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궁전
루이스 만도키 감독, 수잔 서랜든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먼지 한 톨 없는 청소기를 보며 맥스는 깨닫는다.
마치 자신의 현재 마음이 이와 같음을.
오로지 남들 눈에만 청소기로 보일뿐
실상 청소기로써의 기능을 잃고 있음을 알게된다.

먼지 같은 노라.
그런 노라는 한껏 빨아들였던 맥스.

청소기는 먼지를 빨아들임으로써 비로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먼지 같은 노라와 청소기 같은 맥스는
남들 눈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한쌍이었을지라도
서로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짝이었음에도

세상이 쳐놓은 등급제의 울타리 안에서 나올 용기가 부족했던 맥스는
"날 사랑하니"라고 묻는 노라의 질문에
"모르겠어요. 하지만 누구보다도 간절히 원해요" 라는 어정쩡한 답변을 내놓는다.

그녀를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사람들의 입방아가 두렵고
그녀를 놓자니 마음이 아파서 안되겠다.

그의 그런 유약함을 모르진 않지만 노라는 사랑하기에
이번 한번은... 이번만은.... 하면서 눈감아 준다.
하지만 모른척 하기에는 그가 속한 세계는 그녀에게 너무 차갑다.

가진것 없고, 배운것 없는 햄버거가게 여급인 노라에 비해
명문대에 유명 광고회사 엘리트 사원이며 유복한 가정의 아들이자 첫사랑과 결혼까지 했었던 맥스는
그녀에 비해 무려 16살이나 어리기까지 했다.

모두들 수군댄다.
늙은 여우가 순진하고 착한 청년을 꾀어 신분상승을 노린다고.

다들 뜯어말린다.
그녀는 너에게 어울리지 않아. 정신 좀 차려. 밑지는 장사라니까.

그가 속한 사회에서 그녀를 수용하기에는 그녀는 너무 하찮은 존재였고
그에게 맞춰 살기에는 그녀는 너무나 뜨겁고 솔직했기에
맘껏 자신을 드러내놓고 웃을 수 있는 삶을 원한다.

비록 남들이 흉보는 노라가 먼지같은 존재일지라도
본인이 청소기라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먼지가 없다면 청소기 역시 필요치 않는것인데.

노라는 허방에도 빠지고 샛길로도 벗어나고 진창에서 구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또 일어나서 걸어간다.
그에 반해 맥스는 한번 넘어지는 일도 없이 꾸준한 속도로 잘 걷다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으로 딱 그 자리에서 멈춰버린다.

맥스의 길에 돌부리로 나타나 슬며시 발을 걸며 넘어뜨리는 노라.
이봐, 이쁜이. 그렇게 얼굴 굳히고 살면 좀더 행복해?
이리 와서 나랑 놀아. 이제는 웃으면서 살라구.

그녀라는 돌부리에 걸려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까진 무릎에서 피가 나는걸 보고 아직 살아있구나, 라고 느끼면서
두사람이 함께 하는 첫걸음이 떼어진다.

용기 있는 자 만이 요철(凹凸)같은 짝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요철 같은 짝은 그 어느 누구보다 더 미인일테니(비록 그게 콩깍지의 마력일지라도)
결국 용기 있는 자 만이 미인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