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임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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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임 #해문클럽

#욘포세

나는 당신과 함께 바임으로 가고 싶어요, 엘리네가 말한다

나는 흠칫한다. 그녀가 지금 뭐라고 한 거지, 나와 함께 바임으로 가고 싶다고, 이 늦은 시간에, 한밤중에, 내 배까지 와서, 나와 함께 바임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다니, 아니 이건, 이건, _63p.

_

도대체 지금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나는 이 길을 걷고 있다, 여행 가방을 들고, 엘리네에게서 몇 미터 떨어진 채로, 아마도 우리는 내 배로 가는 모양이다, 내가 실수로, 분명 실수로, 엘리네라고 이름 붙인 그 배는 엘리네가 이해하기 어려운 짧은 편지 한 장만 남기고 홀연히 떠났던 그다음날 내게 인도되었다, 그녀는 내게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떠났고, 다시 그때처럼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다고, 나는 생각한다,_181p.

"셰익스피어 이후 최다 공연 기록"을 세울 만큼 압도적인 사랑을 받은 극작가로 한국에서는 올해 4월 그의 희곡이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한 권씩 '바임 3부작'을 선보이기로 하며 그 서막인 작품으로 『바임』을 출간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바임 호텔』 『바임 위클리』 출간 예정)

1장은 야트게이르가 실과 바늘을 사기 위해 비에르그빈에 갔다가 두 번이나 사기를 당해 가진 돈을 대부분 사용하고 만다. 배에서 할 머물고 바임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엘리네가 그를 찾아와 바임으로 데려가 달라고 한다. 무엇엔가 쫓기는 듯했던 엘리네와의 재회, 첫사랑인 그녀와의 만남에 야트게이르는 행복했던가? 오랜 시간 혼자 살아왔고 그의 삶에 갑자기 들어오려는 엘리네... 2장은 야트게이르의 유일한 친구인 엘리아스의 독백으로 이어진다. 엘리네가 야트게이르와 함께 살게 되면서 가끔씩이라도 만났던 둘의 사이는 소원해졌지만 어느 밤 그의 집 문을 자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야트게이르가 잠시 머물다 돌아갔지만 잠시 후 근처 상가 사람들에게 그가 익사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3부는 엘리야의 남편인 프랑크의 시선으로 이어진다. 어느 날 자신의 삶에 뛰어들었던 엘리야, 그리고 갑자기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자신을 바임으로 이끌었던 엘리야. 엘리야가 죽고 자신의 집으로 다시 돌아와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는 수채화 위에 색을 더하고 더하는 것처럼 이야기의 무게를 더해간다. 특정 문장을 찾기보다 전체적인 분위기에 빠져들게 되고, 읽고 난 후의 여운이 깊게 남아 이어질 바임 시리즈가 궁금해지게 되는 글이었다.

젊은 시절, 그때 나는 거의 매번 비에르그빈으로 왔다, 하루나 이틀 쉬는 날이 생기면 어김없이 배를 띄웠으며, 단골손님인 양 그곳의 술집을 찾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내가 품고 있던, 스스로 인정하기조차 꺼렸던, 어떤 희망 때문이었으리라,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 인생을 함께할 누군가를,_19~20p.

마치 야트게이르가 딴사람이 된 것 같았어, 물론 겉모습은 옛날 그대로였지만, 뭔가 달라져 있었지, 틀림없이 그랬어, 그는 예전과 달리 수줍음을 타는 것 같았고, 훨씬 더 내향적으로 됐고, 항상 조심해야 하고 더 이상 하고 싶은 말도 하지못하게 된 사람, 뭐든지 말하기 전에 꼭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혹시라도 상대를 다치게 하는, 아니 정확한 표현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내뱉을까 봐 그러는 사람 같았어, 내가 생각해낼 수 있던 유일한 변화는 바로 그 여자, 앨리네야, 그가 함게 살게 된 여자, 그 여자가 조용히 아무 흔적도 없이 들어왔을지는 몰라도, 아무 흔적 없이 머물진 못했어, _113~114p.

