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세스 5권.제왕의 길 람세스 통치 33년째를 맞는 해, 테베의 겨울은 따사로웠다. 때로 삭풍을 안겨다주기도 하던 겨울 날씨가, 올해는
구름 한 점 없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푸른 하늘 아래 나일
강은 평온했고, 그 유역의 경작지들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올해 나일 강의 범람도 적당했던 것이다. 사료를 등에 진 나귀들은 이 마을 저 마을로 종종걸음쳤고, 젖통이 부풀어오른 젖소들이 개들에 쫓겨 목동에게 돌아갔다. 하얀 집들의 문턱에 걸터앉은 계집아이들은 인형을 가지고 놀고, 사내아이들은 헝겊으로 엮은 공을 쫓아 달렸다.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같이, 이집트는 자연의 영원한 리듬을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