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 인간의 선량함, 그 지속가능성에 대한 뇌과학자의 질문
김학진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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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사람들은 어째서 선뜻 남을 도울까?

불공정함에는 왜 그토록 분노하는 걸까?

우리가 선량하며 정의롭고자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선량함, 즉 이타주의에 관한 질문과 이에 대한 답을 우리는 뇌과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저자, 김학진은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석사학위를, 위스콘신주립대에서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현재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fMRI를 사용해 인간의 경제적, 사회적 의사결정과 관련된 뇌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으며,‘공정성 판단’과‘이타적 선택’의 신경학적 기제를 밝히는 연구들을 진행 중이다.





Ⅰ 칭찬에 중독된 뇌


'유능하다'라는 단어가 제시되면 '맞다'와 '아니다'라는 두 버튼 중 무엇을 누를지 결정해야 한다.

'내가 스스로 유능하다고 하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나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시선, 즉 평판은 매우 중요한 요소일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비로소 나를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세상이 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튜브 혹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짤막한 동영상들을 최소 하루에 하나씩은 시청하고 있다.

1분도 안 되는 짤막한 영상이 굉장한 파급력을 끌어오기도 하며 이는 곧 수익 창출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유튜버'라는 또 하나의 직업에 도전하고 있다.

먹방, 브이로그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로지 '수익 창출' 목적을 위해 위험하고도 경악스러운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나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인터넷 1인 방송에서 이러한 영상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사실 나는 아프리카TV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어떤 주제의 영상들이 올라오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씩 아프리카 BJ들의 논란이 되는 뉴스를 볼 때면 일부는 영상이 굉장히 자극적이고 경악스럽기도 한 것 같다.

(기사를 통해 본 적이 있는데) 심지어 외국에서는 살인하는 순간을 실시간 방송으로 내보내 큰 논란이 되었었다.

그렇다면, 이토록 타인의 호감을 얻기 위해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아요'가 수익으로 이루어지는 구조이기에 노력하고 집착하는 것도 이유지만 사실 그 집착 뒤에는 SNS 스타가 되겠다는 자기과시욕 또한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또 자연스레 '왜?'라는 궁금증이 생기게 되는데, 우리는 '뇌과학'을 통해 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인간은 신체 항상성을 위한 뚜렷한 가치들을 추구하게 된다. 즉, 고통, 괴로움 등은 피하고 따뜻함, 편안함 등을 자연스레 추구한다.

필요한 것을 얻고 해로운 것은 피하려는 욕구와 이어지는 가장 단순하고도 중요한 기본 가치들은 출생이라는 시점부터 우리의 모든 행동을 강력하게 지배한다.

기본적 가치들이 주변 환경과 타협하게 되면서 점차 정교한 모습으로 새로이 탄생되는데 결국 이것이 인정 욕구이다.

인정 욕구는 발달 과정을 거쳐 성장하면서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뇌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살피게 되면, 우리가 일생에서 인정 욕구를 중요한 가치로 두는 이유를 알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뇌는 우리 몸의 항상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를 바라는데 우리가 처한 환경은 동일하게 쭉 이어지지 못한다.

즉, 계속해서 변화하는 환경이 항상성 유지를 방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목표와 현실의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뇌는 새로운 전략을 찾게 된다.

그래서 뇌는 처리해야 할 정보를 최대한 단순화시킬 수 있도록 범주화라는 방법을 통해 많은 정보 중 대표하는 특성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려 효율성을 극대화시킨다.

이 때 특정 범주를 가장 잘 대표하는 정보는 평균(mean)이다.

범주화 과정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범주들 간의 연결을 시도할 수 있는데, 이 때 각각의 범주가 지닌 의미 혹은 기능에 따라 나누거나 서로 묶는 추상화 과정이 이루어진다.


우리의 뇌는 평생 쉬지 않고 범주화와 추상화 과정을 거치며 최소노력 대비 최대보상을 얻기 위해 되풀이하고 되풀이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체내 항상성 유지라는 구체적인 하위 범주 가치들은 극도로 복잡하고 추상화된 상위 범주 가치들로 대체된다.

그리곤 뇌 속에 각인된 상위 범주와 절묘하게 맞는 대상이 나타나면 우리는 순식간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좋아요에 목 말라 자기 파괴적인 행동마저 서슴지 않는 보상 추구 행동을 보이는 것이 바로 대표적인 사례이다.



