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택 설계자들 - 어떻게 함정을 피하고 탁월한 결정을 내릴 것인가
올리비에 시보니 지음, 안종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6월
평점 :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버스를 탈지 지하철을 탈지, 점심 식사로는 무엇을 먹을지, 아메리카노를 마실지 카페라테를 마실지- 이런 소소한 선택들은 그날의 우리 기분 정도를 좌우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런 선택은 어떤가. 월급의 절반을 어디에 투자할지(주식이 좋을지, 코인이 나을지. 어떤 종목이 좋을지, 분산투자를 할 것인지, 한 종목을 다 사버릴지. 그도 아니라면 적금이 좋을지, 그저 예금통장에 두는 게 나을지), 어떤 집을 살지(사지 않고 전세로 사는 것이 나을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해도 좋을지, 어떤 커리어를 쌓아 나갈지. 이런 선택들은 우리 삶의 방향을 한순간에 바꿀지도 모르겠다. 점심 식사 후에 아메리카노를 마실지, 카페라테를 마실지 선택하는 것은 어느 쪽을 선택한다 한들 큰일 나지 않는다. 그러니 그 순간에 내키는 대로 선택해도 좋다. 하지만 중요한 회의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혹은 취직과 이직의 문제라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보다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 우리가 정말 신중한가 되짚어보자면 꼭 그렇지도 않다.
최근 10년 사이, '인지 편향'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이제 생각에 관한 단순하지만 매우 중요한 사실들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를테면 판단과 선택을 할 때 우리가 '항상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 또는 적어도 좁은 의미의 경제이론 측면에서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는 개인적인 의사결정에서뿐만 아니라, 경영 의사결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위대한 리더도 (당연히) 잘못된 결정을 한다. 하지만 어떤 커피를 마실까,의 문제가 어떤 집을 살까의 문제와 같지 않듯- 기업의 선택은 개인의 선택과 그 무게가 다름에 분명하다. 그러니까 우리는 꼭 사업을 할 생각이 없더라도- CEO들이 중대한 결정을 할 때 어떤 사고 메커니즘을 거쳐 결정하게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좀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선택지 앞에 서는 경험은 (비록 그것이 간접 경험이라고 할지라도) 우리 삶에 플러스가 될 테니 말이다.
이 책 <선택 설계자들>은 굉장히 실용적인 방식으로 쓰여졌다. 먼저 의사결정 편향의 5가지 유형(패턴인식 편향, 행동중심 편향, 관성 편향, 사회적 편향, 이익 편향)을 설명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한 40가지 기법을 세 가지 측면에서 제시한다. 어쩌면 비슷한 종류의 책에서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일지 모르고- 책이 제시하는 40가지 기법 역시 완전히 새롭다 할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확증 편향임을 알면서도 그쪽으로 마음이 이끌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한 번쯤 다시 읽을만하다. 우리의 확증 편향은 소셜미디어로 인해 나날이 강화되고 있으므로.
개인적으로는 '직감'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이전에 성공한 경험이 있을 때 주관적 신념은 우리의 나침반이 된다. 직감을 믿어도 좋을까라고 묻는다면, (굉장히 이성적인 입장에서) 고개를 저을 것 같다. 하지만 책은 타당성(예측성)이 높은 환경일 때, 또 오랜 실천 경험과 신속하고 명확한 피드백을 통해 환경을 학습할 기회를 가졌을 때 '직감'을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가끔 강하게 찾아오는 느낌적 느낌을 억지로 무시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좋은 사람이 모인 곳에 좋은 결정이 있다는 메시지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는 인사에 관련한 조언이었는데, 능력 있는 인재가 한곳에 모일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써두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그곳에서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와 믿음으로 일한다. 그러니 최고의 인재를 고용해 그들을 승진시켜 의사결정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의사결정 구조를 갖춰 스스로 매력적인 회사가 되게 하는 것이다.
회사는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당연히 당신은 첫날부터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리는 지위에 있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생각이 옳다면 변화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당신은 관료제라는 기계의 이름 없는 톱니바퀴가 아닙니다.
본문 중에서, 371-372쪽
신입사원들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회사에서(물론 이것이 지켜져야 하겠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불 보듯 뻔하다. 그들은 보다 더 열심히 아이디어를 낼 것이다. 실질적인 대화에서 자신의 의견이 경청된다는 것을 알면 상황이 자신의 뜻과 다르게 돌아간다고 해도 최종 결정에 헌신할 것이다. 다양한 생각이 새로운 제품, 전략, 방법에 반영될 때, 사람들은 혁신적인 생각을 제시하려고 더 열심히 노력하게 마련이니까.
그렇다면 이것을 개인의 차원으로 끌어내려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배우자를, 아이를 이런 마음으로 대한다면- 친구나 동료를 이렇게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대한다면, 우리 삶은 과연 어떻게 변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