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장의사를 염쟁이라 불렀다. 염쟁이 유씨는 조상 대대로 염쟁이 일을 하던 집안에서 태어나 역시 염쟁이였던 아버지에게 일을 배워 40년 넘게 시신을 염습한 이 분야의 베테랑이다. 전통 장의 절차에 관심이 있는 한 기자가 취재를 요청하지만 염쟁이 유씨는 완고히 거절한다. 그러던 염쟁이 유씨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기자와 기자가 데려온 전통문화체험단과 자신의 마지막 염을 함께 하게 된다.

자신의 마지막 시신을 염습하며 염쟁이 유씨는 오랜 세월 죽은 사람을 단장해 저 세상으로 보내면서 접한 사연들을 하나 둘 풀어 놓는다. 혼자 열 가지가 넘는 배역으로 변신해 펼치는 유순웅 배우의 코믹한 연기는 관객들의 박장대소를 자아낸다. 그런데 염쟁이 유씨는 왜 갑자기 일을 그만두는 걸까? 염습이 진행되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사연은 눈물을 훔치며 코를 훌쩍거리는 관객들이 여기저기 속출할 정도로 애잔하다.

앞으로 보실 분들을 위해 연극에 나오는 전통 염습 절차를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연극 염쟁이 유씨로 배워 보는 염습 절차]

1. 먼저 시신을 시성판 위에 눕힌다. 시성판은 시신을 눕힌다고 흔히 알고 있는 칠성판과는 다른 것이다. 시성판 위에 시신을 눕혔다 염이 끝난 후 칠성판 위로 옮기게 된다.

2. 시신이 굳어버리기 전에 시신의 손, 발, 몸을 잘 주물러 편다. 이걸 수시(收屍)라 하는데 수시를 소홀히 하면 시신의 손, 발, 몸이 뒤틀리고 오그라들 수 있으므로 정성껏 해야 한다.

3. 솜으로 눈, 코와 귀 등 몸의 구멍을 잘 막는다. 시신이 부패해 흘러나오는 숭물(썩은 물)을 막기 위함이다.

4. 습을 하기 전에 사자(使者) 밥을 내어 놓는다. 염라대왕의 명을 받아 망자를 데리러 오는 저승사자는 셋이기 때문에 3인분을 준비한다. 저승사자에게 밥을 바치는 것은 망자를 저승으로 편하게 모셔 달라는 의미이다.

5. 향나무나 쑥을 삶아낸 물인 향탕수(香湯水)로 시신을 정갈하게 닦는다. 이걸 습(襲)이라 한다.

6. 시신의 입에 구슬 넉 점과 물에 불린 쌀을 넣어 준다. 이를 반함(飯含)이라 하는데 망자가 저승으로 갈 때 양식으로 쓰라는 의미다.

7. 시신에 수의를 입힌다. 이를 소렴(小殮)이라 한다.

8. 소렴이 끝난 시신을 천(대렴포)로 잘 감싼다. 이것을 대렴(大殮)이라고 한다.

9. 시신을 입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