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차인표씨에 대해 갖고 있는 첫번째 추억은 '사랑을 그대 품안에'이다. 당시 중학생이였던 나는 드라마안에 말 그대로 푹~~빠져들었고 드라마에 빠져드는 만큼, 주인공인 차인표씨에게도 빠져들게 되었다. 방과 후, 친구집에 모여 사랑을 그대 품안에 1회부터 방영된 회까지 감상하며 친구들과 함께 우~아~ 같은 감탄사를 연발하는게 일상이였다.

그 후 차인표씨는 결혼을 하고, 군대를 갖다오고 드라마와 영화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바른생활 사나이'로 불리고 있었다. 늘 바른 행동과 바른 언행, 그리고 선행으로 인해 붙게 된 별명이였다. 그런 바른생활 사나이가 책을 냈단다. 그토록 좋아했던 배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가데뷔 소식에 삐딱한 시선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는데, 배우라는 인지도를 통해 그렇고 그런 책을 낸 건 아닐까 싶어서였다. 삐딱한 시선으로 책을 집어들고 읽던 나는 내 생각이 매우,매우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앉은 자리에서 책을 다 읽어내려간 뒤 문득 나는, 배우 차인표가 아닌 작가 차인표씨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그렇게 4월의 따뜻한 어느 날, 차인표씨를 만나러 홍대로 향하게 되었다.

 
강연회 시작 전, 출판사에서 준비한 깜짝 파티가 열렸는데 작가 차인표로서의 데뷔를 축하하는 파티였다. 훅~~ 촛불을 끄는 차인표씨가 왠지 수줍어하는 것처럼 느낀 건, 나만의 생각일까?



책을 내게 된 동기에 대해 묻는 질문에 97년 알게 된 '훈' 할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만약 훈 할머니가 일본군에 끌려가지 않고 대한민국에서 남은 여생을 보냈다면 소중한 생명으로 잘 살지 않았을까하는 연민에서 '잘가요 언덕'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잘가요 언덕'이 완성되기 전까지 작가의 꿈은 추호도 없었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출간되서 책이 나올거라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작가가 되고픈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고 했다. 아들이 자신이 쓴 글을 보며 좋아하는걸 보고 이 글을 동화로 만들어보면 어떨까해서 출판사에 딱 '10페이지'만 보내서 출간여부를 물어봤단다. 글 쓰는게 취미니까 계속 써나갈 생각이지만 발표와는 별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꼭 읽어줄 독자가 있다면 앞으로도 작품을 발표할 의향이 있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의 다음 작품은 어떤 내용이 될까 벌써부터 궁금해졌다.

'잘가요 언덕'의 원제는 '호랑이 계곡의 전설'이였다고 했다. 차인표씨의 작품을 다 읽은 출판사에서 동화보다는 장편소설의 느낌이 더 강하니 제목을 '잘가요 언덕'으로 바꾸면 어떻겠냐고 했고 차인표씨는 무릎을 딱 치며 이거야!라고 감탄했다며 웃음지었다.


-위안부, 그리고 할머니-
책에서 위안부 할머니가 등장하는만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97년 7월 미국 하원 의원들이 위안부 문제를 상정해서 통과했다고 한다. 이 문제가 상정되지 않도록 많은 일본 사람들이 로비를 했으나 결국 통과되었다는 것. 그러나 지금까지 일본은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올해 11월에 UN에 이 문제가 상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 당시 일어났던 '위안부'문제는 전세계적인 문제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가장 힘이 있던 무리(군대)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주권없는 나라의 소녀들을 잡아다 저지른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리가 할머니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첫번째 일은 '나눔의 집'에 방문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나눔의 집에 방문해서, 옆에 지어진 전시관에 들러 할머니들이 고통당하던 방을 둘러보고 위안부 징집소가 있던곳을 의미하는 빨간점이 그려진 지도를 보며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와 더불어 할머니들이 춤추고 노래하는걸 좋아한다고 하시니 함께 놀아드리는것도 좋을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작가가 생각하는 용서의 의미-
만약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보상금을 준다고 치더라도, 과연 할머니들이 당신들이 당한 그 모든것을 깨끗이 용서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진정한 용서는 나에게 죄지은 사람을 동등한 생명체로 인지해서 품에 품는것이 용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책에 등장한 용서의 의미가 세월이 지났으니 할머니들께 먼저 용서하라고 말하는게 절대 아니다. 할머니들이 이대로 상처 받은대로 돌아가시게 할건가...그렇지 않다면 하나님인 당신은 어떻게 용서할 것인지에 대해 출발한 것이 바로 이 책이라고 말을 이어나갔다.

-바른생활 사나이, 차인표-
인간은 누구나 죄를 지으며 살아간다. 일 년 나이를 먹는만큼 죄 또한 늘어가게 마련이다. 어느 순간 살다보니 홍보대사를 하고 있고, 군대 다녀오면서 기부생활 하다보니 어느 순간 '바른생활 사나이'로 불리고 있었다. '이렇게 살면 사람들이 칭찬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올바르게 사는데도 행복을 느낄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 3년전 컴패션을 통해 인도 켈커다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가난한 인도 아이들을 보게 되었다고 했다. 아이를 위로해주러 간 그가 오히려 자신의 손을 잡아준 아이에게서 위로를 얻었다고 말하며, 봉사활동을 통해 그동안 들은 찬사에서 느껴보지 못한 진정한 위안을 찾게 되었다고 했다.

 
작품 속 용이와 닮은 듯하나, 사실 자신은 훌쩍이와 제일 비슷하다고 말하는 그. '잘가요 언덕'이 짧은 시간과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닌, 작가의 세월과 연륜이 녹아들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컨패션을 통해 봉사하는게 본업이 되었다고 말하며 웃는 차인표씨를 보며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의 아름다운 마음에서 우러나는 다음 작품은 어떤 것이 될 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P.S 차인표씨는 사인을 특별하게 해주셨다. 독자를 자신의 옆에 앉혀서 사인해주는 내내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 그 덕분에 줄을 서는 내내, 그리고 사인 받는 내내 포이즌 가슴이 정신없이 쿵쾅쿵쾅 거렸다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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