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다출판사에서 출판한 <착한 소비의 시작 굿바이 신용카드>의 저자 강연회에 다녀왔습니다. 주최 측의 무려 6통에 달하는 친절한 안내 문자 덕에 강의 장소 찾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길을 헤매지 않고 한번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와는 달리 실내 난방은 따뜻했고 정성스레 준비된 빵과 우유로 급한 허기를 때우고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이런 좋은 강의를 무료로 들었다는 점이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전해져 못 가본 분들을 위해 꼭 강의 후기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윤경 선생님은 재테크 광풍의 위험성을 알린 <아버지의 가계부>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한 2년 전 쯤 강연회에서 뵐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보다 훨씬 안정되고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사회적 기업인 에듀머니를 만들어 재무구조 개선과 돈으로부터 소외당하지 않고 자유로워지기 위해 <돈의 인문학> 강좌를 통한 경제교육을 해오고 있답니다.
공동저자 가운데 세 분이 강의 해주셨는데, 첫 번째로 제윤경 선생님은 현재 우리나라의 거시적인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주셨습니다. 2006년 부동산 폭등과 2008년 펀드 광풍을 거쳐 작년 말부터 올해 초에 가계부채의 내용과 질이 악화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언론에서 들었다시피 이미 770조라는 어마어마한 가계부채를 앉고 있을게 현실입니다. 가구마다 빚이 없거나 신용카드 없이 사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고, 신용카드의 결제 비중이 소비 많이 한다는 미국보다 많아 세계 1위라고 하네요. 현재 경제활동 1인당 신용카드 보유수는 4.6매로 카드대란 사태를 불러왔던 2002년과 같은 수치라고 합니다.
지난 10여 년간 불어 닥친 재테크 광풍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서울시민의 30%가 평균부채 2억원을 갖고 있고 빚도 자산이라며 부채에 무척 둔감해졌다고 합니다. 최근 저금리로 인해 물가상승율을 계산하면 손해라는 인식으로 저축률 또한 2%로 역대 최저치라고 합니다.
과도한 사교육비와 주택담보 대출로 이미 가계의 현금 흐름이 악화돼 마이너스 통장 사용과 신용카드를 통한 카드론과 리볼빙을 받는 수 또한 작년 하반기부터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리볼빙은 최소한의 결제만을 하고 결제를 다음으로 유예시키는 대출제도라고 합니다. 수수료가 대부업법 규제를 받아 29%에 육박해 소비자들의 재정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었습니다. 카드론은 최초 우수고객의 경우 수수료가 7%이지만 6개월 후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자율이 상승하고 이것으로 인해 다른 금융기관의 가산금리 또한 동반상승하는 악성대출이라며 향후 신용 대란과 가계부채 대란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며 주의를 주셨습니다.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대손충당금 규제에도 벗어나고 이자제한은 대부업법 규제를 받는 리볼빙 및 카드론은 은행 및 카드사의 새로운 수익창출이 되었고 그들은 금융위기 때 덩치를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대마불사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로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2005년과 2006년에 집중되었던 주택담보 대출의 거치기간이 2008년과 2009년으로 끝났고 만기때 거치기간 연장으로 이자만 내는 수가 80%라고 합니다. 신용카드의 연체율 급증하는 시그널이 발생하면 신용축소로 이어지고 이것은 은행의 주택담보 대출 만기연장 중단 및 신용한도 감액으로 인해 연체율이 급증해 결국 시장에는 주택을 팔려는 사람이 몰려 급매, 경매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물가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선 부채를 갖고 있는 사람에겐 더욱 악재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나는 신용카드를 잘 쓸 수 있다는 믿음이 잘못이고, 나는 돈을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셔서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개인의 소비의사 결정이 기업의 마케팅을 뛰어넘기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심리학자 등 전문가를 동원해 할인, 무이자 할부,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상술로 포장해 소비자는 신용카드 사용의 통제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최선의 선택은 신용카드를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안 쓰는 것이 정답이랍니다. 대안으로 체크카드 사용과 현금쓰기를 권해 주었습니다.
“어렵게 버는 돈이 가치가 있다”며 긍지와 자부심을 느껴 조금은 불편하게 써야 신중하게 소비할 수 있고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행복하게 살아 삶을 풍요롭게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정말 공감가는 내용으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두 번째로 강의 해주신 박종호 선생님은 정수기를 예로 들면서 현대 사회는 매스컴의 광고를 통해 소비의 부추김을 받아 소비의 의사결정구조가 무너졌다고 했습니다. 힘들게 돈을 버는 것에만 급급하지 정작 소비할 때 “이것으로 인해 얻게 되는 효용가치가 무엇인가?” 라는 소비의 의사결정구조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씀해 꽤 흥미로웠습니다. 즉 필요와 욕구를 구분하라는 것입니다.
소비통제는 생각이나 의지만으로 되질 않으므로 돈은 조금 불편하게 써야만 통제가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신용카드 사용을 통한 즉각적 충족을 통한 소비는 만족감이 오래가지 않지만 적금을 들어 소비를 지연시키고 결핍하면 만족도는 훨씬 높아질 수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그 내용이 신선했습니다. 시도가 어렵지 적금을 통한 소비 지연 습관을 들이면 무분별한 소비를 막고 삶의 만족도는 높아질 것 같습니다. 현재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해 일단 쓰고 벌어서 갚는 왜곡된 소비구조에서 갖고 있는 돈의 범위 내에서 소비하는 선순환 구조로 바꾼다면 급여가 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훨씬 여유롭고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마지막을 나온 정현두 선생님의 강의는 아쉽게도 시간이 많지 않아 조금밖에 들을 수 없었지만 삼성 형님, 현대 형님, 롯데 형님, 신한 형님 등 자신의 실제 신용카드 사용기를 말씀해주셔서 가장 재미있고 이해가 빨랐습니다. 월급여 1000만원을 넘는 증권사 생활을 하며 씀씀이 또한 커서 카드 결제일이 두려웠고 결국 그것으로 인해 직장을 나오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당장은 신용카드가 주는 달콤함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대안으로 3-6개월 정도 신용카드 사용을 하지 않고 기존 할부부터 줄여나가면서 체크카드나 현금 사용으로 노력한다면 카드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신용카드 결제일이 없는 날을 상상해 보며 얼마나 홀가분한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착한 소비의 시작은 신용에 대한 사회의 문제의식을 자각하는 것에 있다고 합니다. 사회안전망으로서 개인에게 신용은 필요하지만 그 목적과 시스템은 선해야 한답니다. 자기 주도적이고 지혜로운 의사결정을 통한 소비만이 신용이 갖는 위험에서 자신을 구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새해에는 신용카드와 굿바이 하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현금이나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습관을 들여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구매하고 늦은 시간 강의장을 나오는 발걸음에 한결 자신감이 실립니다. 좋은 강의 들을 수 있게 해주신 바다출판사 및 에듀머니 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돈 때문에 고통 받는 많은 분들이 읽고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널리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