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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 정민선 작가가 그려낸 선연한 청춘의 순간들
정민선 지음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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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라디오 작가들의 에세이 도서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일상에 가장 가까이서 마음속 꺼내 표현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그들의 글이 가끔은 얄미울 정도로 부럽기까지 했다.  겨울이가고 봄이 오려는 계절쯤이면 유독 에세이로 눈길이, 마음이 가곤한다.  아마도 겨우내 꽁꽁 얼었을지도 모를 마음에 따스한 글이라도 담아주고 싶어서 였을까?  제목도, 책표지도 유난히 눈길을 잡아 끌었던 <집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그런데 책을 받아들고는 선뜻 책을 펼쳐보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이젠 청춘의 이야기들이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생기게 되어서일까? 나이 들어감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러나 책장을 펼쳐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읽다가 멈추기를... 책에서 시선을 들어 시선이 닿는 곳을 멍하니 응시하며 생각해보기를 몇 차례나 했던지...

 

 

며칠 비워둔 방안에도 금세 먼지가 쌓이는데

돌보지 않은 마음 구석에야 더할 나위가 있을까.  /프롤로그

 

 

모든이들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한 달, 일 년...그리고 그런 시간들을 기록하고 시간이 흘러 뒤적여 볼 수 있는건 얼마나 마음을 덜어내고 비워내는 연습을 해야 가능한걸까?  생각해 보면 버리지 못하고 쥐고 있으려하는 마음이 크기에 그것을 조금도 덜어내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꼭 해봐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안으로만 쌓으려하건 어쩌면 그렇게라도 지난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은 미련때문인걸까?  가끔은 내 마음속도 들여다보며 다독여주고 정리도 해줘야 다른 마음들이 들어설 자리도 생기는게 아닐까?  어른이 되어간다는건 감정을 숨기고, 슬퍼도 참아야하고, 아파도 웃어야 하는거라 하는데... 마음을 다스리는건 아직도 어렵기만 하다.  그리도 꿈에 그리던 스무살이 되었을 때, 성년되었다는 기분으로 세상 모든것을 가진듯한 기쁨은 얼마나 갔을까?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관계'의 혼란스러움에 빠지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함께해야 진정한 우정이라고 생각했던 친구들 사이도 비밀이 생기면서  하나 둘 '서운함'이라는 감정이 비집고 들어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걸 알게 되었지만 그 '적당히'의 정도가 어느 만큼인지를 알 지 못해 과연 '사람사이의 거리'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 것인지를 고민하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관계',  적당한 '거리''는 지금도 어느 정도가 적절한건지 이어지고 있는 생각들이지만 이런 질문들에 정답이 있는걸까? 

 

 

하지만 세상은 살수록 복잡해졌고,

내게는 친구 말고도 챙겨야 할 관계들이 수두룩하게 늘어갔다.

어느새 우정이란 단어는 가끔 만나 수다를 떨며

삶의 무게들을 조금씩 덜어놓는 관계 정도로만 정의 내려졌다. /p166

 

 

기억하기 싫은 일들은 더욱 선명하게 남아 오래도록 문득 떠올라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지만 기뻤던 순간들은 순간처럼 지나가버려 아쉽기만하다.   내 곁에 남아주었으면 하는 것들은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스쳐지나가버리고 만다.  생각해보면 다 내 욕심에서 비롯되는 마음의 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가끔은 마음도 쉬어주어야하고 괜찮은지 들여다보고 다독여주기도 해야한다는 것을.. 괜찮다만 하면서 누르고만 있다보면 그 안에서 터지고 곪아 내게 더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걸, 그리고 그 상처들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걸 자신의, 지인들의, 또는 작가로서의 글로서 조용히 전해주고 있다.  글로 사진으로 만나는 에세이의 이야기들이 눈을, 마음을 자꾸 그 곳에 머물게 해서 어느덧 책 여기저기에 붙기 시작한 포스트잇은 알록달록하기까지 하다. 



이 세상에 헛되게 흘러간 시간은 없다.

그 시절을 그렇게 보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견고한 나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  /p247

 

 

어쩌면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실수하고, 후회하며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 속에서 순간 순간 마주하는 기쁨들을 더크게 축복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어느 시간도 헛되게 흘려보내지 않았을거라는 작가의 말에.. 위로를 위안을 받는다.   정민선 작가의 글과 함께 실린 임초이 작가의 사진은 꼭 한사람의 작품처럼 너무도 잘 어울려 책의 분위기를 한껏 돋보이게 했던것 같다.  글을 읽고 사진을 감상하며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어쩌면 누구한테도 이야기 하지 못한 내 마음속 이야기들을 책을 읽으며 글과함께 마음을 나누었는지도 모르겠다.  집 나간 마음을 찾는게 이런거라면 곁에 가까이두고 가끔씩 꺼내보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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