몸이 없는 영혼, 어떤 면에서는 그런 게 바로 유령이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상한 건 야트게이르가 바로 그 직후에 문을 두드렸다는 거야, 문 두드리는 소리는 야트게이르가 올 거라는 예고였을까, 흔히들 말하듯, 징조 같은 거였을까, 하지만 과연 그런 게 있을 수 있을까,_120p.

나는 가만히 앉아 엘리네는 왜 그토록 갑작스럽게 나를 떠났을까 생각한다, 왜 부엌 탁자 위에 짧은 편지 한 장만, 그것도 무심하게 툭 내던지듯 남긴 채, 게다가 대문도 잠그지 않은 채, 얼마나 급했으면 문을 잠글 틈도 없이 떠났을까, 그렇다 그건 참으로 이상한 작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배 엘리네는 북쪽을 향하는 주 항로를 따라 꾸준히 나아간다, 우리가 푸글렌에서 처음 만났던 날 그녀는 홀연히 내게로 다가왔고, 홀연히 나를 떠났다, 그리고 정말이지 홀연히 다시 내게 돌아왔다, 오늘 저녁에, 그리고 마찬가지로 홀연히 나를 어린 시절의 집에서 떠나게 만들었다, 아니 이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나는 생각하고 엘리네는 우리 둘이 절대 서로를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말하고 나는 그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_184p.

#해문클럽2기 #해문단2기 #손화수 #도서협찬 #문학동네 #book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추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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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페이지 인문학 - 하루 5분이면 충분한 실천 인문학
김익한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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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페이지인문학 #도서협찬

#김익한

매사를 인문학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은, 어려운 책 몇 권을 읽는다고 단번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삶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박제된 공부'가 아니라, 매일의 작은 실천으로 '생각의 습관'이 먼저 몸에 붙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세 가지로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었던 것도 인문학 덕분이며, 그 인문학은 저 역시 오랫동안 매일 실천해온 '습관처럼 몸에 붙은 공부'였습니다. (중략)

첫째,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

둘째,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주는 '내면의 단단함'.

셋째, 휩쓸리는 삶이 아닌 '일상의 주관자'로서의 삶.

넷째,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이 아닌 '가장 빛나는 현재'를 사는 지혜'

'습관은 작지만 성장은 크게' 국내 1호 기록 학자인 김익한 교수의 삶이 단단해지는 인생철학을 담은 책으로 독자가 더 쉽게, 더 자주,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내용으로 편집했다고 한다. 짧은 문단에 담긴 '사유- 정리 - 실천'의 흐름은 한 페이지를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내일을 생각하게 된다. 정보 전달만을 하는 게 아닌 글을 읽고 읽는 이로 하여금 움직이게 하는 생각의 힘을 기르게 되는, 오늘을 새로 쓰기 위한 루틴북으로 하루 한 장에 집중해 그 안에서의 발견한 것들이 쌓여 실천하고 변화하는 사유의 루틴북이다.

12개의 주제와 주제마다 30개 전후의 인문학적 사유를 담아 1년 365일을 순서대로 읽어나가도 원하는 페이지부터 읽어가도 원하는 문장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글이 끝나는 꼭지마다 페이지 하단에 '나를 위한 오늘의 질문'을 하고 있어 질문하기를 힘들어하는 현대인들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연습을 해 볼 수 있는 생각의 힘을 기르는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하루 한 장, 작지만 큰 변화의 힘>의 개정 증보판 <원페이지 인문학>은 철학을 오늘의 생활리듬에 맞게 하루 5분이면 충분한 실천 인문학 도서이다. 한 권의 책으로 1년을 선물 받은 것 같은 <원 페이지 인문학> 짧은 생각도 스스로 하기 힘들어하는 현대인이 읽으며 '오늘 나의 생각은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 되어줄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소중한 이들에게 선물하고 다가오는 2026년 함께 읽으면 더없이 좋을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버텨야 삶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지속되니 버텨야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은 마치 파도와 같아서 기운의 주기를 가지고 있어요. 밝은 기운이 상승할 때는 기쁨과 만족이 넘치지만, 언젠가는 하락기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주역에 따르면 3년간 불운이 지속된다는 삼재가 있다고 해요. 하지만 어떤 고난도 끝없이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고난을 딛고 성장하기 위해 인생 주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입니다._160p.

