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사느라 바쁠 수도 있고 죽느라 바쁠 수도 있어요, 오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 P276

그녀의 웃음이 그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공간을 줬다. - P277

세상 사람 모두가 그녀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아야 한다.
그게 사람들이 했던 얘기였다. 그녀는 선을 위해 싸웠다. 결코 가져본 적 없는 아이들을 위해 싸웠다. 그리고 오베는 그녀를 위해 싸웠다.
왜냐하면 그녀를 위해 싸우는 것이야말로 그가 이 세상에서 제대로 아는 유일한 것이었으니까. - P280

오베는 눈을 감고 소냐를 생각했다. 그는 삶을 포기하고 죽는 종류의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는 걸 원치 않았다. 하지만 이건 정말로 잘못됐다. 이 모두가. 그녀는 그와 결혼했다. 이제 그는 그의 목과 어깨 사이의 우묵한 부분에 그녀의 코끝이 닿는 걸 느끼지 못한 채 어떻게 인생을 꾸려가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것뿐이었다. - P293

그가 관둔 건 어쩔 수 없이 사악해지는 것과 안 그래도 되는데 사악해지는 것 사이의 차이를 누군가 진작에 일깨워줬었다는걸 기억했기 때문이다. - P3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다보면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이 될지 결정을 내릴 때가 오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이 기어오르게 놔두는 사람이 될 것인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때가. - P153

누군가 묻는다면, 그는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자기는 결코 살아 있던 게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녀가 죽은 뒤에도. - P189

그녀에게 그는 첫 저녁 식사 테이블에 올라 있던 살짝 부스스한 분홍색 꽃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입던 갈색 정장이 살짝 꽉 끼는 널찍하고 슬픈 어깨였다. 그는 정의와, 페어플레이와, 근면한 노동과, 옳은 것이 옳은 것이 되어야 하는 세계를 확고하게 믿는 남자였다. 훈장이나 학위나 칭찬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래야 마땅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종류의 남자들은 이제 더 이상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소냐는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 남자를 꼭 잡았다. 아마 그는 그녀에게 시도 써주지 않을 테고 사랑의 세레나데도 부르지 않을 것이며 비싼 선물을 들고 집에 찾어오지도 않을 테다. 하지만 다른 어떤 소년도 그녀가 말하는 동안 옆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좋다는 이유로 매일 몇 시간 동안 다른 방향으로 가지는 않았다. - P2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는 철도 회사에서 5년 동안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기차를 탔다가 처음으로 그녀를 보았다. 아버지가 죽고 난 이후 처음 웃은 게 바로 그날이었다.
인생이 다시는 전과 같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오베가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오베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였다. - P69

누군가를 잃게 되면 정말 별난 것들이 그리워진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미소, 잘 때 돌아눕는 방식, 심지어는 방을 새로 칠하는 것까지도. - P83

그녀는 종종 "모든 길은 원래 당신이 하기로 예정된 일로 통하게 돼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녀에게 그 ‘원래 당신이 하기로 예정된 것‘은 아마도 ‘무엇‘이었으리라.
하지만 오베에게 그건 ‘누군가‘였다. - P114

이 세상은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기도 전에 그 사람이 구식이 되어버리는 곳이었다. - P1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오야,
아아, 네가 여기 있었더라면,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걸 너 또한 볼 수 있었더라면, 들판에서 오전 나절을 보내는강행군에 난 아주 녹초가 됐어. 이 고장의 햇살은 사람을 아주 기진하게 만들지. 봄과는 또 전혀 달라. 하지만 뙤약볕에땅이 다 그을릴 지경인 계절로 접어들었다고 해서 자연에 대한 내 애정마저 가물 리 없지. 원숙한 황금과 구리 빛이 이제 만물에 깃들고 또 하늘의 청록이 최고로 작렬하면서, 경탄할 조화를 이루는 배색과 들라크루아를 연상시키는 색조 분할이 눈을 즐겁게 한단다. - P37

요 근래 받은 그림들을 보면서 형의 마음 상태에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돼. 그림 하나하나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색의 경지를 담고 있는데, 이런 강렬한 색의 표현은 그 자체로도 보기 드물지만, 형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가고 있어,
그런 극한 지점에까지 이르기 위해 형이, 특히 형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되기도 하고, 게다가 정신이 혼미해질 수밖에 없는 임계점에 이를 지경에까지 스스로를 몰아넣었을 걸 생각하면...
그런 이유에서 난 지금 형이 많이 걱정돼. 완전히 회복하기 전에는 건강을 그런 식으로 시험해서 안 된다고.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간략하게 표현한 것일 뿐이래도 형이 그린 그림이라면 역사에 오래 기억되고 그 가치를 인정받을 특출함을 충분히 지닌걸..
지금껏 완성한 그림들만 해도 아름다운 걸작들이 얼마나 많은데!
용기를 잃지 마. - P106

이젤 앞에 서 있을 때가 내가 유일하게 살아 있음을 느끼는 때야. 나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그림을 그리는 거지. 스스로의 만족과기쁨을 위해. - P107

이유를 납득할 수 없는 인생살이의 수많은 수수께끼가 떠오를 때면, 난 밀밭을 내다봐.
저 밀밭의 이야기가 곧 우리들 이야기 아니겠니. 따지고 보면 우리도 밀과 여러모로 닮아 있잖아?
밀처럼 혹은 여느 식물처럼 자라나고, 상상력이 갈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못할 때도 있다는 점에서 밀과 마찬가지로 무력한 존재이며, 때가 되면 수확되는 것도 그와 같지.
인류의 이야기는 밀의 이야기와 무척 흡사하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가 없구나. 흙에 뿌려져 싹트지 않는다 한들 그게 그리 큰 차이일까? 그렇대도 여전히 곱게 빻아져 빵이 되지 않더냐.
행운과 역경,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의 차이라는 것... 결국 모두 상대적인걸. - P109

지금껏 내 인생엔 행운과 불운 모두 깃들었지,
불운만 있었던 건아니니까.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이 어떤 모습으로 찾아오건,
기꺼이 손 내밀어붙들자고,

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우리는 쟁기를 끌 거야.
그리고 함께 경이에 찬 눈을 돌려 데이지꽃과 새로이 갈아엎은 흙덩이와 봄에 싹 틔우는 관목 가지를, 청명한 하늘의 고요한 푸른빛을, 가을의 뭉게구름을, 겨울의헐벗은 나무를, 저 태양과 달과 별을 바라보자.
앞날은 예측 못할지언정, 그것만큼은 온전히 우리 몫으로 남을 테니. - P132

밤은 낮에 비해 훨씬 깊이 있고 풍부한 색감을 지녔다는 생각이 종종 들어. 자주와 파랑과 초록 빛깔의 강렬함은 밤에 유독 두드러지지.
별을 보고 있노라면, 지도 가득 점점이 박힌 도시와 마을들이 연상돼, 창공을 수놓는 저 빛의 점들이 프랑스 지도에 박힌 흑점들만큼이나 손쉽게 찾아갈 수 있는 장소라면 어떨지 상상해 보렴. 타라스콩으로, 루앙으로, 지도 위 저 점들을 목적지 삼아 기차에 몸을 싣듯, 우린 어쩌면 별에 다다르기 위해 죽음에 몸을 싣는 건지도 몰라. - P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를 쫓으며 끝까지 이기적이었던 데이지,
사랑을 쫓으며 앞만보고 달렸던 개츠비..
데이지는 비겁했고, 개츠비는 불쌍했다.
사랑을 위해 부자가 되고자 했던 개츠비는 위대했던 걸까??
가엾기만 한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