있던 동욱이 서울로 돌아가려는 그 순간, 또 다시 낯선 자들의 습격에 위기를 맞지만 시연의 도움으로 간신히 도주하게 된다. 가까스로 서울로 잠입한 동욱은 친구인 민준을 찾아가지만 민준은 동욱을 믿어주지 않고 <4> 요원들의 기습이 이어져 또 한 번 도주하게 된다. 과거 민준과 더불어 삼총사 중 하나였던 석두를 찾아간 동욱은 그간의 일들을 털어 놓게 되고 석두는 무조건적으로 동욱을 도와 사건을 추리해 나가기로 한다.

 자신이 아버지처럼 믿고 따르던 백범의 암살 사건에 자신이 연루된 죄책감과 친구인 민준의 오해, 동료들을 배신했다는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을 되짚어 보기로 한 동욱은 석두와 소매치기인 점박이의 도움으로 사건 현장인 경교장에 들어가게 되고 현장을 살펴보던 중 초동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범인의 자백만으로 사건을 종결한 것과 사건 직후 수습과정에서 공권력이 너무도 신속하게 투입된 점에 주목, 안두희 단일범의 소행이 아님을 확신하며 거대한 배후를 향해 사건에 얽힌 고리들을 하나씩 찾아 가는데...

외국영화 속 멋진 스파이! 한국 역사 속에도 스파이는 있었다?!

극동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정보 요원들의 활약상,

백범 암살사건을 너무도 사실적으로 그려내다!!

 정보, 첩보, 그리고 스파이 (SPY)...

 이 같은 단어들은 늘 우리의 가슴을 흥분케 만드는 일종의 ‘마법의 단어’처럼 들린다. 지금까지 우리는 수많은 영화나 소설을 통해 ‘제임스 본드’와 ‘제이슨 본’과 같은 멋진 첩보원들을 만나왔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늘 이렇듯 멋진 첩보원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에게 7, 80년대 ‘남산’이라는 단어는 늘 공포의 대상이었다. 중앙정보부에서 그리고 안기부에서 그들의 부정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 공작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쨌든 이런 극단적인 양면성은 영화와 소설의 좋은 소재로써 우리에게 익숙한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 공간을 40년대 그것도 한반도로 돌리면 그간 익숙하던 그 모든 것들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바와는 달리 40년대 후반은 그야말로 첩보원들의 전성기였던 시대였다.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은 물론 그들의 대리자를 자처했던 미국과 소련도 그리고 일본과 중국도 한반도의 정보에 상당히 민감했던 시기였다.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40년대 후반으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제임스 본드와 같은 멋진 첩보원도 그리고 안두희와 같은 공작의 전문가들도 있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치열하고 급박했던 1949, 백범 암살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많은 이야기들을 한반도를 배경으로 활약한 정보요원들의 모습을 통해서 그려 나간다.

 실존했던 인물들이 많이 거론되고 있고 사실을 바탕으로 한 부분들이 많아 그 당시 역사를 이해하기에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또한 역사를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사건을 파헤쳐 가는 스토리 전개는 추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한층 더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의 진실과 거짓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범인이 정해졌던 근 현대사의 가장 미스터리한 사건!!

누구나 아는, 아무도 모르는 그날로 돌아간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백범 암살의 진상을 파헤쳤지만 지금껏 어느 누구도 그날의 진실을 밝히지는 못했다. 다만 여러 가지 정황들로 미루어 짐작해 볼 뿐, 심증은 있으되 물증이 남아 있지 않고 그날을 정확히 얘기해 줄만한 증거가 확실치 않아 더욱 의혹만 증폭될 뿐이다. 이 사건에서 안두희는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했고, 그 자백은 그대로 여과 없이 받아들여졌으며 지금까지도 우리의 역사는 그가 범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때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아귀가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고, 하나하나 엮어가다 보면 어느 부분에 이르러서는 그 끈을 엮어 나갈 수가 없게 된다.

