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5일 수요일 스승의 날 나는 딸아이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저녁 나들이를 했다.

이 날 내가 만나려 간 분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이신 유홍준 교수님이시다.

지난해 우연히 알라딘에서 초청해 주신 100만부 출간 기념 콘서트에서 유교수님을 처음 뵈었다.

그 때 유교수님의 따스함이나 정감있는 말투에 우리나라 곳곳을 다니면서

 우리나라가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주 인상깊었다.

 

그래서 이번 강연회는 꼭 딸도 데려가고 싶었는데 알라딘에서 소중한 초대를 해주셨다.

얼마전에 나도 올해는 아이들과 꼭 같이 제주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서 답사기7권 제주도편을 샀다.

아직 다 읽지는 못하였지만 교수님이 답사기 한권 한권을 쓸때마다 어떠한 노력을 하고 계시는지는

이미 들어서도 알지만 정말 교수님의 바램대로 교수님처럼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지고 찾는 노력을

가진 차세대가 많아졌음 하는 맘이 들었다. 나의 딸에게 그런 교수님의 의지를 알려주고 싶기도 했다.

 

 

 

멀리라 흐릿하게 나왔지만 이 날 강연의 주제는 <문화유산을 보는 눈과 나의 글쓰기>라는 주제였다.

이 날 조금 늦었지만 교수님의 글쓰기 방식을 알려주셔서 아주 좋은 가르침을 받아서 좋았다.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글을 잘 쓰는 것은 더욱이 어려운 일이다. 이 날 나는 꼼꼼히 메모를 했다.

그래야 언제든지 내가 글을 쓸 때 나는 쉬운 말로 많은 이의 맘을 움직일 좋은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될꺼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 날 교수님은 15가지의 글쓰기 방법을 꼼꼼히 설명해 주셨다.

글을 쓸 때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에서부터 글을 읽어 줄 독자를 생각하면서 글을 쓸 때의 글이 가져야 하는

요소들도 빠지지 않고 잘 설명해주셨다. 글이 길고 장황하다고 좋은 글이 아니고 어려운 말을 써서

독자의 위에서 글을 쓴다고 좋은 글이 아니며 글을 잘 쓰려면 독서 이상의 방법이 없다는 말씀도

귀에 쏙 들어 왔다. 아이들에게도 이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를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독자에게 호소라려고 해야 한다. 독자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그래야 독자들이 받아들이기 좋은 글이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접속사 없이 글을 써보는 것,

자기가 쓴 글은 묻혀두었다가 다시 읽어보고 수정을 해야 한다는 말씀도 귀에 담았다..

 

그럴때 교수님은 친구를 만나 커피를 마시거나 목욕을 다녀오신다고 하셨다.

이 때 밤에 쓴 연애편지를 아침에 읽어보면 찢어버린다는 예가 어찌나 재밌던지..누구에게나

그런 경험은 있게 마련이다. 아래는 교수님의 집필공간을 보여주셨다.

 

지금은 곧 출간될 일본 답사기를 마무리하고 계신 중이라고 하신다.

교수님이 1권의 책을 내고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렸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획해 놓은 다음의 책들을 위해 쉼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웁게 느껴졌다.

 

 

결론적으로 "전문적인 내용을 대중도 알아듣게 하는 것이 진정한 대중성이다."

 

"진정한 프로만이 쉽고, 짧고, 간단하고, 재미있게 쓸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시고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는 마무리 해주셨다.

 

그리고 다음에 이야기해주시는 문화재에 관한 이야기 책을 쓰고 난 뒷이야기나 책을 쓰면서 알게 된

이야기를 해주실 때가 더 재밌다. 그런거를 바라보는 사랑의 눈이 생겼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교수님이 해주시는 이런 이야기들이 너무 좋다.

교수님이 예전에 하셨다는 미술사 강의도 담에 하시면 꼭 들어보고 싶다.

역사라는 것이 단순히 역사가 아니라 미술, 건축, 문학등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학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는 교수님, 문화의 전성기에 나오는 명작들은 문화능력의 소산이며

신라고분에서 나온 금관 6개를 보여주셨다. 곡옥으로 장신되어진 화려한 금관을 보면서 이것들이 어찌 과거에만

머물려 있는 유물이라 하겠는가 하시면서 요즘에 명품샵에 있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시공을 뛰어넘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금관총에서 나온 12개 짜리 금팔찌 세트를 보여주셨다.

