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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임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바임 #해문클럽
#욘포세
나는 당신과 함께 바임으로 가고 싶어요, 엘리네가 말한다
나는 흠칫한다. 그녀가 지금 뭐라고 한 거지, 나와 함께 바임으로 가고 싶다고, 이 늦은 시간에, 한밤중에, 내 배까지 와서, 나와 함께 바임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다니, 아니 이건, 이건, _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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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지금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나는 이 길을 걷고 있다, 여행 가방을 들고, 엘리네에게서 몇 미터 떨어진 채로, 아마도 우리는 내 배로 가는 모양이다, 내가 실수로, 분명 실수로, 엘리네라고 이름 붙인 그 배는 엘리네가 이해하기 어려운 짧은 편지 한 장만 남기고 홀연히 떠났던 그다음날 내게 인도되었다, 그녀는 내게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떠났고, 다시 그때처럼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다고, 나는 생각한다,_181p.
"셰익스피어 이후 최다 공연 기록"을 세울 만큼 압도적인 사랑을 받은 극작가로 한국에서는 올해 4월 그의 희곡이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한 권씩 '바임 3부작'을 선보이기로 하며 그 서막인 작품으로 『바임』을 출간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바임 호텔』 『바임 위클리』 출간 예정)
1장은 야트게이르가 실과 바늘을 사기 위해 비에르그빈에 갔다가 두 번이나 사기를 당해 가진 돈을 대부분 사용하고 만다. 배에서 할 머물고 바임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엘리네가 그를 찾아와 바임으로 데려가 달라고 한다. 무엇엔가 쫓기는 듯했던 엘리네와의 재회, 첫사랑인 그녀와의 만남에 야트게이르는 행복했던가? 오랜 시간 혼자 살아왔고 그의 삶에 갑자기 들어오려는 엘리네... 2장은 야트게이르의 유일한 친구인 엘리아스의 독백으로 이어진다. 엘리네가 야트게이르와 함께 살게 되면서 가끔씩이라도 만났던 둘의 사이는 소원해졌지만 어느 밤 그의 집 문을 자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야트게이르가 잠시 머물다 돌아갔지만 잠시 후 근처 상가 사람들에게 그가 익사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3부는 엘리야의 남편인 프랑크의 시선으로 이어진다. 어느 날 자신의 삶에 뛰어들었던 엘리야, 그리고 갑자기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자신을 바임으로 이끌었던 엘리야. 엘리야가 죽고 자신의 집으로 다시 돌아와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는 수채화 위에 색을 더하고 더하는 것처럼 이야기의 무게를 더해간다. 특정 문장을 찾기보다 전체적인 분위기에 빠져들게 되고, 읽고 난 후의 여운이 깊게 남아 이어질 바임 시리즈가 궁금해지게 되는 글이었다.
젊은 시절, 그때 나는 거의 매번 비에르그빈으로 왔다, 하루나 이틀 쉬는 날이 생기면 어김없이 배를 띄웠으며, 단골손님인 양 그곳의 술집을 찾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내가 품고 있던, 스스로 인정하기조차 꺼렸던, 어떤 희망 때문이었으리라,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 인생을 함께할 누군가를,_19~20p.
마치 야트게이르가 딴사람이 된 것 같았어, 물론 겉모습은 옛날 그대로였지만, 뭔가 달라져 있었지, 틀림없이 그랬어, 그는 예전과 달리 수줍음을 타는 것 같았고, 훨씬 더 내향적으로 됐고, 항상 조심해야 하고 더 이상 하고 싶은 말도 하지못하게 된 사람, 뭐든지 말하기 전에 꼭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혹시라도 상대를 다치게 하는, 아니 정확한 표현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내뱉을까 봐 그러는 사람 같았어, 내가 생각해낼 수 있던 유일한 변화는 바로 그 여자, 앨리네야, 그가 함게 살게 된 여자, 그 여자가 조용히 아무 흔적도 없이 들어왔을지는 몰라도, 아무 흔적 없이 머물진 못했어, _113~114p.
몸이 없는 영혼, 어떤 면에서는 그런 게 바로 유령이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상한 건 야트게이르가 바로 그 직후에 문을 두드렸다는 거야, 문 두드리는 소리는 야트게이르가 올 거라는 예고였을까, 흔히들 말하듯, 징조 같은 거였을까, 하지만 과연 그런 게 있을 수 있을까,_120p.
나는 가만히 앉아 엘리네는 왜 그토록 갑작스럽게 나를 떠났을까 생각한다, 왜 부엌 탁자 위에 짧은 편지 한 장만, 그것도 무심하게 툭 내던지듯 남긴 채, 게다가 대문도 잠그지 않은 채, 얼마나 급했으면 문을 잠글 틈도 없이 떠났을까, 그렇다 그건 참으로 이상한 작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배 엘리네는 북쪽을 향하는 주 항로를 따라 꾸준히 나아간다, 우리가 푸글렌에서 처음 만났던 날 그녀는 홀연히 내게로 다가왔고, 홀연히 나를 떠났다, 그리고 정말이지 홀연히 다시 내게 돌아왔다, 오늘 저녁에, 그리고 마찬가지로 홀연히 나를 어린 시절의 집에서 떠나게 만들었다, 아니 이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나는 생각하고 엘리네는 우리 둘이 절대 서로를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말하고 나는 그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_1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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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