 작가는 이 부분에 주목하여 역사적 사실인 팩트와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해 추리한 픽션이 결합된 팩션의 미씽 링크(Missing Link)’를 기획하였다.

 진화론 자들은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진화하여 생겨났다고 하지만 진화론 자들도 그들의 이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지구에 남아 있는 화석이나, 현존하는 생물로 이론에 대한 근거를 제시할 수밖에 없는데 만약 원숭이에서 인간으로 진화했다면 원숭이와 인간의 중간에 해당하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지만 화석이 발견되지 않아 그 존재를 아직 증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MISSING LINK 즉 ‘잃어버린 고리’라고 부른다. 이 소설이 미씽링크라고 불리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비록 소설이지만 실존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만나 펼치는 이 이야기가 잃어버린 고리를 찾을 수 있는 하나의 단초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담고 있다.

 일선 경찰들은 모든 사건의 진실은 현장에 있다고 말하곤 한다.

물론 벌써 수십 년이 지난 사건인지라 현장을 정확하게 구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말처럼 백범 암살 사건도 예외는 아니다. 시계의 추를 1949 626일로 돌렸더니 정말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사건 보고서에 따르면 안두희는 백범을 향해 총 4발의 사격을 가했고 그 4발 모두가 관통상이었다는 기록을 남겼다.

 여기에 1차 의혹이 있다. 실제로 백범의 몸에는 단 한군데 밖에 관통상의 흔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건 당시 백범이 입고 있던 옷을 살펴보면 그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헌병대나 특무대는 왜 줄기차게 관통상이라고 주장했을까? 관통상이냐 아니냐는 백범 암살을 해석하는데 아주 중요한 열쇠가 된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백범 암살 사건을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소설의 출발은 여기서 시작됐다.

 두 번째 의혹은 당시 라이프지 사진기자였던 칼 마이던스(Carl Mydans)가 가지고 있다. 특종의 일인자답게 백범 암살 사건의 현장사진을 유일하게 기록한 자다. 하지만 그가 서울 특파원이 아닌 동경 특파원이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그는 한국에 2차례 모습을 드러내는데 첫 번째가 48년 여순사건 때였고 두 번째가 바로 백범 암살 사건이 벌어지는 바로 그날이었다. 수많은 자료에 의하면 백범 암살의 시나리오가 처음 제기된 시점을 여순사건 때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8개월 후, 백범이 암살되는데 그렇다면 그가 한국에 모습을 드러낸 시간이 백범 암살 사건과 정확히 궤를 같이하고 있는다. 이것이 과연 우연일까?

 또 사건 당시, 서울지검 검사장과 관할 경찰서장인 서대문 경찰서장 조차 현장 출입이 금지되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칼 마이던스(Carl Mydans)는 어떻게 유유히 현장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을까? 누가 그에게 입장을 허락했는가?

 이런 의혹들이 미씽링크에서 작가의 상상과 만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작가가 의도하고 집필한 탓에 소설은 한 편의 스피드한 첩보영화를 보는 듯 흘러가며 그 긴박함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소설 속 주인공 동욱은 아버지처럼 여기던 백범의 암살에 연루된 누명을 쓰고 최고의 첩보원에서 도망자의 신분이 되어 백범 암살이라는 하나의 불완전한 원형을 두고 누명을 벗기 위해 완전한 원을 만들기 위한 곳곳에 비어 있는 고리들을 찾아 외줄을 타듯 아슬아슬하게 생사를 넘나들며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 사건을 파헤쳐 간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지만 사실과 허구를 교묘히 넘나들다 보니 주인공이 실존인물은 아니었을까 하는 착각마저 일으키며 어느 한편으로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 권력이 묻은 진실을 권력에 맞서 파헤쳐 줄, 왜곡된 역사를 만들지 않을 주인공 같은 정의로운 사람이 많아지기를 그래서 더 이상 진실이 묻히고 왜곡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작가소개

 

배상국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한 후, 파리 8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현재 대학에서 영화를 가르친다. 프랑스에서 7여 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일찍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 새로운 문화를 경험했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우리가 자라온 세상을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2006년 여름,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 손에 들려있던 원고가 바로 지금의 <MISSING LINK>이다. 단점 밖에 보이지 않았던 어설픈 원고가 6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은 숙성이 되었다.

