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공연일에 일이 있어서 좋은 분께 선물해드리고 

그 좋은 분께 공연 후기 써달라고 졸랐어요 

너무 늦은 후기지만 감사드리고 공연의 아름다움이 이 가을을 더욱 아름답게 물들였으면 합니다.  

 

좁은 방 안 한켠에는 각종 잡동사니와 책들이 마구 쌓여 있고 가운데에는  허름하지만 매우 큰 식탁이 놓여 있다. 왼쪽 구석에는 개수대와 냉장고가 위치해 있다. 보기에 상큼하거나 기분 좋은 그런 장면은 아니다. 삶에서 밀리고 밀려 막바지에 온 사람들이 머물만한 그런 작고, 좁은 단칸방.
 
나이트 가운 슬립같은 야시시한 옷을 입고 있는 아주머니가 식탁 위
에서 열심히 계산을 하다가. 대리모 알바를 하겠다고 말한다. 부스스한 머리의 허름한 옷차림을 한 아저씨가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이상 행동을 보이며 화장실에 가서 계속 성냥개비로 탑을 쌓는다.  한편,  중학생으로 보이는 딸은 자기는 외계인을 봤다며 엄마를 애써 설득하려 하고.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일하는 큰 딸은 야시시한 화장과 옷차림을 하고 이젠 감자튀김 냄새가 맡기 싫다며 애인대행 알바를 하겠다고 엄마에게 말한다. 그리고 이 집의 유일한 아들이자 희망처럼 보이는, 과학고에 다니는 총명한 아들은 청산가리를 인터넷을 통하여 판매한다.
 
 경쾌한 연극들을 주로 보러 다닌 나에게  이 같은 장면, 이해할 수 없는 저런 인물들이 당황스러웠다. 어떤 배경으로 이들이 여기에 있는지, 왜 저런 행동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 연극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이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오게 된 과정이 명료해지고 그들의 가슴 아픈 선택에 눈물이 울컥할 정도였다.
 
 티비를 보면 '일분이면 바로 대출'. '무이자로 대출' 이라는 '신용대출 광고' 가 넘쳐난다. 길가에도 '사채 찌라시'들이 붙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테다. 그런데 그 돈으로 인해 벌어지는 그악스러운 일들- 돈을 빌리며 신체를 포기하는 각서를 쓰거나, 자식의 생명을 담보하거나-은 화려한 광고에 묻혀 잘 알려지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애쓰고 도망치고, 도피도 해보지만 사방이 막힌 현실에서 자식들을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부모의 선택에 가슴이 아렸다.
 
 무겁고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끝까지 진지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사회의 현실을 되돌아 보고 부모의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 진지하고 뜻 깊은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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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만남 2009-10-08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멋진 윤님. 이라고 쓰니까 기분이 이상해요. 음. 멋진 분이실 것 같은데 말이죠 ㅋㅋ
포스터속 주인공들의 환한 웃음 뒤에 저런 이면이 있었군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문화초대석에서 자주 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