내가 봐도 딸이 봐도 그것은 아름다웠다. 지금 차고 다니라고 해도 멋질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재밌는 이야기..경주에 황남대총에서 나온 유물이 어마어마해 사실은 경주에 황남대총만을 위한

박물관이 필요로 한데..아쉽다 하시면서 황남대총전시를 열 때 교수님이 아시기로 유물이 38000점으로 알고 계셨는데

경주박물관에서 58000점의 유물을 전시한다고 하셔서 이를 확인했더니 그 사이 위사진의 목걸이가 끊어져서

구슬 하나하나를 다 헤아려 보니 20000점의 구슬이 더 보태졌다는 일화가 있단다.

 

 

 익산 미륵사지석탑의 복원을 두고 어떻게 복원이 이루어 져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되었고

 

 

절대자의 분신인 사리함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가 없다 하셨다.

 

 

특히 감은사지에서 발굴된 사리함은 금속공예의 진수를 보여 준다. 리움미술관 강연회에서

듣기로 현재에는 이런 보물을 만들 기술자가 없다고 한다. 아쉽다.

백제 시대의 유물들은 신라의 것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그 시대에는 장인을 중시하고

박사라는 호칭으로 대접하던 시대여서 그 유물들이 가진 기품이라는 것을 현재에서도

흉내낼 수 가 없는 듯 하다..

 

 

 

아름다운 것의 의미가 단순히 화려한 것이 아니라 검소함 속에서 나오는 조용한 위대함이라는 말이

새삼 다가왔다. 헌종이 만든 창덕궁의 낙선재에 지난 일요일에 다녀왔는데 정말 단청이 하나도 없는 건물을

궁안에서 보기란 힘든데 낙선재는 나무의 색감으로도 그리고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장인들의 정신이

나의 눈을 사로잡더랬다. 이런 것을 찾아 내고 발견하는 것이 문화유산을 보는 시선이구나 하였다.

 

 

고려불화에서 만날 수 있는 시스루 패션에 대해서도 알려 주셨고 고려 불화의 치밀한 표현기법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장인정신이 가져다 준 명작의 아름다움은 시대를 초월하고 그러한 명작을 만들어 내는 데에는

수없는 수련과 노력이 필요로 한다는 것도 잘 설명해주셨다.

 

 

 

 

 마지막으로 추사 김정일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벼루 10개, 붓 천자루를 닳게 하면서 글을 써나갔던

그야말로 진정한 장인이라 하였다.

이렇게 선생님의 강연은 막을 내리고 선생님의 친구이시자

무형문화재이신 이애주 교수님의 공연이 이어졌다.

 

예전 강의에서 이애주 교수님이 경주 에밀레 종앞에서 춤을 추도록 부탁하셨다고 하셨는데  

그런 이애주 교수님을 저번에 뵙기만 했는데 이번에 공연을 해주신다니 정말 기대가 되었다.

 

유교수님도 교수님의 강의보다도 더 빛날 공연이라고 칭찬을 해주셨는데 정말 이애주 교수님의

몸짓이 지난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맘이 답답하기도 하고 맘속이 절로 애절하기 까지 했다.

 

역사란 그런 것이고 지나간 것에 대한 기억을 어찌 해야 하는지..다시함 새겨보았다.

아픈 현실이 과거가 되었다고 그 과거를 과거라는 시점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

나는 이런 순간에 꼭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북, 장구, 구슬픈 해금연주와 같이 만나 본 이애주 교수님의 몸짓과 노랫가락은

아마 처음 만나 본 나와 나의 딸의 맘 속에 확연한 점 하나를 찍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음에도 또 유교수님과 이애주 교수님을 뵐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음 한다.

이를 주최해 주신 창비출판사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강연회에 초대해 주신 알라딘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남보다 다른 눈으로 남보다 더 대상을 사랑하는 눈으로 만나는 모든 것들에 숨어있는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 과정이 인생에서 어쩌면 무의미한 과정일지도 모르나 내가 바라보는 곧은 시선을 하나 가지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변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는 좋은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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