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좀 많습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5년이 되고나서 결심한 것이 한가지 있었다. 그것은 내 방 책장에 꽂혀져있는 읽지 않고 사 두기만 한 책 57권을 다 읽기 전까지 새로운 책을 사지 않겠다는 것이고, 아직까진 잘 지켜지고 있는 새해 다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책에 관한 책이었다. 읽을 때마다 읽고싶은 책 리스트가 몇 배로 불어나게 하는 책에 관련된 책은 이러한 상황에 가장 가까이 해서는 안되는 책이었는데, <책이 좀 많습니다>는 그런 때에 나에게 덜컥, 찾아와버린 난감한 책이어서 사실 처음엔 반갑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안 되는데. 지금 이런 책 읽으면 안되는데- 하면서 한 장을 읽고, 두 장을 읽다보니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다 읽어버리고 말았던 책을 좋아하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집엔 책이 많지는 않다. 나름대로 책을 열심히 읽는 편이지만 거의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사는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이 정말 너무 좋아서 이 문장들은 내 책장에 보관해두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책들, 혹은 정말 좋아하는 작가분들의 책들, 그것도 아니라면 꼭 읽어야 한다는 고전들이 전부이다. 거실 책장에 300여권, 그리고 내 방에 200여권. 그 정도가 우리집에 있는 책의 전부다. 그래서 책이 집안 곳곳에 차고넘쳐 컨테이너까지 두어 책을 보관한다는 분들의 이야기가 정말 너무나도 놀라웠다. 

어떤 사람은 그저 책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에만 집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어도 이 책에 실린 스물 세 분의 장서가들은 단지 그 '소유'의 문제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진정으로 책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읽어가며 많은 것을 느꼈고, 배울 수 있었다. 특히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관심 분야에 대한 책을 다양하게 읽어, 그 책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배우고, 그렇게 배운 것을 통해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는 부분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알고 싶은 분야의 책 몇 권만 읽고서 
쉽게 단정하고 자기 지식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것처럼 위험한 게 없다. 좁게 쌓아올린 지식은 높아질수록 위태롭게 흔들리다가 
바람이 불면 한꺼번에 무너진다.
자기가 관심있는 주제를 즐기면서 책을 보는 사람은 여름나무 같아서 줄기가 굵고 가지가 많으며,
그 가지에는 열매까지는 아직 이르더라도 초록색 잎이 무성하다.
그저 필요에 따라 책을 보는 사람은 겨울나무다.
어느 곳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와 가지를 뻗었다고는 하지만 가지 끝은 말랐다.
다가가서 건드리면 툭 부러질 것 같다.
사람은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없다.
경험한다고 하더라도 그 경험을 이해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이해하려면 자기 안에 철학이 있어야 한다. (중략)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머릿속에 든 게 많아도
그것을 버무려 자기철학을 만들지 못하면 '아는 척'밖에 할 수 없다.
치우친 생각을 하는 사람은 책을 잘 안본다. 보더라도 한두분야에 빠져버린다.
책을 통해서 자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자기 멋대로 책을 판단해버린다.
책 속에서 뭔가를 계속 얻어가려고 하는 사람은 그저 자기 욕심만 챙겨갈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 앞에 그 욕심을 내세우며 책 속에서 뭔가를 얻었다고 자랑하기 바쁘다.
사실 그것은 책 속에서 받은 게 아니라 책을 이용해 자기가 만들어낸 것이다.

나는 독서에 재미를 느낀 것이 그다지 오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누구나 당연히 읽었을 법 한 책들도 아직 못 읽어본 책이 너무 많다. 읽었어야 할 예전 책들에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좋은 신간들의 숫자에 압박을 받다 보면, 어느새 욕심만 부리며 꾸역꾸역 활자만 삼키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 책에 담겨져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는 삼키는 것보다 소화하는 것에 더 시간을 할애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그저 책을 읽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책을 나의 것으로 만들고, 그것으로부터 나만의 생각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책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시간에 정직하다는 것. 우직하다는 것. 책을 읽는 시간과 책을 소화하는 시간에 대해 진심을 다 한다는 것. 한 권 한 권 책이 늘어날 수록, 한 시간 한 시간 그 시간 역시 함께 늘어나는 삶. 절대로 급하지 않게, 절대로 조바심 내지 않으면서. 그렇게 책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책이 좀 많습니다>에 소개된 스물 세 명의 이야기를 읽어가는 시간은 그러한 것을 다시한 번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