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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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나의 열일곱 번째 생일, 케이크에 꽂힌 초가 타들어가고 있다.

작은 불꽃이 서두르라고 나를 향해 손짓한다. 나는 싸늘한 철제 서랍 안에 누운 블랙 아이드 수잔을 생각한다. 문지르고 또 문지르지만 아무리 샤워를 해도 그 냄새는 씻겨나가지 않는다.

행복하렴.

소원을 빌어봐.

나는 얼굴에 미소를 짓고 집중한다.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다시 집에서 안정을 찾길 바란다.

예전의 테시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제발 기억나지 않게 해 주세요.

나는 눈을 감고 촛불을 불어 끈다.


저자, 줄리아 히벌린은 비평적 찬사를 받으며 국제적인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가이다.

심리 스릴러를 다룬 두 권의 책은 15개국 이상에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 디트로이트 뉴스, 댈러스모닝 뉴스에서 일하며 언론상을 수상한 기자이기도 하다.



추리와 스릴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블랙 아이드 수잔』.

블랙 아이드 수잔은 꽃의 이름으로 한 여자에게 붙은 별칭이었다.

열 여섯살의 테사는 신원미상의 유골들과 함께 묻힌 채 발견된다.

그녀는 생각나질 않았다. 언제 그곳에 있게 되었는지, 왜 그곳에 있게 되었는지, 어떻게 그곳에 있게 되었는지 말이다.

테사가 발견된 공동묘지에 있던 온통 '블랙 아이드 수잔 꽃'이 있었다.

이때문에 사람들은 희생당한 피해자들을 블랙 아이드 수잔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렇게 블랙 아이드 수잔 네 명 중 운이 좋았던 단 한 명이 바로 테사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희생자만 존재하는, 범인 없는 미제 사건이 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당시 테사의 증언으로 살인범을 사형수로 체포할 수 있었다.

십칠년 후, 그녀는 십대 딸을 둔 한 주부가 되었다.

완벽하게 잊을 순 없는, 끔찍한 사건이었기에 그럴 수 있겠지만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바로 십칠 년전 자신의 증언으로 텍사스 사형수 감옥에 무고한 사람이 갇혀 있다는 사실.

그렇다. 그녀의 증언은 진실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집 밖에 누군가 블랙 아이드 수잔을 심어놓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십칠 년전, 희생자들과 발견되었던 그 공동묘지에 심어져 있던 그 꽃이.

테사는 법과학자, 사형수 전문 변호사와 함께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용기를 낸다.

기꺼이 돕고 싶지만, 어느 정도만.

나는 스스로에게 다시 일깨웠다. 내게는 보호해야 할 십 대 아이 둘이 있었다. 하나는 과거의 나 자신, 하나는 그 보라색 방에서 잠자는 아이.


1995년 그 날과 현재를 넘나들며 내용은 빠르게 전개된다.

읽으면서도 CSI, SVU와 같은 범죄수사물들의 에피소들이 자연스레 연상되어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까지 잡을 수 있었다.

(사실 범인을 언급하면 완벽하게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말할 순 없지만) 앞서 말했듯이 읽다보면 후반부쯤 가서는 대략 범인이 누군지 확신이 든다.

물론 소설이긴 하지만 여기에서의 핵심은 살해당한 피해자들과 살아남은 피해자인 테사 그리고 잘못된 증언으로 인해 감옥에 갇히게 된 테렐에게 맞추면 될 것 같다.

잘못된 증언으로 인해 테렐은 졸지에 사형수가 되었는데 이와 관련해 자연스레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떠올랐다.

경찰들의 강압적인 수사로 인해 거짓자백을 하게 된 윤성여님도 피해자들 중 한 분이라 말할 수 있겠다.

사실 범인은 이춘재라는 것을 진즉 알 수 있었던 부분인데, 그마저도 부정하려고 했던 당시 경, 검을 보면 참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다리가 불편했던 윤성여님이 담을 넘을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가해자가 되었다는 것이 이미 말이 안 되는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더 화나게 만든 것은 실종된 김 양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것을 숨겼다는 것이다.

당시 수사맡았던 이들은 모두 하늘의 벌이라도 받았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사람이 할 짓인가? 그들도 결국은 이춘재와 다를 바 없는 더러운 족속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성범죄, 폭행 나아가 살인까지 이러한 범죄에 연루된 피해자들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살아남았다 해도 그 기억은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것이기에 언제나 자신을 옥죄어올 수밖에 없다.

소설 속 주인공도 읽다보면 날카로운 모습을 보일 때가 있는데 이는 자기방어의 일환이니 당연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법은 누구나 혀를 찰 정도로 범죄자에게 매우 약하다.

죄를 지었으면 그 죄에 맞게 응당 벌을 받는 것이 사실인데 말같지도 않은 '심신미약' 등의 이유를 거론하며 수위가 약해지거나 아예 받지 않는 모습을 보면 이는 일부러 범죄를 키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사람이 사람다워야 하는데 그리고 인권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부여된 권리인데 사실상 인간의 상식에서 벗어난, 인간이기를 포기한 이들에게 인권을 부여하면서까지 감싸안는 이들 또한 제정신이 아니지 않나 싶다.

오히려 법을 비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을 감싸안는 대한민국이 과연 살기 좋은 나라일까?

음주운전과 관련하여 사망사고가 잦은 요즘, 가해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 한마디에 심신미약으로 규정짓고 그들을 감싸안는 법이 과연 옳은 것일까?

더이상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는 법이 더 탄탄해야 한다. 가해자를 감싸안는 법이 아닌 피해자는 감싸안는 법이 되어야 한다.

특히, 근래 N번방 같은 흉악 범죄를 저질렀으면 관련된 이들 모두를 단상에라도 앉혀놓고 스크린을 통해 이 사람이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려야 하며 모두가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그에 맞는 벌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 또한 읽은 지 꽤 되었고 서평도 진즉 썼는데 이제야 올려본다.

우리나라의 법은 할말하않이다. 워낙 부실하고 가해자에게도 인권을 부여하면서까지 보호하기 때문에 과연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게 맞는지 모를 때가 많다.

특히, N번방 사건만 봐도 그렇다. 누가 봐도 미국으로 송환시키는 것이 맞는데 그것은 고사하고 풀어주기까지 했으니.

이쯤되면 일부 판사들도 음흉하고 어두운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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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2-25 16: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 따뜻한 크리스마스 보내고 계신가요.
성탄의 기쁨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해요.
메리크리스마스,
즐거운 크리스마스 연휴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20-12-27 00:0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