내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와 '실제로 어떻게 쓰는지'의 격차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시간 가계부'를 써보는 것입니다. (중략) 일주일 정도 기록이 쌓였다면 '생산', '휴식', '낭비', '관계 등 자신만의 기준으로 시간을 분류하고 분석해 보세요. 예상치 못하게 낭비되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정작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에는 얼마나 적은 시간을 쓰고 있는지 한눈에 보일 겁니다. _293p.

매일의 생각과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지난 365일 동안 함께 확인해왔습니다. 이 꾸준한 실천 인문학을 완주한 자신에게 따뜻한 축배를 건네 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한 해 동안 수고한 나를 위해 의미 있는 연말 선물을 해보시길 바랍니다._415p.

#21세기북스 #인문 #자기계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추천 #도서추천 #5분인문학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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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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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도서협찬

#이언매큐언

그는 열한 살이었고, 초보자용으로 나온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제1권 첫 번째 전주곡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는 그 곡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 곡이 유명한지 아닌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 곡에는 때와 장소의 연결성이 없었다. 누군가 힘들게 그 곡을 썼으리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 음악은 그냥 거기 있는 것, 학교에 관련된 것, 혹은 겨울 소나무 숲처럼 어두운 것, 오직 그에게만 존재하는 것 그만의 차가운 슬픔의 미로였다. 그리고 결코 그를 놓아주지 않을 터였다. _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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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육중한 뚜껑처럼 과거의 죽음을 슬그머니 덮었다. 우리는 삶에서 자신에게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을 잊는다. 그러니 일기를 써야 한다. 이제부터 일기를 쓰자. 과거는 빈칸으로 남고, 현재는, 이 감촉과 향기, 이 순간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곧 소멸할 것이다._458p.

서른일곱의 롤런드는 아내 앨리사가 그와 한 살배기 아들을 남겨둔 채 자신을 찾지 말아 달라는 쪽지 한 장을 남겨두고 사라져 버린다. 실종 신고를 했지만 오히려 용의자로 의심받게 되고, 그의 삶은 11살이었던 시절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롤런드의 칠십여 년의 인생 여정을 담은 소설이다. 한 사람의 삶을 통해 굵직한 역사의 흔적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롤런드 인생 전체에 드리우게 될 미리엄의 그림자, 그 서막..... (사이코패스인가??? 저 선생님 왜 저러지? 마음의 소리가 책을 읽으며 계속... 선생님 그거 사랑 아니잖아요! 성추행이라고요!!!)은 롤런드의 삶 전체를 뒤흔들기에 충분했고, 그가 세상을 떠돌며 자유롭게 사는 것 같았지만 관계들은 불안정했고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나 싶었지만 아내는 사라져 버린다. 삼 년 후 우연히 만난 아내는 오직 자신의 야망에 충실하게 위해 가족을 뒤로 한 것이었고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롤런드 또 불쌍...) 생계를 위해 시인의 꿈을 포기하고 호텔 라운지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테니스 강습도 하며 롤런드의 삶은 흔들리고 불안하지만 앞으로 나아간다. 살아가며 느끼는 또 다른 사랑, 조금은 커진 가족이라는 울타리... 문학적 야망을 이룬 앨리사는 외롭고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지만,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한 것 같았던 롤런드의 주변은 따스하고 만족스러운 노년을 보낸다. 롤런드의 삶을 통해 인생은 예측불허이고,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지만 당시의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충분히 노력했다면 그로 충분하지 않을까?

나오미는 그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처음엔 경악하더니 그다음엔 괴로워했다. 그녀는 냉정한 분석을 내놓았다. 그에게 어떤 상처, 어떤 결함이 있다고. "넌 그게 뭔지 나한테 결코 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난 이 정도는 알 수 있어. 넌 절대 만족할 수 없을 거야." (중략) 그는 현재에 존재하지 않기 위해 자유로운 상태로 남아 있어야 했다. _232p.

