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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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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본 물건들이 모두 네 봉지나 되었다. 무거운 짐을 들고 걸어가려니 시드니 땅이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JJ와 쇼핑한 물건들을 두 봉지씩 나눠 들고 걸어가는데, 차가 쌩하니 지나갔다.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p22



'난다' 에서 출간하고 있는 걸어본다 시리즈를 드문드문, 손이 가는 대로 읽고 있다. 제일 먼저 구입했던 책은 아직도 읽지 않고 책장 속에 있지만,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는 누구의 글인지도 모르고 제목만으로도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지난해 <소란>으로 먼저 접했던 박연준 시인과 장석주 시인 부부가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결혼식을 대신할 책으로 엮은 어쩌면 청첩장과도 같은, 한국이 아닌 시드니에서 한 달여간을 살며 그들이 함께 쓴 책이다. 장석주 시인의 책을 추천하는 지인들이 많았지만 지독히도 에세이적 취향인 내가 찾아 읽었던 적은 없던 작가라 그들이 함께 쓴 글이 어떨지 궁금한 마음에 펼쳐 들었다. 



박연준(35)·장석주(60) 두 시인이 함께 낸 책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난다)는 책을 통해 두사람의 결혼 사실을 알리는, 청첩장과도 같은 책이다. 10년 열애 끝에 올 1월 혼인신고를 했지만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았던 이들이 9월 초부터 한달 동안 호주 시드니에서 살았던 기록이다./한겨레 | 한겨레 최재봉 선임기자




숨이 막힐 때가 있다. 인생이 단 한 번이라는 생각을 하면,

이번 생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이렇게 살아도 되나?  목뒤가 서늘해질 때가 있다  내가 겪어온 '어제'들이 날아가버린 날들이 아니라 몸에 배이고 스미는 날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태어난 이후로 줄곧 시간을 써왔구나, 나는 오래되었구나.  인생은 낡았다!  앞으로 더 낡아갈 일밖에 없는 것인가?

​삶은 현재진행형이다.  과거도 미래도 수면 아래 있다.  오직 현재만이 '사실적으로' 작동한다.  잘사는 것에 대해서라면 관심이 없다.  다만 많은 것들을 충분히, 고루 느끼고싶다.  상처는 두렵지 않다.  후회가 두렵다.  오라, 갖가지 경험들, 내가 느낄 감정들, 인생을 좌지우지할 천 가지 얼굴들이여!  나쁜 경험이란 없다.  겪지 말았더라면, 생각했던 일들도 지나고 나면 괜찮았다. 

누군가 내 삶을 세탁해 입어보라고, '처음' 선물한 것 같다.

입어볼까?  오래된 처음처럼, 꼭 맞기를.   /p16~19 박연준




박연준 시인의 글을 시작으로 책은 시작 되고있다.   서로에 대한 고백과도 같은 시로 시작하는 박연준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시드니에서 한 달여간의 생활이 그들의 결혼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남녀간의 사랑에 대해 많은 글들이 출간 되었고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절절한 사랑보다 서로의 믿음에 기반한 삶이 있는것 같다고나 할까?  길고긴 10년의 연애 끝에 결혼을 결심하게 된 그들, 생각보다 많은 나이차에 놀랐지만 아마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긴 시간동안 지내오면서 함께 사는 일까지 결심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시드니의 자연속에서 글을 읽고, 걷고, 자연속에서 많은 생각과 글을 집필 할 수 있었던 건, 그리고 그들이 함께 보낸 공간에서 각자의 생각을 담은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수 있었던 건, 매력적인 생각이었다.




"우리는 책 사이에서만, 책을 읽어야 비로소 사상으로 나아가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야외에서, 특히 길 자체가 사색을 열어주는 고독한 산이나 바닷가에서 생각하고, 걷고, 뛰어오르고, 산을 오르고, 춤추는 것이 우리의 습관이다." 니체는 날마다 걸으며 상상하고 발견하고 경이로 전율하면서 사유를 확장해나간다. 그는 철학사에서 빛나는 누구보다도 걷기에 열광했던 건각으로 기억되어야만 한다 /p171  장석주



우리는 매일 밤 죽는다  잠은 작은 죽음이다  날마다 잠에 드는 까닭에 날마다 죽는 것이다.  아침에는 새로운 생명을 얻어 부활한다.  우리는 날마다 삶과 죽음을 번갈아 겪으면서 큰 죽음을 맞는다.  잠이 작은 죽음이라면 큰 죽음은 영원한 망각에 드는 일이다.  작은 죽음들은 큰 죽음을 위해 드는 보험이다.  우리는 잠자면서 망각과 죽음에 드는 연습을 한다.  삶이라는 전투를 끝내고 망각과 안식에 들때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하여!  작은 죽음들을 잘 치르는 사람이 큰 죽음도 잘 맞을 것이다. /p194  장석주




공감하며 함께 거니는듯 읽었던 박연준 시인의 글을 지나, 시드니에서의 사진들을 몇 장 지나고 나면 장석주 시인의 글이 이어지는데.... 솔직히 장석주 시인의 글이 어렵다고 해야하나?  문학교수님을 모시고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장석주 시인도 조금은 쉽게 다른 문학서적의 인용을 조금 줄여 주었더라면, 박연준 시인과 밸런스가 맞지 않았을까?  하는 조금은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내가 그의 글을 아직 접하지 않아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문장 속에서 마음을 붙잡는 문장들도 꽤 있었으니 그의 책도 조만간 찾아서 읽어보리라 생각해보게 된다.    그들이 함께 거닐었던 시드니,  함께여서 서로를 보듬으며 지냈던 한 달 여간의 시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가끔은 그곳이 그리우리라 생각되는 시간들.  이 책을 읽고 아직 가보지 못한 그 곳이 조금은 궁금해졌다.  기회가 되어 시드니에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장석주 시인의 글을 다시 곱씹으며 읽어보고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낯선 곳을 여행해보면 안다.

여행은 불편을 동반한 낯선 상황의 연속이라는 것을.

불안과 스트레스를 동반하며

그리 익숙함을 그리워하게도 만든다는 것을.


돌아와보면 안다.

익숙할 때 즈음 그곳을 떠나왔음을,

이곳의 익숙함이 달콤하고 감동스럽게 느껴지지만

잠깐일 뿐이라는 것을,

조만간 권태에 빠져,

불편과 낯선 상황을 향해 달아나고 싶어할 것임을.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서울을 서울 밖에서 바라보듯 거리를 두고,

돌아와서도 헤매야 한다. /p100  박연준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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