 작가는 우리가 보내온 근, 현대의 시간 속을 거닐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고 다닌다. 그러다 보면 숨겨져 있던 드라마틱한 이야기들과 만나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된다. 그것을 글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것은 창조라기보다는 대단한 발견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보다 더 드라마틱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지인들은 묻곤 한다. “왜 아직도 과거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냐고.” 작가는 말한다. “여전히 그 시대가 나를 붙잡고 있다고.” 작가는 이 작업을 무척이나 즐거워한다.

 

 

목차

미씽링크 1                                   미씽링크 2

프롤로그 ………………….. 009                        14. 협박 …………………. 009

         15. 단서 ………………..… 029

1. 악수 …………………….. 037                        16. 습격 ………………….. 047

2. 함정 …………………….. 063                        17. SWEET HEART ..… 081

3. 암살 …………………….. 111                        18. 88클럽 …………...…. 105

4. 혼돈 …………………….. 125                        19. 내사 ………………….. 119

5. 탈출 …………………….. 151                        20. 암호 ………………….. 149

6. 그리움 …………………. 175                        21. 창경원 …………….… 161

7. 비밀일지 ……………… 187                        22. 사조직 ………………. 191

8. 분노 …………………...... 205                        23. 승부수 ………………. 211

9. 파트너 ………………..... 223                        24. 미씽링크 …………... 229

10. 선택 …………………... 241                        25. 사건의 전말 …....… 279

11. 재판 …………………... 261                        26. 종결 ………………...... 295

12. 또 다른 그림자 ….. 289

13. 착수 …………………... 307                        에필로그 ………………….. 309

       작가의 말 ………………… 321

       BONUS ………………….... 331

       감사의 말 ………………… 337

책 속으로

은색 파티용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그야말로 눈이 부셨다. 레데코프의 팔짱을 끼고 파티장 안으로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은 쉽게 다가서지 못할 정도로 도도해 보였지만 가끔씩 보이는 미소는 파티에 참석한 모든 남자들의 마음을 흥분시킬 정도로 관능적이다 못해 뇌쇄적이기까지 했다. 동욱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아니 평소 아름다운 여자에 관심이 많은 그였다. 저런 미녀를 보면 반드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동욱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꼭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다.

어디서 봤더라?...

- 1 p.100 -

최소 3발이야.

병실을 나서는 안두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포병 사령관 장은산 중령이 격려해 주었다. 그는 서울대학병원 특1실에 암살 베이스캠프를 차려 놓고 거짓으로 입원 중이었다. 다양한 검증 끝에 암살자로 선택받은 안두희의 군내 직속상관이 바로 장은산이었다.

확실히 목줄을 끊어야 돼. 마지막 기회야.

안두희는 백범과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 장은산의 말을 기억해 냈다. 그와 동시에 총성이 울렸다.

!

- 1 p.123 -

지금까지 어떻게 이룩한 백의사 왕국인데 이렇게 문을 닫을 수는 없었다. 아니 이렇게 역사 속에 묻힐 수는 없었다. 염동진은 마지막 카드를 써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우리를 과소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혼자 죽을 것 같습니까?

?

.... 블랙타이거 작전이 세상에 공개 될 수 있습니다.

염동진의 말에 김지웅이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흘렀다.

- 1 p.196 -

“너와의 기억... 모두 지운다.

점점 소리가 가까워졌다. 아마도 지금쯤 문 앞에서 총을 겨누고 집 안으로 들이 닥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위기였다.

“더 이상 너와 연결되고 싶지 않아. 이제 나에겐 넌 제거해야 할 적일 뿐이야.

방아쇠에 들어가 있던 민준의 손이 떨렸다.