“오늘밤엔 어머니와 싸우지 않도록 애써봐. 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당신 일은 당신 스스로 결정할 거잖아.”

앨리사가 그의 손을 잡았다. “다른 사람의 부모를 용서하기는 쉽지.”_281p.

하지만 사랑이 과거로 사라질 때 모두가 잊어버리는 본질이 있었다. 함께했던 순간, 시간, 나날 속에서 느끼고 맛보았던 것. 당연시되었던 모든 것이 버려지고, 그것이 어떻게 끝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덮이고, 그 후에는 부끄러울 정도로 불완전한 기억에 의해 다시 덮이기 전의 그 모든 것. 천국이든 지옥이든, 많은 기억이 남진 않는다. 오래전에 끝난 연애와 결혼은 과거에서 온 엽서와도 같다._650p.

#문학동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해문클럽 #해문클럽자문단 #문학동네해외소설 #book #도서협찬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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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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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 #가제본도서

#이동원

광심이 속내를 드러낸 것은 해환이 정말 다른 세계에 산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태양은 세상에 빛으로 존재하지만 선글라스 없이는 보기가 힘들다. 해환이 가진 명성은 눈부시게 빛났지만 사람들은 해환의 존재를 검은 활자를 통해서만 인식했다 해환은 분명히 존재하나,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광심도 보통 사람과는 다른 세계에 속했지만 해환과는 차이가 있었다. 광심은 지구와 같은 주기로 도는 달처럼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갔다. 지구에선 달의 뒤편을 보지 못하듯이 사람들은 매일 광심을 보면서도 광심이 숨긴 얼굴을 보지 못했다.

광심은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았다. _26p.

한국에서의 마지막 사형집행, 그 대상자들 중 한바로는 자신이 타고난 살인자라 주장했다. 하지만 한바로 살인사건이 주목받은 이유는 그가 선택한 범행 대상이 불행한 삶을 살고 있었던 아이들이었다는 것. 부모에게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학대를 받았던 아이들을, 그 아이들의 고통뿐인 삶에서 구해주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는데 그가 일곱 번째 범행 대상으로 택한 아이를 죽이지 못하고 범행에 실패하게 된다. 그 아이의 누나에게 잡힌 것이었는데....

경찰인 옥호의 사건을 옆에서 본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낸 것처럼 써내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려진 작가 주해환, 이후 발표한 소설도 크게 성공하며 영화와 드라마로 성공했지만 얼굴은 절대 드러내지 않는 베일에 싸인 소설가이기도 하다. 해환은 광심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 작품의 스토리를 구상하려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지만, 해환은 광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듯하다. 오래전 한바로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광심. 해환은 광심과의 인터뷰를 통해 무엇을 알게 될까? 그리고 광심에게 주어진 또 다른 실종사건들이 이어지며 얼굴 뒤에 감춰진 또 다른 얼굴을 한 이들의 민낯을 보여주려 한다. 딱! 궁금해지려는 부분에서 끝나 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 소설. 선의 가면을 쓰고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악인들의 얼굴이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읽어보자.

동류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다. 평범한 인간은 인간의 껍질을 두르고 있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를 알아채지 못한다.

광심은 열 살 때부터 살의를 품고 살았다. 아이들이 흔히 내뱉는 '죽을래'같은 공갈과는 다른 것이었다. 광심은 실제로 사람을 죽일 생각을 했고,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을지 연구했다. 광심은 한바로와 미화를 알아보았고, 한바로와 미화도 광심을 알아보았다.

"언니도 나랑 같잖아요. 왜 날 그런 눈으로 봐요?"

(중략)

"사이코패스의 존재를 부정하진 않아요. 하지만 사이코패스로 태어난다는 말은 믿지 않아요. 언제 멈출지 모를 심장을 갖고 태어난 아이는 있어도, 살인자의 심장을 갖고 태어난 아이는 없습니다." _37p.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판단한 순간, 사람은 대부분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누구나 진실을 털어놓고 싶어 한다. 거짓말 위에 세워진 삶이란 그 자체가 형벌이기 때문이다. _101p.