Ⅱ 그 사람은 왜 착한 일을 할까


인간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방대한 정보의 저장, 처리가 가능하지만 무한에 가까운 정보들 앞에 놓일 때는 보잘것없는 존재가 된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해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잘 변형하게 되는데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기준을 정하는 시점에서 우리의 뇌는 자연스레 자기중심적 기준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 판단 과정이 세상의 정보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사회화를 통해 다른 사람이 만든 가치들을 겪어 보며 수정하곤 한다.

즉, 사회관계를 통해 다듬어진 가치들이 사회적 가치라 할 수 있으며 윤리적 가치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들 중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이다.


복내측 전전두피질이란 부위가 있다. 이는 도덕적 가치 판단에 필수적인 정서적 직관이 저장되어 있는 부위이기도 한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복내측 전전두피질이 도덕적 가치뿐만 아니라 더 복잡한 형평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판단하는 과정과도 관련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연구결과를 통해 증명되었으며 '형평성에 대한 선호'와 같이 추상적이고 고차원적인 것으로 믿어온 사회적 가치 역시 복내측 전전두피질에서 계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쩌면 타인을 돕는 이타적 행동은 복잡한 사회관계 속에서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우세하고 직관적인 가치로 강하게 우리 뇌 속에 각인되어온 전략적 행동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Ⅲ 이타적인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철학자 피터 싱어 교수가 말한다,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판단하며 타인을 도와야 한다."

전 세계 수십만 명의 아이들보다 미디어가 찾은 불행한 아이 한 명에게 온정의 손길이 더 몰리게 되는 역설적인 일이 일어나곤 한다.

효율적 이타주의는 이런 자세를 지양하며 선의에만 의존한 이타적 행위는 크게 도움 되지 못하거나 세상에 해악을 끼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인간의 뇌는 살아남기 위해 가장 유리한 가치를 선택하기에, 이타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이타주의자의 조건은 무엇일까?


인정 중독은 다양한 형태의 부정적인 사회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병적인 수준의 인정 욕구를 줄이고 다시 원활한 사회적 소통을 회복할 방법은 없을까?

구체적인 해결 방법은 지금도 풀어야 할 숙제지만 가야 할 방향과 목표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우리의 뇌가 처리하는 정보는 외부 감각 정보, 내부 감각 정보로 나뉜다.

외부 감각 정보는 시각, 청각, 촉각 등과 관련된 정보를 의미하며, 내부 감각 정보는 심장, 폐 등 내부 장기로부터 오는 생소한 종류의 감각 정보를 가리킨다.

서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는 둘은 의사결정이라는 행동 관점에서 볼 때 각기 다른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내부 감각 정보 회로는 선택을 위한 가치를 생성하는 기능이 있는 반면에 외부 감각 정보 회로는 이렇게 생성된 가치를 사용하는, 즉 소비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예를 들면, 에그 베네딕트라는 음식을 보고 있을 때 먹고 싶다는 가치 혹은 선호를 갖게 되는 것(외부 감각 정보 회로)은 전에 먹었던 이 음식이 우리 신체의 항상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경험(내부 감각 정보 회로)을 우리 뇌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의 기준이 일시적으로 변화한다면 큰 문제는 없지만 변화된 상태가 지속될 경우 신체 항상성 유지라는 근본적인 목적에서 점차 멀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기에 외부 감각 정보 회로의 작동이 의사 결정의 궁극적 목표인 신체 항상성 유지는 지나치게 훼손할 정도로 내부 감각 정보 회로가 생성한 가치를 왜곡하고 있지 않는지 계속해서 체크해야 하는 것이다.





잘못되거나 부적절한 선택을 많이 했을 때는 아마 좋은 선택을 해야만 하는 조바심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분명 정답은 없는데 '좋은' 선택이라 규정해놓고 추구하는 가치는 대부분 신체 항상성 유지를 통한 생존 가능성 극대화라는 궁극적 목표보다 여기서 파생되어 나타난 도구적 목표일 가능성이 높을 테니깐.

대표적인 예가 바로 돈, 명예, 사회적 지위 등이다.

책에서도 말하듯이, 좋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버릴 때 비로소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네 심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

지나치지 말아야 할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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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2-18 2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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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7 15: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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