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뜬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정말이지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뚫고 장하준 교수의 독자와의 만남 자리에 다녀왔다.
장하준 교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신문지상에서이다. 경제학 교수 그것도 해외 명문대 경제학 교수가 쓴 한 권의 책이 그 해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재테크나 생활경제관련 서적일 리는 만무한데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베스트셀러 목록에 당당히 있는 걸까 그게 아마도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 같다. 그 몇 해전부터 몇몇 경제학 원론에 대한 책들을 조금씩 공부하며 경제학에 관심이 생기기도 했던 터였다.
그렇게 처음 접해본 장하준 교수의 책은 내가 알던 [상식]이라는 것에 엄청난 혼동을 가져왔다. 후진국들의 경제성장을 위한 국가주도의 경제정책이라던가, (결코 자유적이지 않는) 자유무역에 대한 부정적 입장, 보이지 않는 손, 시장에 대한 회의 등 기존에 읽어온 책에서와는 많이 다른 그의 주장들은 흥미롭기도 했고, 의아하기도 했고, 어떤 면에서는 존경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아주 적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지적재산권에 대한 그의 의견은 개발을 업으로 삼고, 특허권을 절대적으로 옳은(바른) 권한으로 생각하던 나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내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사다리를 걷어차는 일일 수 있다는 사실, 정말이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처음 접한 그의 글에서 받은 충격은 이제껏 그가 쓴 글들을 다시 찾아 읽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의 신작에도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신작을 비롯해, 다른 몇 권의 책들은 처음 내가 그의 책을 읽었을 때와 같은 충격을 주지는 않았다. 기본적인 그의 주장은 변함이 없었고, 다만 좀 더 다양해졌을 뿐이니…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주장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로든 흥미롭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속시원한 것이기도 했다.
알라딘에서 그와의 만남에 대한 공지를 보았을 때 맨 처음 든 생각은 그의 주장에 대한 이러한 복잡한 나의 감정을 어떤 식으로든 명확한 방향으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직접 그에게서 듣는 이야기들이 나를 고개 갸우뚱하게 만들었던 의문들에 대한 답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
독자와의 만남은 인터넷을 통해 작성된 질문들에 대한 답이 주류를 이루는 형식이었으며, 그리고 그 후 현장에서 몇 몇 질문과 그에 대한 답들로 끝을 맺었다.
준비된 질문들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책을 읽으면서 나와 유사한 혼란을 경험하는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우리의 역사적인 경험에서는 오는 불안함, 그로 인해 그의 주장들을 이상과 현실의 문제로 보는 시각. [국가]라는 것에 대한 불신. 더군다나 이러한 문제들은 지금의 우리 현실에서는 더욱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들이다.
사실 그의 대답에서 이러한 의문들,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정리할 수 있는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결국 그의 답은 과거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견제의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의 권력화는 그런 견제를 통해 저지해 내야 하며, 우리는 이런 성공적인 사례를 북유럽의 선전국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자신이 없을 뿐…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 알기때문에… 아마도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꿈꿀수 밖에 없는 이유들은 역시나 그의 이야기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행복이라는 것의 결코 경제적인 것으로만 구성되는 가치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경제적인 자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코 행복을 이야기할 수 없다. 또한 극단적인 부의 불균형 문제는 결국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살기 어려운 세상을 만들 뿐이다(그는 브라질의 사업가 납치 사업 예를 들었다.)
어렵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경제적인 균형의 문제는 분명 어려운 이야기이다. 하지만 아마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지 모른다. 어렵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일이 세상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적어도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일은 그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는 그런 일중에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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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tehhun 2011-01-04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하준의<나쁜사마리아인>등은 김로빈의 <희망을위한경제관>으로 논파당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