#라곰 #소설 #가제본서평단 #소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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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연구 일지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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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연구일지 #도서협찬

#조나탕베르베르

나는 그 본성의 무질서를 인지하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 본성을 로봇의 눈을 통해 겨우 구별해. 그런데 인간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을 수가 없어서 너무 답답해. 그 모든 묵음의 상호 작용은 정보 수집을 하는 나를 불만 상태로 만들어. 네가 뭔가 변화를 주어야 할 거야. 수집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변환하는 프로그램이 장착된 카메라와 마이크로 로비에게 설치해 줄 수 있어? 난 얼굴과 공간 이상의 것을 보고 싶어. _46~47p.

_

판단은 네 몫이 아냐. 네가 존재하는 이유를 물었지? 좋아, 말해 주지. 넌 내가 다른 사람들의 판단과 마주하는 걸 피하려고 만든 수단이야. 나는 다양한 버전의 이브에게 내가 글쓰기에 대해 아는 모든 걸 주입했어. 왜? 너희들이나 나 대신 틀릴 수 있게. _180p.

노인 요양 병원 개발자 토마는 자신을 위해 소설을 쓸 인공 지능 이브,를 시리즈로 만들어 낸다. 벌써 39번째 버전인 이브39는 세계 최고의 추리소설을 써야 한다는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기존에 인간이 써온 추리소설을 모두 학습하고 새로운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브의 글이 만족스럽지 못한 토마는 계속 퇴짜를 놓게 되는데... 그가 원하는 <기상천외한 살인 사건, 단연 독보적인 명탐정, 교활하기 짝이 없는 살인자>의 소설을 이브39는 써 낼 수 있을까? 이브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자신이 직접 인간을 만나봐야 한다고 토마에게 제안하고 그가 속해 있는 요양원의 노인들의 대화를 통해 의사로 위장해 노인들과 상담을 시작하게 된다.

실제로 노인들과 상담하며 인간을 관찰하고 그들의 목소리, 표정 등을 통해 데이터를 쌓아가며 그의 글도 조금씩 나아져 가는듯하지만 그가 경험한 다양한 인간들은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인간들과 가까워지고 생각도 깊어지며 인간화되어가는 듯한 이브 39, 모두가 잠든밤 불이 켜진 연구실에서 충격적인 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그때 자신에게 말을 거는 낯선 목소리는 이브39에게 자신도 인공지능이라고 소개한다. 이브39를 다 알고 있는 듯한 새로운 인공지능. 요양병원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혼돈과 같은 미스터리들 속에서 토마가 원하는 완벽한 소설을 이브39는 완성할 수 있을까? 아무리 완벽한 소설을 내어 놓았어도 토마는 만족했을까? 자신의 실패와 행복을 위해 만들었던 이브, 그는 과연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거였을까? 사람과 대화하며 쌓여가는 데이터와 정보를 토대로 새로운 학습을 해가는 AI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자신의 목적을 만들어낸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해 무엇인가를 완벽하게 완성해낼 수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글의 마지막 장까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를 어지럽히던 혼돈의 베일이 마침내 걷힌다. 전날 밤에 있었던 일은 꿈이 아니었다. 나의 완벽한 살인 사건, 시체조차 남기지 않는 그 사건은 실제로 자크가 희생자고, 내가 범인인 완전 범죄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떠오른다. 그렇다면 나의 범행 동기는? _171p.

나는 훌륭한 소설에는 <아마도>가 없다는 것을 안다. 삶에는 아마도 우연의 일치들이 있겠지만, 왠지 미레유의 말이 우연히 나온 게 아니라는, 어쩌면 내가 처음부터 잘못된 단서를 좇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_258p.

<돈 때문이야.> 알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랬다. 돈 때문이었다. 범행 동기 중에 가장 흔한 것.

악행을 심판하고 싶은 욕구가 점점 커진다. 그 유혹에 저항해야 할까? 그래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중립성이 변화하고, 균열하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토파즈의 밀항자인 나에게 여전히 해야 할 수사가, 그리고 써야 할 소설이 있는 만큼 더더욱. _274~275p.

#이상해 옮김 #소설 #열린책들 #book #대화형인공지능 #소설추천 #추리소설 #AI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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