- 1 p.219 -

......아무래도 내가 선생님 암살에 관여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석두의 눈이 커졌다. 어지간한 일에는 감정표현을 하지 않는 석두도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그게 무슨...?

네가 날 도와줘야겠다.

- 1 p.234

사건 수습과정에 공권력이 너무도 신속하게 투입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보고서를 보면 안두희가 선생님을 저격한 시간이 12 45분으로 되어 있는데 헌병대가 현장에 도착해서 그를 연행해간 시간이 12 50분이야. 사건 발생 단 5분만이지. 현장과 벽을 맞대고 있는 적십자병원에서 의사가 온 시간이 12 55분이라고 했을 때 어떻게 의사보다 헌병대가 5분이나 먼저 현장에 도착할 수 있을까?

- 1 p.265 -

계획적이었나?

크크... 대한민국 넘버원이라는 이동욱도 별 수 없더군. 아주 재밌었어.

누군가? 그런 지시를 내린 자가?

하하... 순진하군. 물어보면 말할 것 같은가?

그렇지 않으면 넌 죽어!

이봐 이동욱! 우리 같은 사람은 말이야 살 때와 죽을 때를 가릴 줄 알아야 하거든?...

순간 김성철의 눈에서 빛이 번쩍였다.

- 2 p.45 -

처음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의사가 확인한 상처에는 관통상이 한 군데 밖에 없었다는 거야. 그런데 특무대에서 사건조사를 발표할 때 보니까 4군데가 모두 관통상이라고 보도하더래. 그래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특무대쪽에서 사람이 와서 은근히 압력을 행사했나봐. 조용히 있으라는 거지.

... 4발이 모두 관통상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던 건가?

- 2p.66 -

“믿게 만들면 되는 것뿐이야. 실제로도 그랬고. 대중은 어리석어서 포장만 잘하면 쉽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거든. 처음엔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던 자들도 일종의 권력의 공포를 맛본 후엔 오히려 더 맹목적이 되어 버리곤 하지. 신탁통치결의안 때를 잊었나? 그게 대중이야.

- 2p.174 -

사건 자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고 상대해야 할 대상도 생각보다 매우 높을 거야. 그래서 끝까지 갈 수 없다면 차라리 시작을 하지 않는 편이 자네에게도 더욱 좋을 것이고.

그런 건 당신이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역시 그렇게 나와야 이동욱답지. 아닌가? 내가 여기 혼자 나온 이유가 바로 자네이기 때문이지. 자네라면 끝까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야.

- 2p.179-180 -

사격장 표적 자리에 유리창을 설치해 놓고 실험을 하고 있었다. 육 반장이 다시 한 발을 사격했다. 또 유리에 구멍이 뚫렸다.

총알이 날아와서 유리를 때릴 때, 총알이 맞는 면은 누르는 힘이 가해져서 유리가 어느 정도 총알의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지만 동시에 반대쪽 면에는 당기는 힘이 형성되기 때문에 유리가 깨지는 거지.

그렇다면 유리 파편은 총을 맞는 반대쪽으로 떨어지겠군요.

그간 침묵을 지키던 동욱이 육 반장에게 물었다.

그렇지.

- 2p.256 -

영원히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영원히? 그럴 필요까진 없겠지. 어차피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게 되니까...

자신만만하군.

아니?... 그게 세상의 이치야. 사람들은 결국 강한 자에게 무릎을 꿇게 되어 있어. 지금의 자네처럼 말이야.

- 2p.304 -

김구가 살아있다고 달라졌을까? 과연 김구가 살아있다면 그런 세상이 왔을까? 누구에게나 꿈꾸는 세상이 있지. 서로 가는 길이 달랐을 뿐이야.

석기용은 동욱을 보며 말했다.

세상에서 김구와 만나 좋은 세상 만들라고... 자네와 백범이 그렇게 원하던 아름다운 나라를 말이야.

석기용은 총을 동욱의 머리에 겨눴다. 동욱은 눈을 감았다. 이때 시연이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내가 직접 쏘게 해줘요.

- 2p.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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