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이발관의 보컬이자 최근 발간한 '보통의 존재'의 작가인 이석원씨를 만났습니다.

실은 제가 뭐 빽이 있어서 그를 만난 것은 아닙니다. 쥐뿔도 없지요. 그래도 책도 받고 싸인도 받고 영화까지 구경하고 왔습니다. 실제로 만나본 그 분은 무척 차분한 분이셨어요. 기억에 남는 말은 자신은 '희망을 갖고 싶지만 가지기 어려운 사람'이라며 본인과 비슷한 사람들에게 이 책이 공감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도 서점의 베스트셀러에서 '긍정의 힘'같은 책을 보면 남들은 이렇게 긍정적이고 열정적으로 살려고 하는데... 하며 자괴감이 좀 들었었죠. '보통의 존재'는 그렇게 부풀려진 긍정이나 희망을 믿기에는 너무 지쳐버린,  약간은 세상과 자신에 대해 실망한 사람들을 위한 책인가 봅니다. (아니면 그냥 게으른 사람을 위한 책일 수도, 하하.)



몇 가지 질문이 오간 뒤에 필립 리오레 감독의 영화 <웰컴>도 함께 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제목이 별로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웰컴은 반어법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프랑스의 불법체류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픽션인지 모르겠지만, 불법체류자를 재워줬다고 경찰서에 불려가는 장면에서 울컥했습니다. 얼마 전 뉴스에서 우리나라에 불법체류중인 여성들의 가슴에 경찰이 주먹질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충격적이었고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이제껏 그들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으니 말이죠. 모든 사람이 사람 대접 받으면서 사는 것이 이렇게도 어렵다니,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느꼈습니다.














영화는 사실 '사랑'이라는 테마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프랑스에 불법체류하며 바다를 건너 영국으로 가려고 하는 비랄, 이혼하는 아내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는 시몽. 이혼재판을 마치고 나와서 시몽이 아내에게 말합니다. "그는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40,000km를 걸어와서 이제는 바다까지 건너려고 하는데, 난 당신이 떠나갈 때 길 하나 건너지 못했어." 이 대사가 가슴이 무척 아팠습니다. 현실에서 우리 대부분은 시몽같죠.


영화가 시작하기 전 이석원씨가 비랄과 자신이 사랑에 무모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말했더니 좌중이 많이 의아해했습니다. 사랑을 안 믿는 중년 남자 아니었냐고 사람들이 되물었죠. ㅋㅋㅋ 실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결국엔 보통의 존재로 기억될 뿐이라고 그가 말했으니까요. 비랄도 과연 보통의 존재로 기억될지... 



자세한 건 영화와 책을 보세요! 둘은 제법 어우러지는 콤비입니다. 무슨 <출발!비디오 여행>같군요.
아무튼, 잘 다녀왔습니다 :)




by 봉봉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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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9-11-26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영화에 대해서도, 이석원씨에 대해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