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세상 물정의 물리학] 북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세상 물정의 물리학]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신 김범준 교수님이 본인의 전공이신 '통계물리학'의 시선으로 세상의 여러 분야를 바라본 이야기를 모아둔 책입니다. 56회 한국출판문화상에 책이 선정된 기념으로 알라딘과 북티크가 함께 북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세상 물정의 물리학]을 시작으로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 <자기록> , <주자평전> 의 북콘서트가 순서대로 열립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링크에 가셔서 신청해보세요.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북콘서트 신청
<자기록> 북콘서트 신청
<주자평전> 북콘서트 신청
북콘서트는 논현역 8번출구 근처에 있는 북티크에서 진행했습니다. 콜라보서점 북티크는 페이스북에서 가입한 <숭례문 학당> 그룹의 행사가 자주 열리는 곳이고 치과에서 멀지도 않은 곳이라 한 번은 와봐야지 했는데 결국 다른 행사로 이렇게 처음으로 방문했습니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정면에 있는 널찍한 계단이 눈에 띕니다.
입구에서 먼 쪽 벽은 책이 가득 꽂혀있는 벽입니다. 처음 찾아가는데 간판이 크지도 않고 들어가는 계단에 불도 제대로 켜져있지 않아서 찾아가기 쉽지 않았지만, 입구에 들어서고나니 공간이 정말 너무 마음에들었습니다. 책은 잘 안읽어도 책이 펼쳐진 공간은 참 좋아하는 저입니다.
김범준 교수님의 강연은 재미있었습니다.
박수를 쳐 달라고 하시면서 시작한 강연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누구나 서로 영향을 받는다고 하시면서 실제로 있었던 여러 사례들에서 영향받는 현상을 물리학(보기에 따라서는 수식)으로 표현해서 보여주셨습니다. 교수님의 전공이 통계물리학인만큼 사회의 여러 현상들을 물리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야기와 통계라는 잣대를 통해서 살펴볼 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현상들을 많이 얘기해주셨습니다.
강연 중간에 그리고 강연이 끝난 후에 많은 사람들이 수준높은 질문들을 던졌고, 교수님은 듣고있으면 어떻게 저렇게 유연하게 잘 답변해주실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잘 대답해주셨습니다. 강연이 재미있었다는게 단지 제 혼자 생각은 아닌것이 강연 말미에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전혀 물리학에 관심도 없었는데 강연을 듣고나서 다시 알아보고 싶다고 어떻게하면 물리학을 접할 수 있는지 던진 한 분의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했습니다. 강연 시작할 때 몇 가지 보여준 수식 때문에 사람들이 거리감을 느낄법도 했을텐데 전체 강연을 참 재밌게 하셔서 사람들이 물리학 자체에도 관심을 보인게 아닌가 싶습니다.
[footnote]세상 물정의 물리학 책 21쪽[/footnote]
강연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마지막에 말씀해주신 책의 제일 앞에 나오는 부분이었습니다. 교수님 스스로도 사람들이 책 1장에 있는 내용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에 강연을 할 때도 많이 말씀하신다고 하셨습니다. 1장의 제목은 '뒷담화를 권한다'이지만 실제 내용은 뒷담화에 대한 내용은 아닙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의견을 서로 주고받을 때 상명하복식으로 의견이 위에서 아래로만 흘러내려가는 경우와 어느정도의 확률을 가지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경우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위에 있는 그래프에 그 결과가 있습니다.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면 위 그래프에서 p는 위에서 아래로만 흘러내려가는 흐름에서 벗어나는 서로 주고받는 흐름이 있을 확률입니다. p=0.0인 경우는 위에서 아래로만 의견이 내려가는 경우이고 p=1.0은 특정한 방향이 없이 서로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때입니다. 사진 속의 글에서도 설명이 되어있지만, 상명하복식으로 의견이 전해질 때 가장 빠른 시간에 의견이 안정(그래프가 수평을 나타내는 상황)되고 그 수치도 0.8을 넘는 상당히 좋은 결과값을 가집니다. 서로 활발히 의견을 주고받는 경우인 p=1.0인 경우에는 안정되는데 시간은 다소 오래걸리지만 상명하복식으로 의견조율이 된 경우보다 오히려 더 결과값은 높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군대식으로 위에서 아래로 명령만 내려지는 경우보다 서로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경우에 전체 사람들의 의견이 안정적으로 모여지기까지 혹은 전체가 일정한 의견을 가지게 되기까지 시간은 더 오래 걸릴지 몰라도 사회 전체적으로 더 이로운 의견으로 모아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군대식으로 명령만 내려지는 사회에서 적당히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사회가 되었을 때는 안정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그 결과도 오히려 군대식인 경우보다 나빠집니다. 단순화된 모델이긴 하지만 이 그래프를 보면서 90년대 들어서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가 조금 더 발전했을 때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 보였던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북콘서트 안내문에는 70명까지 신청을 받는다고 되어있었는데, 이런 이벤트는 신청한 사람보다 적게오는 경우가 많아서 자리가 남지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많이 오셔서 준비된 자리가 거의 다 찼습니다. 질문도 정말 많이 하셨는데, 자기 생각을 강요하기위해서 질문을 가장해서 자기 주장만 밝히는 사람이나 저자에게 생떼쓰는듯한 질문을 하는 사람도 한 명 없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질문을 들으면 '정말 좋은 질문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답변해주시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나면 저도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